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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유럽 "확률형 아이템은 도박"…게임업계 '화들짝'



IT/과학

    美·유럽 "확률형 아이템은 도박"…게임업계 '화들짝'

    "어린이·청소년 보호해야" 목소리 커져…유럽·美 실태조사·규제법 마련 나서

     

    게임 업계의 단골 캐시카우(cash cow)로 각광받는 확률형 랜덤 아이템 '루트박스(loot box)'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게임 내에 현금결제를 유도한 뒤 상자에서 특정 아이템을 확률로 뽑는 '루트박스'가 게임 및 도박 규제당국의 조사를 받거나 규제 법률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으로 확산되고 있어 국내외 게임 업계의 행보가 주목된다.

    벨기에 게임위원회(Gaming Commission)는 22일(현지시간) 이처럼 랜덤 아이템 상자를 현금으로 구입하도록 한 뒤 특정 아이템을 확률로 뽑는 방식이 도박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 벨기에 게임위 "확률형 아이템은 도박 규정" 파장

    코엔 긴스(Koen Geens) 벨기에 법무장관은 VTM Nieuws와의 인터뷰에서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도박성 게임을 제공하는 것은 정신 건강에 해롭다"며 "유럽 ​​전역으로 금지령을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최대 게임 개발사인 EA가 신작 '스타워즈 배틀 프론트2'를 출시하면서 게임내 다양한 소액결제 옵션과 랜덤 박스, 소액결제로 조기에 해금 가능한 옵션을 대거 삽입하자 사용자들로부터 게임 밸런싱 붕괴와 도박에 가까운 사행성이 과도하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비난 여론이 커지자 EA는 게임내 현금결제 기능을 일시적으로 제거해 출시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는 게이머의 플레이를 통해서만 루트박스를 얻을 수 있도록 조정한 상태다.

    긴스 장관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유럽연합(EU)과 협력해 이같은 기능을 완전히 금지하는 규제법안을 제정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게임 커뮤니티의 풍자 이미지

     

    영국 정부는 앞서 지난달 중순 '인터넷 안전 전략' 계획을 발표 한 직후 도박성향 게임에 대해 도박 규제 기관인 영국 도박위원회와 함께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운영하는 온라인 민원 사이트 '페티션(Petitions)'에 '어린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비디오 게임의에 도박성향 콘텐츠를 도박 법으로 규제해달라'는 청원에 1만5천 명 이상이 서명한 뒤 나온 조치다.

    영국 정부는 성명에서 구체적인 대응방법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향후 정부가 아이들을 이러한 피해로부터 보호 할 것을 약속한다"며 "도박을 통해 아이들이 피해를 입거나 착취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야말로 도박 법의 핵심이자 무엇보다도 우선해야 할 목표"라고 강조했다.

    특히 게임 내 아이템을 쉽게 현금화 하거나 현실적인 가치를 가진 콘텐츠와 교환 할 수 있는 일부 게임들은 분명히 도박 법에 의한 아동의 보호와 엄격한 요구 사항의 준수가 필요하다고 명시해 게임 업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다만 카지노와 경마 등 직접적인 도박성향의 사행성 시뮬레이션과 달리 게임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되어 있다면 유럽 비디오 게임 콘텐츠 등급 시스템(PEGI)의 기준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비디오(게임) 규격위원회(VSC)와 PEGI가 함께 등급 기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도박위원회와 함께 e스포츠 및 비디오 게임과 관련된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도박성 여부를 조사하고 있으며, 곧 그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설명했다.

    ◇ 유럽, 확률형 랜덤 아이템 도박으로 규제 움직임…"아동·청소년 지켜야"

    프랑스도 게임 내 확률형 랜덤 아이템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프랑스 의회의 제롬 듀란(Jérôme Durain) 상원의원이 온라인 도박위원회(ARJEL)에 강력한 규제를 촉구하는 편지를 보낸 사실이 지난 16일 공개됐다.

    듀란 의원은 편지에서 '스타워즈 배틀 프론트2'와 같은 게임에서 루트박스 소액결제 규모가 커지고 있다며 이로 인한 이용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과금을 많이 한 유저가 이기는 게임 시스템(pay-to-win)과 루트박스는 도박의 한 형태로 간주될 수 있다"며 "중국에서는 오버워치 게임을 비롯해 게임 내 루트박스에 대해 이미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듀란 의원은 디지털 장관과 게임 소비자 및 개발자 단체, e스포츠 단체와도 이 문제를 협의 했으며 프랑스가 행동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규제 법안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유력 정치인인 크리스 리(chris lee) 미 하원의원은 '스타워즈 배틀프론트2'가 스타워즈 테마의 온라인 카지노와 다를 바 없다며 'EA는 포식 동물과 같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하와이 주도 출신인 리 의원은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심리적으로나 감정적으로 도박(Gamble)을 할 정도로 성숙되지 못한 미성년자들이 온라인 게임 비용으로 수천달러를 쓰도록 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며 "약탈에 가까운 이런 게임들을 미성년자에게 판매하는 일을 금지해야 한다. 다른 주와도 도박성향이 포함된 게임의 미성년자 대상 판매 금지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들은 당장 입법 절차를 밟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리 의원 출신지인 하와이 주도에서 먼저 시작되면 다른 주로 빠르게 확산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과 캐나다의 게임 등급 분류 심사를 담당하는 비영리 자율규제 단체(ESRB)는 PEGI와 마찬가지로 "랜덤 박스는 도박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 과도한 현금 유도 아이템…논란 있지만 공론화는 안되는 韓 게임

    확률형 아이템 문제는 한국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대한체육회 국정감사에서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게임 시장이 PC에서 모바일로 옮겨지면서 더 많은 이용자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지만, 확률형 아이템에만 유독 제약이 없는 것이 의문이라며 "확률형 아이템은 도박"이라고 지적했다.

    손 의원은 "초등학생들까지 부모 몰래 수천만 원을 투자하는 잘못된 방법으로 모바일게임에 빠져있다"며 "현재 한국 게임산업은 '배틀그라운드'와 같은 뛰어난 게임을 개발할 능력이 넘치는데도 확률형 게임에 빠져서 제대로 된 게임을 만들고 있지 않다"고 질타했다.

    답변에 나선 게임물관리위원회 여명숙 위원장은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임기 3년 내내 계속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여 위원장은 "게임물관리위원회에는 현금이 투입되는 거래소 등에 청소년이용불가등급 판정을 내리고 있지만, 등급판정과 사후관리 외에는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움직일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지난 3년간 이용자와 가족 보호 그리고 게임 생태 정상화라는 기관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의견을 냈지만, 고칠 수가 없었다. 게임 이용자 100명 중 99명이 사행성이라고 하는데도 고칠 수가 없다. 자율규제는 허구다. 거기서 시장의 정상화를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자율규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여 위원장은 또,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3대 게임 업체의 매출 비중에 대한 손 의원의 질의에 "거의 대부분의 매출이 확률형 아이템이 차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각종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여 위원장의 지적에 동의하는 의견들이 쏟아졌다. 시스템적으로 현금을 많이 투자 할 수 밖에 없는 확률형 아이템이나 과도한 과금제를 비난하는 목소리였다.

    여 위원장은 이날 '게임계 4대 국정농단 세력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뒤 논란에 휩싸였다가 사과하기도 했다. 게임업계에서 여 위원장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드세지만 거론된 전병헌 전 정무수석은 현재 롯데홈쇼핑으로부터 방송 재승인 관련 3억여 원의 뇌물을 수수하고 회장·명예회장을 지내며 지배력을 행사한 한국e스포츠협회에 후원금을 내게 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한편,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외적으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이슈가 불거지며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며 "업계에서는 규제 강화로 이어질 경우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입장이 크다"고 말했다.

    한 게임 개발사 관계자는 "과금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딱히 드릴 입장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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