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지원금 노린 무리한 '실적 쌓기'…멍드는 지역 무용계



부산

    지원금 노린 무리한 '실적 쌓기'…멍드는 지역 무용계

    [지역 무용계 갑질 기획 ③] 무용계 악습, 결국은 '돈' 때문

    빛나는 조명 아래 화려한 몸짓으로 관객들의 박수 갈채를 받는 무용수들. 하지만 이 현란한 무대 뒤에서는 신인 무용가들이 메마른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부산CBS는 모두 4차례에 걸쳐 지역 무용계에서 일어난 갑질 횡포에 대해 기획 보도한다. 세 번째로 지역 무용계에 각종 갑질 행태가 만연하게 된 원인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기획] 지역 무용계의 갑질 횡포
    ① 무대에는 없는데 명단에는 있다…젊은 무용인의 눈물
    ② "내가 만든 무대인데…" 공연 뺏긴 젊은 무용가의 몸짓
    ③ 지원금 노린 무리한 '실적 쌓기'에 멍드는 지역 무용계
    (계속)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부산무용협회를 비롯한 지역 무용계에 대한 부산시의 지원은 부산문화재단을 통해 이뤄진다.

    부산문화재단은 부산지역 각 문화 부문별로 '특성화지원사업' 공모를 통해 국비와 시비를 문화인들에게 지원하고 있다.

    매년 12월 공개모집을 통해 사업계획서를 접수한 뒤 심사를 거쳐 선정한 단체나 개인에게 사업비 또는 공연비 중 일부를 지원하는 형태다.

    2017년 부산지역에서는 모두 2억1800만 원 상당의 예산이 무용 관련 23개 개인과 단체에 지원되고 있다.

    지원 금액은 행사 규모나 성격에 따라 다른데 일반적으로 사업당 500만 원에서 1500만 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공모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최근 3년 동안 반드시 3건 이상 공연 등 지역 활동 실적이 있어야 한다.

    문제는 이 실적을 증빙하기 위해 제출하는 자료가 행사 관련 안내 책자 등 홍보물뿐이라는 점이다.

    부산문화재단의 사업모집 공고를 확인해보니, 공연 및 무용 행사의 지원자는 '포스터, 팸플릿, 언론보도, 행사 사진 등에 대한 이미지 자료'를 제출하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 때문에 실제 공연 연출 여부나 극단 구성원 등은 제대로 확인할 길이 없는 상황이다.

    다른 지역 단체 등도 상황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용계에서는 일부 무용인들이 이 같은 맹점을 이용해 자신의 이름으로 만든 무용단에서 제자나 후배의 작품을 공연하고, 이를 본인이 직접 연출한 것처럼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역별로 여러 개의 무용단을 만든 뒤 각 지역에서 이 같은 수법으로 공연 실적을 쌓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부산에서 활동 중인 무용가 A 씨는 "각종 공연이나 경연대회 등에 특정 무용단 이름을 달고 나가지만, 실제로는 무용단 소속이 아니라 공연 때마다 모이기를 반복하는 임시 조직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 과정에서 특정 무용가들이 연출 또는 안무가로 이름을 올린 뒤 최종 안내 책자를 인쇄해 이를 자신의 실적으로 보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무리한 실적 쌓기에 급급해 제자나 지인을 공연에 동원하고 심지어 대학 재학 중인 학생까지 몰래 무대에 올리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용가 B 씨는 "이미 무용계에서 공연에 올릴 명단을 실제 공연자와 다르게 작성하거나 공연과 무관한 무용가를 동원하는 일은 관행처럼 자리 잡았다"며 "특히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이나 후배를 동원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구조가 이렇다 보니 젊은 무용가들 역시 큰 공연에 참여하거나 이후 직접 무대를 기획하기 위해서는 선배나 스승의 눈치를 보고 숨을 죽일 수밖에 없다는 게 무용계의 분위기다.

    결국, 허술한 지원 관리와 기형적인 구조가 이처럼 젊은 무용가를 눈물짓게 만드는 갑질 문화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