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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영애 '잘못된 치과치료'로 사망?…치과의사 주장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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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김영애 '잘못된 치과치료'로 사망?…치과의사 주장 논란

    "암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되는 '근관치료' 한 듯"…고인 죽음 악용 비판

    지난 9일 췌장암으로 별세한 배우 고 김영애 씨의 발인식이 11일 오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한 치과의사가 배우 김영애 씨의 죽음을 두고 "잘못된 치과 치료에 원인이 있다"는 주장을 펴 논란이 일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주장 이면에는 자신의 치과술 홍보 등을 위한 저의가 숨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고인의 죽음을 악용했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서울 서초동에서 치과의원을 운영 중인 황모 원장은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영애 씨의 사진을 올리고, 김 씨가 최근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사실을 언급하면서 "사진을 보니 왼쪽 치아는 모두 신경치료(근관치료)를 한 것이 확실하다"며 글을 이었다.

    "앞니도 모두 근관치료를 한 듯합니다. 근관치료는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중략) 근관치료가 된 치아에 서식하는 진지발리스균은 소화기 암을 일으킵니다. 앞으로 잘못된 치과 치료로 더 이상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억울하게 사망하는 일이 없어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근관치료는 충치 등으로 통증이 있을 때 치수(치아 뿌리 안쪽 혈관·신경이 모여 있는 곳)를 제거하고 그 공간에 다른 재료를 넣어 밀봉해 치아 기능을 유지시키는, 널리 보급된 치과술이다. 황 원장은 이러한 근관치료가 암을 유발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대해 자신을 "근관치료를 전공한 치과의사"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해당 글에 대한 댓글에서 "근관치료가 암을 유발한다고 추정하셨는데요. 전 지금까지 공부를 하면서 그런 근거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라며 "지금 하신 말씀은 '근관치료를 하고 있는 치과의사들은 살인자이거나 아주 무식한 부류'라는 뜻인가요?"라고 지적했다.

    11일 오후 내내, 근관치료가 암을 유발한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를 듣기 위해 황 원장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끝내 닿지 않았다.

    (사진=치과의사 황모 원장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익명을 요구한 한 치과 개원의는 이날 CBS노컷뉴스에 "근관치료를 부정하는 것은 임플란트를 하라는 의미로 들린다. 그렇게 의심을 살 수밖에 할 수 없는 정황"이라며 "근관치료로 암이 발생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궁금하다. 너무 말이 안 되는 주장에 기가 막힌다"고 전했다.

    실제로 황 원장의 페이스북 메인 화면에는 '임플란트의 위대한 신화가 시작된다' '이 시대에 진정한 이노베이션을 넘어 과학의 이름으로 탄생한 임플란트!' '전신질환 예방 임플란트' 등 임플란트 시술을 홍보하는 문구가 노출돼 있다. 논란을 낳은 해당 글의 댓글에서도 스스로 "구강세균 중 유해한 혐기성 세균이 전신질환을 유발합니다. 건강한 치아에는 없죠. 현재 가장 좋은 방법은 원인을 제거해야 하는데 감염된 환경을 가진 원인치아 제거가 제일 좋은 방법이자 유일한 방법"이라며, 사실상 임플란트 시술을 홍보했다.

    김각균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구강미생물학·면역학 교수는 11일 "한숨 밖에 안 나오는 주장"이라며 "무슨 근거로 그러한 허무맹랑한 주장을 펴는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암이 발생하는 메커니즘은 DNA 등 유전형질의 변화 때문이라는 것이 비교적 소상하게 알려져 있다.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는 화합물 등은 직접 유전형질에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것이 본질이다. 하지만 (황 원장이 주장하듯이) 세균 감염에 의해 (암을 유발하는) 유전형질의 변화를 '직접' 가져오는 메커니즘은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김 교수는 "치과에서 근관치료를 도입한 지 얼마나 오래 됐는데, 그러한(근관치료가 암을 유발한다는) 주장이 나왔다면 근거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며 한 일화를 소개했다.

    "꽤 오래 전, 영국의 한 대형 학술지에 '백신이 자폐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 논문이 실렸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안하겠다'고 나서면서 어마어마한 후유증이 생겼다. 유력 지식인들도 이에 동참하면서 그러한 흐름이 확산됐다. 전체 인구 가운데 면역력 없는 사람이 20% 이상 증가하면 실제로 병이 유행하기 시작한다. 지난 시절 국민들이 홍역 백신 접종을 거부했던 미국의 경우, 나중에 대학 등을 중심으로 홍역이 집단 발병했다는 보고가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수십년에 걸친 연구를 통해 '백신이 자폐를 유발한다'는 주장은 돈이 걸린, 발표자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고 밝혀졌다. 하지만 이미 사회에 커다란 해악을 끼친, 엎질러진 물이다. 그래서 위험하다"

    그는 "터무니없는 주장이 나올 때, 그에 대한 학계 등 전문가 집단의 검증 등을 통해 '자율규제'를 가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자율규제를 두고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다'는 식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하다"며 "자율규제에 대한 전통히 강한 미국, 영국 등에서 최근 들어 그 강도와 '자율규제가 잘 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부의 감시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역시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근관치료가 암을 유발한다는 주장의 경우에도 당연히 과학적인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저는 그러한 근거가 있다는 것을 아직까지 들어보지 못했다"며 "치과의사협회가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든, 전문가 집단에서 사태를 파악하든 그 근거를 명명백백하게 밝혀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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