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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의 비밀: 미각은 어떻게 인간 진화를 이끌어왔나>



책/학술

    <미각의 비밀: 미각은 어떻게 인간 진화를 이끌어왔나>

     

    <미각의 비밀:="" 미각은="" 어떻게="" 인간="" 진화를="" 이끌어왔나=""> 의 저자 존 매퀘이드는 맛의 유래와 미래, 그리고 그 변화의 이유에 대해 과학기술, 철학, 문학적 측면을 종합해 풀어낸다.

    저자는 이 책에서 주방과 슈퍼마켓, 농장, 레스토랑, 거대 식품 회사, 과학 연구실을 직접 방문하고 탐사하면서 지금도 계속 드러나고 있는 향미 개념과 앞으로 수십 년 사이에 우리의 미각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양한 방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과학 연구를 소개한다. 즉, 유전자가 우리의 미각을 어떻게 빚어냈는지, 숨어 있는 맛 지각이 우리 몸의 모든 기관과 계에 어떻게 파고드는지, 마음은 다섯 가지 감각이 보내온 향미와 우리 몸의 대사 계들에서 보내온 신호를 어떻게 모아서 결합하는지, 단맛이 즐겁게 느껴지는 이유와 그것의 위험한 중독성, 왜 같은 음식인데도 어떤 사람은 역겨움을 느끼고 어떤 사람은 즐거움을 느끼는지, 현대인의 극단적인 맛에 대한 집착이 뇌에 대해 무엇을 알려주는지 등을 설명한다.

    먼저 저자 존 매퀘이드는 지구상에서 미각이 탄생하는 과정을 다음 다섯 단계로 설명한다. 1) 체계적으로 먹이를 잡아먹기 시작한 단계 2) 냄새를 통해 먹이를 사냥하게 된 단계 3) 뇌의 신피질의 발달로 맛이 뇌의 영역에서 감각과 기억과 행동 전략의 신경 패턴이 새로운 사건을 통해 끊임없이 갱신되고 형성되게 만든 단계 4) 3색 시각의 등장으로 후각이 밀려나고 시각이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된 단계 5) 불을 사용해 조리를 함으로써 미각과 후각, 시각, 청각, 촉각이 향미 감각으로 합쳐지게 된 단계.

    “우리의 조상 원숭이들이 열매를 우적우적 씹어 먹고 있을 때, 자연 선택은 다른 포유류의 미각을 아주 급진적으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했다. 둘 다 육지에서 진화한 고래와 돌고래는 바다로 돌아갔을 때 단맛과 쓴맛, 신맛, 감칠맛을 느끼는 능력을 읽고 오직 짠맛을 느끼는 감각만 남았다. 아마도 물고기를 통째로 삼켜 맛을 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육식만 하는 고양잇과 동물들은 단맛에 무감각해졌다. 그리고 자이언트판다의 조상들은 육식을 포기하고 대나무로 식성을 바꾼 뒤에는 더 이상 감칠맛을 느낄 수 없게 되었다. 인류의 출현은 예상 밖의 상황 전개가 연속되면서 일어난 특이한 사건이다. 만약 지리적 조건과 서식지, 자연 선택, 그리고 운이 모두 정확하게 딱 들어맞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지금 이곳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57쪽)

    “호모 사피엔스의 신체가 제대로 굴러간 한 가지 주요 이유는 큰 뇌가 더 훌륭하고 맛있는 음식물을 만들도록 도왔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은 훌륭한 기술을 가진 사냥꾼과 요리사가 됨으로써 신체적 결함을 보완했다.”(62쪽)

    “뇌가 커지자 자연 선택은 입속과 코안을 포함해 사람의 머리 전체를 재설계했다. 후각은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했다. 대부분의 포유류는 가로판이라는 뼈가 코안을 둘로 나눈다. 음식물을 씹으면 입 뒤쪽에서 향이 퍼지지만, 이 뼈가 향이 코안으로 들어오는 걸 막아 동물은 주변 냄새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그런데 유인원은 진화하면서 가로판이 사라졌다. 그리고 사람의 경우, 입에서 비강으로 올라가는 통로가 쪼그라들었다. 그래봤자 그 차이는 몇 센티미터밖에 되지 않지만, 이 덕분에 우리 조상은 향미를 경험하는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다. 음식을 씹을 때, 이 뒤쪽 통로를 통해 향들이 폭포처럼 쏟아지면서 후각 수용기에 도달한다.
    냄새는 점점 확대돼가던 주변 세계에 대한 우리 조상의 인식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했다. 이 해부학적 유산은 아직도 우리에게 남아 있다. 초기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후각망울은 감각이 지각으로 변하는 신피질로부터 불과 시냅스 하나의 거리에 있다. 다른 감각들은 이렇지 않다. 맛 신호는 뇌줄기와 시상하부를 지나 신피질에 이른다. 하지만 냄새는 아무런 여과 과정 없이 즉각 느낄 수 있다. 식사를 하는 동안 냄새가 맛과 그 밖의 감각과 어우러짐에 따라 향미가 생생하게 살아난다.“(68~69쪽)

    그리고 이렇게 진화에 성공을 거둔 이면에서 다른 동물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우리 인류가 가진 미각의 유연성에 대한 설명의 단초를 얻을 수 있다. 우리는 왜 커피나 맥주의 쓴맛 또는 고추나 고추냉이의 매운맛처럼 본질적으로 불쾌한 맛을 선호하는 미각이 그토록 쉽게 발달한 것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 말이다. 성공을 거둔 종은 모두 다 환경에 잘 적응한다. 우리 조상들이 살던 아프리카의 혼돈스러운 자연 환경은 현재의 그것과는 완벽히 다르다. 화산과 강, 호수, 평원, 산봉우리가 여기저기 널려 있었던 아파르 저지대의 아살 호부터 킬리만자로 산까지 다양한 지형이 펼쳐져 있었다. 이렇게 변화가 많은 서식지들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인간은 거의 어느 곳에서도 살아가고 번성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다.

    몸에 독소가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생물학적 경보 시스템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던 쓴맛은 인간 진화에 있어서 미각이 어떤 역할을 담당했는지 고고학적 유물을 통해서가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몸을 통해서 알려준다. 혀에 쓴맛 물질이 닿으면 뇌에 전기화학적 연쇄 반응이 일어나면서 불쾌감을 느끼게 된다. 겉으로 나타나는 결과는 특유의 찡그림이다. 하지만 이 쓴맛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소위 미맹이 있다. 전체 미국 인구 중 4분의 1이 이 미맹이라고 한다. 저자 매퀘이드 자신도 이 쓴맛을 느끼지 못하는 미맹으로, 그는 “어른이 된 후로 맥주와 커피, 브로컬리를 비롯해 그 밖의 쓴 음식을 좋아했다”고 한다. 더불어 미맹은 그 밖의 향미에도 무감각한 경향을 보이는데, 이것은 그 자신이 “양념 맛이 강한 음식을 좋아하고, 훌륭한 와인을 구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지 한 가지 설명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과학자들은 전 세계에서 지난 700만 년 동안 유전적 신호들이 어떻게 전해져 왔는지 추적해왔는데, 쓴맛을 느끼는 형질과 느끼지 못하는 형질은 500만 년도 더 전에 침팬지에게서 맨 먼저 나타났고, 더 최근인 150만 년 전부터 50만 년 전 사이에 초기 인류에게서 나타났는데, 이 시기는 이전의 종들이 초기의 호모 사피엔스에게 밀려나던 무렵이었다. 약 40만 년 전에 공통 조상으로부터 우리와 갈라진 네안데르탈인 역시 쓴맛을 느끼는 사람들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공존했다. 약 10만 년 전에 현생 인류가 아프리카를 떠나 전 세계로 퍼져가기 시작했을 때, 이미 이러한 유전적 변이를 포함하고 있었다. “이 놀라운 여행의 기록은 현재 우리의 맛 유전자에 각인돼 있다. 쓴맛을 느끼는 사람들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로 갈라진 창시자 집단은 그 후손들과 함께 세계 각지로 퍼져나갔고, 오늘날 전체 인류 중 대부분은 두 집단 중 하나에 속한다. 서식지와 기후, 음식, 생존을 위한 도전 과제의 차이가 쓴맛에 대한 민감도를 이런저런 방식으로 조절했다.” 그리고 “이 여행에서 맛이 기여한 작은 역할은 오늘날에도 커피 맛을 느끼거나 슈퍼마켓에서 농산물을 고를 때 그 영향을 미치며, 전 세계에서 음식물의 향미를 빚어낸다.”

    “오늘날 쓴 음식물이 도처에 널려 있는 이유는 쓴맛을 느끼는 우리 몸의 ‘미각’ 때문일지 모른다. 우리는 쓴 화합물이 필요하다. 많은 것은 소량만 섭취하면 몸에 이롭다. (중략) 인류가 지구 곳곳에 정착해 살아가면서 쓴맛에 민감한 사람들은 독소를 탐지함으로써 집단이 살아남는 데 도움을 주었을 수 있다. 반면에 쓴맛에 둔감한 사람들은 새로운 먹거리를 더 많이 맛봄으로써 잠재력이 있는 먹거리를 발견하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것을 권할 수 있었을 것이다. (중략) 우리 몸에 있는 많은 것과 마찬가지로 맛 감각은 유전자와 인생 경험 사이에서 펼지는 일종의 변증법이다.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더 다양한 음식을 맛보게 되면, 뇌에서 혐오감을 담당하는 신경세포들의 네트워크가 변하게 된다. 쓴맛이 점점 부드러운 맛으로 변하는데, 어떤 사람들에게서는 180도 반대로 아주 기분 좋은 맛으로 변한다. 모순을 수용하는 이 능력, 즉 혐오스러운 것도 받아들이는 기묘한 열망은 요리에 생명의 숨길을 불어넣는 원천이다.”(109~111쪽)

    쓴맛은 다른 향미와 결합할 때 훌륭한 맛이 난다(물론 쓴맛을 잘 참는 사람에게만). 만일 쓴맛이 사라지면 음식의 활기도 사라질 것이다. 당신이 즐기는 커피와 초콜릿이 바로 그 강력한 증거이다. 그리고 이 쓴맛과 다른 궤도를 그리며, 단맛과 매운맛, 감칠맛 더 나아가 인류가 열광하는 다양한 향미들이 인류의 역사 속에서 인간의 변화 혹은 진화에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그를 통해 인간의 삶이 어떻게 변화해왔고 어떻게 맛있어지고 다채롭고 풍부해졌는지를 저자 매퀘이드는 밝혀내고 있다. 이 책을 다 읽은 독자들은 이 말에 바로 수긍하게 될 것이다. “미각은 우리 자신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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