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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위해 우승해야죠" 김정은 울린 우리은행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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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 위해 우승해야죠" 김정은 울린 우리은행의 힘

    여자농구 간판 김정은, 데뷔 첫 우승 차지하며 화려한 재기

    우리은행 동료들과 우승 기쁨을 나누고 있는 김정은 (사진 제공=WKBL)

     


    2017-2018 여자프로농구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디펜딩 챔피언' 아산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은 김정은.

    2006년 데뷔해 여자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스타이자 득점 기계로 군림해왔지만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나는 성적과 거리가 먼 선수였다"는 자괴감에 시달렸고 고심 끝에 우리은행으로 이적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김정은은 새 시즌 개막을 앞두고 두 가지 두려움에 사로잡혔다고 했다.

    먼저 "또 다치면 어쩌지?"라는 걱정을 했다. 김정은은 커리어 내내 부상이 많았고 특히 무릎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이적할 때 우리은행이 한물 간 선수를 데려오느라 팀의 미래를 포기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위성우 감독님의 지도력에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됐다"며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했다.

    후회도 찾아왔다.

    우리은행은 위성우 감독의 지휘 아래 훈련이 혹독하기로 유명한 팀. 우리은행 선수들이 종종 "지나가는 개가 부럽다"는 농담을 할 정도다.

    김정은은 소문으로만 듣던 우리은행의 훈련을 경험해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궁금했는데, 위성우 감독님은 내가 갖고 있던 운동 상식을 다 파괴하신 분이다" 명예회복이고 뭐고 죽겠구나 싶은 생각에 후회를 엄청했다"며 웃었다.

    그때 김정은을 도와준 선수는 최고참 임영희였다. "이것만 이겨내면 그만큼 보상은 확실하다"는 말로 김정은을 다독였다.

    인천 신한은행과의 개막전을 앞두고는 팀 후배 박혜진이 찾아왔다. 박혜진의 한마디에 김정은은 큰 감동을 받았다.

    "언니 때문에 우리가 우승할 이유가 더 생겼어요"

    세상 일이 뜻대로 풀리지만은 않는다. 우리은행은 개막 2연패를 당했다.

    통합우승을 달성했던 지난 5시즌동안 우리은행이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다. 어쩌면 우리은행의 우승 행진에 제동이 걸릴지도 모른다는 예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김정은의 신경은 곤두 섰다.

    그때 박혜진이 다시 찾아왔다. "우리 20연승을 목표로 잡읍시다"라는 농담을 건네며 언니를 격려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우리은행 우승을 이끈 김정은(사진 오른쪽)이 감격에 빠져있는 사이 어천와는 환하게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WKBL)

     



    김정은은 "모든 선수들이 오히려 나보다 더 나의 재기를 더 원한다고 느꼈다. 정말 모두에게 고맙다"며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김정은은 21일 오후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2017-2018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이 끝나기도 전에 눈물을 흘렸다.

    우리은행의 75-57 승리, 파죽의 3연승 우승이 확정되기 전부터 쏟아지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김정은은 또 한번 울었다. 챔피언결정전 MVP로 호명되는 순간 감격과 기쁨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김정은은 "정말 꿈만 같고 행복하다. 경기가 끝날 때쯤 '해냈구나'라고 생각했다"며 "MVP는 내가 받으면 안될 것 같다. 동료들 덕분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김정은은 "13년동안 너무 힘들었고 특히 지난 2년간 부상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운동을 그만 둘 생각도 했다"며 "퇴물이다, 먹튀다, 나에 대한 댓글을 많이 봤다. 선수 가치가 높았을 때 팀을 옮겨 우승했다면 이렇게까지 기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여기서 위성우 감독님을 만나 우승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더 기쁘고 값지다"고 말했다.

    주위의 우려와 혹평을 이겨내고 보란듯이 재기했기에 우승 감격은 더 컸다.

    김정은은 "우승을 못해봐서 그물을 어떻게 자르는지 몰랐다"며 "선수들에게 물어보니까 우승 순간만 좋고 하루가 지나면 다시 운동할 생각부터 든다고 하더라. 내일이 안 왔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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