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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면 다냐?'…끊이지 않는 직장 내 성희롱



사회 일반

    '상사면 다냐?'…끊이지 않는 직장 내 성희롱

    [갑질리포트 ②]

    CBS노컷뉴스는 우리 사회 각계에 만연한 각종 '갑질' 양상을 살펴보고 해법을 모색하는 기획 리포트를 마련했다. 이날은 두 번째 순서로 직장 내 성희롱 실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갑질 리포트
    ① 유통업계 코끼리 이마트, 가맹점주에게 강제 인수 종용 의혹
    ② 끊이지 않는 직장 내 성희롱 '상사면 다냐'
    (계속)
    올 한 해 대구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과 성추행이 끊이지 않았다.

    (사진=자료사진)

     

    지역 대표 기업인 대구은행을 비롯해 곳곳에서 피해자가 속출했다.

    작금의 사태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가해자는 간부, 피해자는 사회초년생이거나 비정규직이라는 것.

    성희롱이 '갑질'의 한 양상으로 분류되는 까닭이다.

    작장 성희롱 역시 회사내 지위를 이용해 아랫사람에게 언어적, 신체적 폭력을 거리낌없이 행사하는 갑질에 해당한다.

    ◇ 강제 입맞춤에 음란 사진 전송까지… '상사면 다냐'

    올해 초 대구은행에서 파견직으로 근무하던 여직원 3명이 간부들에게 몹쓸 짓을 당했다.

    지난 7월 대구은행 여직원 2명은 회식 중 강제 입맞춤을, 또 다른 여직원은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피해자들은 일을 시작한 지 2년이 채 안 된 파견직인 반면 가해자들은 모두 은행의 고위 간부였다.

    직장을 잃을까 두렵고, 회사 안팎에 소문이 돌아 2차 피해를 입을지 걱정돼 피해자들은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고용 안정이 담보되지 않는 이들에게 상사는 자신들의 생사를 틀어쥔 '갑'이기 때문이다.

    가해자들은 이를 교묘하게 이용해 성희롱과 성추행을 수차례 반복했다.

    (사진=자료사진)

     

    상사의 몰상식한 행동이 무려 8년 동안 반복된 직장도 있다.

    대구 성서농협의 경우 직원 100여명 중 40명이 상사의 도 넘은 갑질을 호소했다.

    직원들에 따르면 성서농협 간부인 A(52) 팀장은 직원들에게 성희롱과 손찌검을 일삼았다.

    A 팀장은 한 여직원의 SNS에 음란 영상을 수차례 보내며 회답을 요구했고 일부 여직원들에게는 사적으로 만나자고 강요했다.

    남직원에게도 근친상간을 권하는 막말을 대수롭지 않게 했고 뺨을 때리는 등 폭력을 가하기도 했다.

    참고 견디길 반복하던 직원들은 '도저히 못참겠다. 상사면 다냐'고 분통을 터뜨리며 8년 만에 힘겹게 용기를 냈다.

    ◇ 피해자가 또 상처 받는 직장 구조

    그렇다면 피해자들은 왜 그런 일을 당했을 때 곧바로 털어놓지 못했을까.

    성희롱 사건이 수습되는 일련의 과정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수습 과정에서 회사와 가해자가 피해자들의 상처를 덧나게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성서농협 인사위원회는 지난 7월 A 팀장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고 해직 처분을 내렸지만 얼마 안 가 결정을 뒤집었다. 징계 수위를 정직 6개월로 대폭 낮춘 것이다.

    노조가 거세게 비판하고 언론이 해당 사건을 보도하고 나서야 회사는 A 씨에 대한 징계 수준을 해직으로 원상 복귀시켰다.

    전국협동조합노조 추민석 교육국장은 "인사위원회가 진작에 합당한 징계를 내리고 피해자들을 A 팀장과 분리했다면 피해자들의 상처는 더 빨리 아물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자료사진)

     

    ㈜한국 OSG에서도 초기 수습이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였다.

    한국 OSG에서는 상임이사를 겸임하는 고충처리위원장 B 씨가 20대 직원 3명을 성희롱하고 성추행한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4월 불거진 문제였지만 회사는 석 달 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7월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이 시정조치를 내렸음에도 수일간 침묵했다.

    노조가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가 사건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조사를 미뤄왔고 강압에 의한 설명회 자리를 마련해 변명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하자 그제서야 가해자를 징계 처분했다.

    하지만 징계 수위가 정직 2개월에 전보 조치로 결정나면서 가해자인 B 씨를 너무 봐준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무엇보다 B 씨가 회사에 계속 남게 돼 훗날 가해자와 피해자와 또 다시 같이 근무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 곳곳에 숨은 성희롱…"믿고 털어놓을 곳 있어야"

    한국 OSG에서는 B 씨 사건을 조사하던 중 회사 내 또 다른 성희롱 가해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 이사가 회식 후 여직원들을 강압적으로 노래방에 데려가 원치않는 신체 접촉을 했다는 제보가 잇따른 것이다.

    한국 OSG 노조 차차원 지부장은 "이후 가해자는 감봉 징계를 받았다. 우리 주위에서 상사가 부하직원을 성희롱하는 일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성희롱, 성추행 사건은 드러나지 않았을 뿐 지역사회에 만연하다. 특히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한 '성희롱 갑질'의 경우 터지지 않은 시한폭탄과 같다.

    여성단체들은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가감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창구가 있어야 성희롱 발생 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가해자를 즉각적으로 처벌해야 피해 확산을 막을 수 있고 구성원들이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구여성회 신미영 상담실장은 "가해자들은 대부분 정규직, 그 중에서도 간부가 많고 피해자들은 대부분 20대이거나 사회초년생이기 때문에 회사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실태조사를 하고 상담을 진행하면 피해자들이 사실대로 털어놓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 실장은 "회사 내 성평등 상담실, 인권센터에 외부 여성·인권단체가 참여해야 피해자들이 속 얘기를 할 수 있다. 대구은행은 뒤늦게 인권센터를 만들긴 했지만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안다.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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