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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무대인데…" 공연 뺏긴 젊은 무용가의 몸짓



부산

    "내가 만든 무대인데…" 공연 뺏긴 젊은 무용가의 몸짓

    지역 무용계 갑질 기획 ②. 제자가 만든 공연이 스승 이름으로 무대에

    빛나는 조명 아래 화려한 몸짓으로 관객들의 박수 갈채를 받는 무용수들. 하지만 이 현란한 무대 뒤에서는 신인 무용가들이 메마른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부산CBS는 모두 4차례에 걸쳐 지역 무용계에서 일어난 갑질 횡포에 대해 기획 보도한다. 두 번째로 공들여 연출한 공연이 사실상 스승의 작품으로 둔갑하는 모습을 지켜만 봐야 하는 젊은 무용가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편집자 주]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무대에 오르는 무용수 명단을 놓고 소동이 일었던 지난달 부산의 한 무용 공연.

    당시 선보인 공연은 지난해 11월 부산무용협회가 젊은 안무가를 발굴하기 위해 개최한 대회에서 입상한 작품이었다.

    주최 측이 올해 초 이 행사를 기획하며 지난해 입상한 신인 무용가 A씨에게 무대 기회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공연을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공연을 3개월 앞둔 지난 3월에 나온 행사 안내 책자에는 A씨가 아닌 A씨의 스승이자 무용단장인 김 모씨가 연출자로 이름을 올렸다.

    "당연히 선생님의 도움과 지도가 있었지만, 작품은 제가 안무를 맡아 출품했고 입상까지 한 게 맞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공연에서 저는 안무나 연출이 아닌 출연진 중 한 명으로 나와 있어 너무 당황했어요."

    억울하고 황당한 일이었지만, A씨는 이렇다 할 항의조차 할 수 없었다.

    "사실, 올해 초 협회 측으로부터 지난해 작품을 무대에 올리자는 제안을 받은 뒤 이를 선생님께 알렸고, 그 후로는 공연을 어떻게 준비할지 이야기조차 없었습니다. 황당하고 억울한 마음이었지만 공연이 눈앞에 다가온 상황에서 별다른 수가 없었습니다"

    젊은 무용가들이 이처럼 자신이 공들인 작품을 '빼앗긴' 사례는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었다.

    대학 졸업을 앞둔 B씨는 지난 3월 시작한 한 축제에 개인 무대를 마련해주겠다는 제안을 스승 김씨로부터 들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큰 행사에 개인의 이름을 걸고 연출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만큼 B씨는 다른 일을 제쳐두고 공연 준비에 몰두했다.

    별도의 지원비가 없었기에 무대 준비에 필요한 돈 수백만 원도 B씨의 사비로 마련했다.

    "졸업을 앞둔 시점에서 개인 작품을 선보일 기회는 흔하지 않습니다. 특히 이런 큰 무대에 작품을 올리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에요. 그래서 공연 준비에만 몰두했습니다. 지원비도 별도로 없다고 해 사비까지 털었습니다"

    하지만 공연을 불과 며칠 앞두고 확인한 안내 책자에는 역시 스승인 김씨의 이름이 연출가로 올라가 있었다.

    공연을 무사히 마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 B씨는 예정대로 무대에 올라 공연을 끝냈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과 달리 B씨에게 남은 것은 경력과 경험이 아닌 상처와 실망뿐이었다.

    "공연은 성공적으로 끝냈지만, 사실상 선생님이 연출한 공연으로 나가고 나니 남는 것은 허탈함 뿐입니다. 경험과 경력, 성취감이 남아야 할 무대의 끝에 상처만 받고 배신감마저 들어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김씨는 지난달 공연의 경우 A씨의 부탁을 받고 본인이 직접 연출했으며, B씨의 사례는 주최 측의 실수로 오해가 생긴 것 뿐이라고 반박했다.

    김씨는 "제자인 A씨로부터 지난해 연출한 공연이 15분 분량으로 따로 무대에 올리긴 짧아 이를 1시간으로 늘여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며 "B씨의 작품은 당시 주최 측이 안내 책자를 만들며 잘못 표기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공연을 앞두고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생긴 오해일 뿐이다"라며 "당사자들과 직접 연락해 실수에 대해서는 사과하고, 오해는 이미 풀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믿었던 스승에게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작품을 빼앗긴 젊은 무용수들은, 하소연할 곳도 없이 스스로 상처를 싸매고 또다시 다음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지역 무용계 갑질 기획" 기사 관련 반론보도문
    노컷뉴스 7월 10일자 [무대에는 없는데 명단에는 있다…젊은 무용인의 눈물] 및 7월 11일자 ["내가 만든 무대인데…"공연 뺏긴 젊은 무용가의 몸짓] 제하의 기사에 대해 기사의 당사자인 부산지역 무용단장인 김모씨가 아래와 같이 반론해 왔습니다.

    첫째, "공연 주최측에서 지난해 입상한 신인무용가 A씨에게 공연 기획을 의뢰했으나 김씨가 연출자로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는 보도에 대해 김씨는, 해당 공연은 주최측에서 작품을 대상으로 의뢰한 것이며, 해당 작품은 애초부터 자신이 안무한 것으로, 지난해 15분길이로 발표한 것을 1시간 길이로 재편성하여 새롭게 발표한 것이고, 이는 무용협회 관계자도 확인해 준 사항이라고 밝혀왔습니다.

    둘째, "다른 신인 무용가 B씨가 3월 시작한 축제에 개인 무대를 마련해주겠다는 제안을 김씨로부터 듣고 수백만원의 사비를 들여 준비했으나 안내 책자에는 스승인 김씨의 이름이 연출가로 올라가 있었다"는 보도에 대해 김씨는, 해당 축제는 연극제로서 주최측에서 개인 명의가 아닌 단체명을 기재할 것을 요구했으므로 두 명의 제자를 대표하는 의미에서 자신의 이름을 안무가가 아닌 연극의 '연출자' 개념으로 기재했던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씨는 또 B씨가 안무한 작품임이 팜플렛에 정확하게 기재되어 있었으나, 일부 팜플렛이 잘못 제작되어 오해가 발생했을 뿐이라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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