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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엔 속수무책…'물가 역차별 논란'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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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계엔 속수무책…'물가 역차별 논란' 부른다

     

    "가격을 올릴 때 국내기업은 눈치를 많이 보게 된다. 타 업체에 앞서서 올리기가 어렵고 누군가 가격을 올릴때 따라서 올리고 보도자료도 금요일 오후에나 살짝내고 피해 다니는게 현실이다"

    국내 A식음료 제조업체 임원이 '가격 올리기가 하늘의 별따기 같다'며 내뱉은 하소연이다. 외국계 업체라고 판매가격 인상이 무한정 자유로운 건 아니지만 토종 식품제조.유통업체보다는 자유로운 편이다.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다국적 식품 제조사와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주로 원자재 값이나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연말연초를 지나는 사이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연례행사처럼 매년 반복되는 일이기도 하다. 맥도널드는 15일 27개 제품의 가격을 올렸고(평균 5.9%) 모스버거나 KFC, 코카콜라, 커피빈코리아 등 다국적 식음료 프랜차이즈들도 가격을 올렸다. 물론 CJ나 롯데리아 등 일부 국내 업체도 가격인상대열에 동참했다.

    하지만 가격인상 이슈를 바라보는 국내, 외국계 업체 간의 시각차는 천양지차라고 할 정도로 괴리감이 크다.

    맥도널드 코리아 관계자는 26일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가격 인상 때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고객이 부담을 느끼는 것"이라며 "고객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가격수준을)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햄버거에 들어가는 식자재 종류가 다양해 원자재값을 고려해야 하고 임대료와 고용인력이 1만8천명이나 돼 인건비도 당연히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수요와 공급 외의 기타변수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

    하지만, 국내기업에 있어 가격인상의 제일 큰 고려사항은 '가격인상으로 인한 의외의 여파' 즉 정부의 태도다.

    유가공업체의 B임원은 26일 "가격을 올릴 때 소비자단체나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의 압력을 우려해 눈치를 많이 보는 형편이고, 소비자단체도 가격인상만으로 불매운동에 나서거나 나쁜기업 취급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제빵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업체가 상대적으로 가격인상에 부자유스러운 이유에 대해, "가격을 올리면 물가당국이 현장실태를 조사하겠다고 하면서 기업을 털 것이고 공정위,국세청,검찰 같은 정부기관이 먼지를 털면 안털리겠느냐"고 반문했다.

    요즘 정부가 사사건건 개입하던 시절처럼 기업체를 상대로 맨투맨식으로 가격통제에 나선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지만, 물가를 잡기 위해 정부당국자의 입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물가관리 발언'들은 여전히 국내 기업체에겐 무엇보다 큰 부담이다.

    그렇다고 국내기업들은 외국계 업체들처럼 소송 등 강경대응에 나서기도 어려운 처지다. 각종 인허가나 세금문제 등으로 정부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가격이슈에 있어서도 대응에 한계가 분명하지만, 외국계는 불합리한 기업활동 제한에 명예훼손이나 손해배상 소송에 나서기 일쑤다.

    퀄컴이나 구글 등이 한국공정위의 처분에 대해 소송에 나서고 있지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행위다. 하물며 식음료 기업이고 보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이후 프랜차이즈의 횡포나 갑질에 대해 유례없이 강한 대응에 나서고 있어도 아직까지 외국계 기업이 법적 처분을 받은 사례는 없다.

    업계 일각에서는 외국기업 규제를 무역분쟁과 연계시켜 이해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과 거리가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6일 "투자시점에서는 외국계 회사에 대한 차별이 국제무역기구 제소대상이 되지만 일단 국내에 법인을 설립하고 나면 타 국내법인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외국기업의 부당한 가격인상을 제재한다 해도 국제무역분쟁의 대상이 되지는 않다는 설명이다.

    국내기업이나 해외기업이나 먹거리의 가격을 올리게 되면 소비자에게 부담이 돌아가는 것은 다르지 않다. 그런데 토종기업들은 매번 "애꿎은 국내기업만…"이라며 볼멘소리를 하는 것은 변함없는 현실이다. 힘없는 국내 식음료 기업들이 주로 잡도리의 대상이 되다보니 '국내기업 역차별'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아무리 잘해도 영업이익률 2~5%, 마진이 박한 식음료기업에겐 가격이슈가 수익의 크기를 결정짓는 결정적인 변수이기도 하다. 구조적인 인구감소 국면으로 접어든 이후 식음료업체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지금, 물가당국이 손쉬운 방편인 토종기업만 너무 들볶는 것은 아니냐는 말들이 많다. 가격결정 메커니즘의 핵심은 수요와 공급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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