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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지적장애 13세 '하은이' 성폭력男 재수사…검찰 불기소 후 잠적



사건/사고

    [단독] 지적장애 13세 '하은이' 성폭력男 재수사…검찰 불기소 후 잠적

    잠적했던 6번째 피의자 3년 만에 소환…이번엔 성폭행 인정될까?

    13세 지적장애아에게 닷새 동안 차례로 성폭력을 저질렀던 6명의 남성 가운데 1명이, 3년 전 검찰 수사과정에서 잠적했던 것으로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확인됐다.

    최근 이 남성의 소재가 파악돼 재수사가 착수됐는데 장애아동에게 성매수녀라는 낙인을 찍었던 수사기관과 법원이 이번에는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 무혐의 처분 후 2번째 재수사

    하은(가명·당시 13세)이가 실종 당시 신었던 신발과 매일밤 끌어안고 자던 곰인형(사진=하은 어머니 제공)

     

    지적장애를 갖고 태어난 '하은이(가명·당시 13세)'가 닷새 동안 6명의 남성에게 잇달아 성폭행 등을 당한 건 지난 2014년 6월이었다. 인천의 한 공원에서 두 눈이 풀린 채 발견된 하은이는 2년여간 '자발적 매수녀'라는 오명을 써야 했다. 경찰과 검찰, 형사재판부와 1심 민사재판부까지 사건을 성폭행이 아닌 성매매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16. 5. 12 [단독]지적장애 13세 하은이, '성매매女' 낙인찍힌 사연 등)

    사건이 세간에 알려져 공분을 사자 상급심 재판부는 "하은이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며 뒤늦게 판결을 뒤집었다. 아이는 그제야 주홍글씨를 씻어낼 수 있었다. 6명의 남성 중 5명의 재판은 최근에야 모두 종료됐다.

    그러나 6번째 피의자 A 씨의 경우 지난 2014년 말 다른 가해자 5명이 기소될 당시 '무혐의' 처분을 받은 뒤 최근까지 잠적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은이 측 항고 이후 상급기관인 대구고검에서 수사가 미진했다며 재수사(재기수사) 명령을 내렸으나, 피의자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으면서 관련 수사는 3년간 멈췄있었다.

    수배 중이던 A 씨는 대구 모처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지난해 9월 확인됐다. 의정부지검으로부터 사건을 다시 넘겨받은 대구지검은 A 씨에 대한 2번째 재수사에 착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형평성 등을 고려해 아직 체포영장을 청구할 계획은 없다"면서 "조만간 A 씨를 불러 혐의여부를 다시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작 처리됐어야 할 사건이 미진했으니 앞으로라도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해명했다.

    ◇ 성폭행이 아닌 "성매매 증거 불충분"

    (사진=자료사진)

     

    검찰과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항고이유서 등에 따르면, 당시 검찰이 혐의없음 처분을 내린 건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상 성매수 혐의로 기소할 만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잠을 재워주겠다"며 갈곳없는 하은이를 경기 의정부 자신의 집으로 유인한 뒤 범행을 저지른 A 씨에게 성폭행이 아닌 성매매 혐의를 적용했다가 기소를 포기한 것. 그러다 "상대도 원한 것이었다. 측은한 생각이 들어 집에서 치킨 등을 시켜주기도 했다"는 A 씨의 진술 등을 토대로 잠자리와 음식 제공에 성매매에 해당할 정도의 대가관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하은이 측 법률대리인은 아이의 지능지수(IQ)가 70 정도에 해당하고 일상생활에서는 7세 수준에 해당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아청법상 장애인 등 간음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며 항고했다.

    이는 최근 상급법원이 다른 가해자들에게 하은 모녀에 대한 손해배상을 선고하면서 "아이의 성적 가치관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는 판결의 근거로 들었던 사실이었다. 이에 따라 서울 송파구의 한 모텔에서 유사성교를 시켰던 B 씨는 1200만 원을 배상했고, 경기 의정부에서 성관계했던 C 씨도 치료비 등의 명목으로 500만 원을 지급해야 했다.

    ◇ "이제야 일상복귀…성매매 말도 안 돼"

    (사진=자료사진)

     

    검찰은 일단 마지막 피의자 A 씨에 대해 아청법상 성매수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사자와 관련 인권단체는 성매매 혐의의 경우 비교적 처벌이 가볍고 피해자에게 책임을 일부 전가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하은이 모친은 "이제야 그나마 일상에 복귀해 남들처럼 살아가고 있지만 도망친 1명이 자꾸 마음에 걸렸었다"며 "성매매는 말도 안 된다. 반드시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3년여간 피해자 상담과 법률지원을 이어온 인권단체 '십대여성인권센터' 조진경 대표는 "재수사는 당연히 장애인 간음 혐의로 진행해야 한다"며 "애초 판결이 엇갈리고 황당한 해프닝이 벌어졌던 이유는 수사기관에서 첫 단추를 잘못 꿰었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아울러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근본적으로는 청소년들이 성인 남성하고 대등한 차원에서 범법행위를 한다고 보는 아청법의 성매매 독소조항을 폐기해야 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도 동의한 바 있는 개정법안이 하루빨리 통과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17. 8. 1 인권위 "성매매 대상 아동·청소년, 범죄자→피해자로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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