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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교수, "마키아벨리가 지금 한국에 살고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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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학술

    박홍규 교수, "마키아벨리가 지금 한국에 살고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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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다시 마키아벨리인가: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로마사 이야기>

     

    마키아벨리가 지금 한국에 살고 있다면 어떠했을까? 그는 분명 촛불을 들고 광화문 광장에 나갔을 것이라고 박홍규 교수는 말한다. 그 이유는 500년 전의 마키아벨리은 민주공화국의 핵심 가치인 '국민의 자유와 자치'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그에서 국민의 정치 참여는 민주공화국의 핵심적인 절차고 가치다. 또한 서로 대립하는 집단이나 계층 사이의 갈등을 해소하고 통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즉, 마키아벨리는 다른 국가나 어떤 사람이 권력 행사에 종속되지 않도로 국민 모두의 자유를 위해 애쓰는 나라가 민주공화국이라고 주장했다.

    <왜 다시 마키아벨리인가: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로마사 이야기>는 마키아벨리의 대표작인 <리비우스 강연>을 르네상스 전문가이자 법학자인 박홍규 교수가 21세기 한국 상황에 맞춰 쉽게 풀어 낸 것이다.

    <군주론>이 원수정에 대한 이야기라면, <리비우스 강연>은 로마공화정 전반을 다룬, 그야말로 마키아벨리 사상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고전이라 할 수 있다. 마키아벨리는 16세기 분열한 이탈리아(피렌체 공화국)를 위해 고대 로마 역사가인 리비우스의 <도시가 세워지고부터(로마사)>를 통해 민주공화국을 이야기하고자 <리비우스 강연>을 썼다.

    박홍규 교수는 마키아벨리의 대표작을 쉽게 풀어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류의 고전을 통해 고대 로마 시대로부터 르네상스 시대를 거쳐 오늘날 한국 사회로 이어지는,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방향과 길이 무엇인지까지 모색했다.

    마키아벨리는 당대에 메디치가의 독재 등으로 어지러운 피렌체를 비롯하여 유럽 여러 나라에 고대 로마식의 민주공화국을 세우고자 했다. 사실 리비우스의 책도 자신의 시대가 도덕적으로 타락했다고 개탄하면서 과거를 황금시대로 묘사한 것이었기에 마키아벨리의 문제의식에 매우 적합했던 것이다. 나도 그런 리비우스와 마키아벨리의 열망과 함께 참된 민주공화국을 이 땅에 세우고자 이 책을 쓴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리비우스 강연>은 마키아벨리 사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민주공화국에 대한 주장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 책이다. 마키아벨리는 16세기 분열한 이탈리아(피렌체 공화국)를 위해 리비우스의 <도시가 세워지고부터>를 통해 민주공화국을 이야기하고자 <리비우스 강연>을 썼다. 마키아벨리가 관심을 가졌던 로마 공화정에는 민회, 민회에서 선출한 집정관 등의 여러 정무관, 특히 귀족과 인민의 갈등을 해결하고자 만든 기관으로 인민의 거부권을 갖는 호민관(護民官)을 비롯하여 민주정의 구조가 있었다. <리비우스 강연>에서 다루는 마키아벨리의 민주공화국 사상은 바로 그러한 고대 로마에서 배운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제1장에서는 마키아벨리가 살았던 르네상스 시대와 마키아벨리의 삶과 사고방식, 그리고 그가 쓴 여러 책들을 두루 살펴보고, 제2장에서는 아직 우리말로 번역되지 않았지만, 마키아벨리가 인용한 리비우스의 <도시가 세워지고부터>를 박홍규 교수의 해설로 훑어본다. 그리고 고대 로마 시대와 역사가 리비우스의 삶과 사고방식, 로마 공화정에 대해 알아본다.

    제3장에서는 본격적으로 마키아벨리의 <리비우스 강연>을 민주적 역사관, 비르투와 포르투나, 자유, 로마 건국과 발전의 조건, 민주공화국, 민주적 지도자, 법, 종교, 교육, 군대, 전쟁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천천히 읽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제4장에서는 마키아벨리가 말하는 민주공화국은 무엇이고, 공화주의자, 철학자, 사회학자, 정치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바라본 마키아벨리에 대한 평가를 소개한다. 그리고 저자 박홍규 교수가 바라본 마키아벨리의 이야기와 마키아벨리가 아직 살아 있다면 대한민국에 어떠한 지혜와 교훈을 들려줄 지 생각해 보는 것으로 결론을 맺는다.

    박홍규 교수는 500년 전 가톨릭이 모든 가치를 지배하고 강력한 세습 군주들이 권력을 농단하며 외국의 침략에 항상 시달린 시대에 마키아벨리가 민주공화국을 주장한 것은 참으로 위험하지만 위대한,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 마키아벨리를 공화주의 차원에서 재해석하는 등 국내외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이처럼 마키아벨리가 혁명적인 민주공화국을 주장했다고 보는 사람은 박홍규 교수가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책 속으로

    마키아벨리는 인간의 본성이 선한가, 악한가라는 문제에 고민할 것이 아니라, 인간을 다양한 가능성의 존재, 즉 상황에 따라 그 어느 측면을 드러내는 존재로 보고 그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인간이란 전적으로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고 하고(강연1권26장), 어떤 참주를 평가하면서 “사람이란 어떤 악이라도 태연하게 범할 수 없고, 그렇다고 하여 완전무결한 성인일 수도 없”다고 한다(강연1권27장). - P. 127

    로마가 자유를 향유할 수 있도록 제정된 모든 법률은 그들의 불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즉, 평민과 귀족의 대립과 갈등이 로마를 약화시키기는커녕 더욱 강력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반면 로마가 몰락한 이유는 인민이 사적 이익을 위해 자유를 포기한 탓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것이 “불평등으로부터 유래”했다고 보았다. 마키아벨리는 이러한 불평등을 제도화하는 것은 귀족이므로, 특권 계급(귀족)이야말로 로마 멸망의 원인이라고 본 것이다. - p. 283

    마키아벨리는 “덫을 식별하기 위해서는 여우가 될 필요가 있고 늑대를 물리치기 위해서는 사자가 될 필요가 있다(군주18)”고 말했을 뿐, 군주가 권모술수를 사용하는 여우나 힘을 쓰는 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없음을 주의해야 한다. 즉, 여우는 현명함, 사자는 질서를 어지럽히는 무리를 규제하는 위엄성을 상징할 뿐이다. 이러한 주장은 정책과 치안의 원리에 불과한 것이지 특별히 사악한 통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이 두 가지는 군주가 지녀야 할 바 중에서 ‘짐승’ 차원의 낮은 가치의 일부에 불과하고, 그보다 더 중요한 ‘인간’ 차원의 가치, 즉 법에 의한 규율과 정의의 확립이라는 더 높은 가치가 있음을 마키아벨리는 분명히 말하고 있다. 이처럼 마키아벨리는 지극히 상식적인 것을 말한다. 즉, 정치에서 도덕은 중요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최후의 수단으로 도덕에 반하는 것도 있을 수 있다고 본 것에 불과하다. - p. 325 닫기

    이처럼 마키아벨리의 글을 읽을 때에는 그 전후 문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어떤 서술의 전제가 되는 조건에 주목해야 한다. 가령 『군주론』 18장에서 “현명한 통치자라면, 신의를 지키는 일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거나 자신이 약속한 이유가 소멸할 경우 약속을 지킬 수 없고 또한 지켜서도 안 된다”고 한 문장에도 조건이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즉, “신의를 지키는 일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또한 자신이 약속한 이유가 소멸할 경우”라는 단서 조항을 두었다. “약속한 이유가 소멸”한 후자의 경우 사정 변경의 원칙에 의해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자신에 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전자의 경우 그 불리함이 약하다면 악덕의 권유가 될 수 있지만, 그것이 조국의 존망과 같은 경우라면 악덕이라고 할 수 없다. - p. 334

    마키아벨리가 특히 중시하는 것은 호민관과 호민관이 갖는 탄핵권이다. 마키아벨리는 호민관이 로마 제국 마지막 왕인 “타르퀴니우스 왕가가 사라진 후” “인민과 귀족 간의 불화로부터 초래된 많은 혼란, 소동 및 내전의 위험을 거친 다음에” “인민의 안전을 위해 창설”했다고 본다(강연1권4장). 이는 “타르퀴니우스 왕가가 사라진 후” 군주정적인 집정관과 귀족정적인 원로원만이 존재하고 민주정적인 요소가 없었기 때문에, 인민을 지배하고자 하는 귀족과 인민 사이에 갈등이 생겨나면서 인민을 옹호하고 그 이익을 주장하는 관직인 호민관이 탄생했다. 그리고 그의 권한으로 탄핵권이 인정되었음을 말한다. - p. 352

    이처럼 선거 제도가 제대로 작용하지 않은 것은 공화정이 부패한 탓이고, 부패의 원인은 명예를 소중히 여긴 지배 집단의 가치가 붕괴한 탓이라고 마키아벨리는 본다. 그리고 마키아벨리는 리비우스가 『도시가 세워지고부터』 3권 26장에서 들었던 사례를 다시 들어, 킨키나투스와 같은 지도자가 보여 준 청빈함은 파울루스 아이밀리우스의 시대까지 유지되었다고 한 뒤,『리비우스 강연』 1권 55장에서 공화정 말기의 지도자들은 “토지 소유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일하지 않고도 사치스럽게 사는 자”들이라고 한다. 즉, 부패의 책임이 지도자에게 있다고 본 것이다. 여기서 마키아벨리는 부를 경시하여 인민적 삶의 기초를 불가능하게 하는 절대적 빈곤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물질에 대한 지나친 숭배와 편파적 집중은 용납할 수 없다고 본다. - p. 368

    과연 500년 전 이탈리아 땅에서 살았던 사람을 지금 우리가 굳이 알아야 할 필요는 무엇인가? 우리는 500년 전 이 땅에서 살았던 우리 선조들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100년 전, 아니 몇 년 전의 사람도 잘 모르지 않는가? 마키아벨리의 시대는 우리 시대와 반드시 같다고 할 수 없어도 비슷한 점이 많다. 당시 이탈리아는 우리보다 더 잘게 분단되었고, 분단된 도시 국가들도 갈등과 분열로 찌들었으며, 따라서 언제나 강력한 외국의 침략에 시달렸다. 그런 상황에서 나라를 통일하고 강하게 만들기 위해 마키아벨리는 고민했다. 그러나 같은 민족이기에 무조건 통일해야 한다는 식의 감상주의에 마키아벨리가 젖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그는 모든 이탈리아인, 모든 이탈리아 도시의 완전한 통합을 이루기란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그가 바란 것은 이탈리아가 더 이상 외세에 짓밟히지 않고 해방되어 자유와 평등을 확보하는 것이지 무조건 하나의 나라 아래에 통합되는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그의 통일 방안은 각 도시 국가의 다양한 개성을 인정하면서 하나로 연결되는 연방제 같은 것이었다. 나는 우리의 통일 방안도 그러해야 한다고 본다. 남북한 통일만이 아니라 동서의 분열을 막는 방법도 그러해야 한다고 본다. 아니 제주도까지 포함하여 모든 지역이 더욱더 독립성을 보장받으며 서로가 연대해야 한다고 본다. - p. 422~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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