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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도피처에 감춰진 7500조 원…그 해법을 제시하다



책/학술

    조세도피처에 감춰진 7500조 원…그 해법을 제시하다

    신간 '국가의 잃어버린 부:조세도피처라는 재앙'

     

    조세 도피처를 근절할 해법을 제시한 책, '국가의 잃어버린 부'가 출간됐다.

    이 책은 버클리 대학교 경제학과 조교수로, 경제불평등 연구의 젊은 기수로 손꼽히는 가브리엘 주크만의 선언문 같은 책이다. 이 책의 요지는 간단하고 강력하다. 전 세계 조세 도피처에 전 세계 가계 금융자산의 8%에 해당하는 5조 8천억 유로(약7,500조 원)이 감춰져 있다는 것이다. 이 감춰진 돈에 제대로 세금을 매긴다면 현재 각 나라 정부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재정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조세 도피처 문제가 유발하는 가장 1차적인 문제는 물론 부의 불평등이다. 개인과 기업의 자산에 세금을 제대로 매겨서 받아 내기만 한다면, 그 세금은 복지와 조세 등 각종 부의 분배를 구현할 든든한 자본이 될 것이다. 주크만이 말하는 경제정의는 결코 자본주의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다. 그는 부자들에게 돈을 적게 벌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번 만큼 제대로 세금을 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조세 도피처가 유발하는 진짜 심각한 문제는, 경제적인 불평등이 아니라 이로 인한 정치적 불평등이다. 주크만은 현재 전 세계가 1789년 프랑스대혁명 전야와 같은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한다. 프랑스대혁명이 특권 계급의 비과세 문제로 촉발되었듯, 오늘날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조세 포탈·조세 회피 같은 조세 불평등이 전 세계에 민주주의의 위기를 가져오고 있다. 따라서 유럽 경제위기의 시발점인 그리스 대외 부채의 25배에 이르는 돈을 감추고 있는 조세 도피처 문제야말로 민주주의의 위기를 타파할 단 하나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이 책에서 주크만은 묻는다. 왜 경제학자들은 조세 도피 문제를 연구하지 않는가? 세계적인 경제 전문가들이 예측하고 우려하는 부의 불평등과 금융 불안정 문제를 해소할 답을 옆에 두고 왜 진지하게 파고들지 않는가? 조세 도피처 문제를, 응용 및 실증경제학을 경시하기 때문이다. 그 간과 혹은 무관심이 조세 도피처 문제는 기술적으로 접근하기도, 해결하기도 어렵다는 일종의 신비감을 조장했다. 그래서 주크만은 이 책의 일차적 목표를, 스위스 등 조세 도피처에 덧씌워진 신비감을 걷어내는 데 두었다.

    스위스국립은행(BNS), 프랑스의 국립통계경제연구소(INSEE),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등 주크만은 철저히 공신력 있는 통계에 의존하여 이 책을 썼다. 누구라도 접근 가능했지만, 아무도 전략적으로 꿰지 않은 통계수치들이 이 책을 통해 비로소 의미 있는 수치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주크만의 스승 격인 '21세기 자본'의 토마 피케티는 주크만의 이 책을 일러 "이 분야에 관한 최초의 진지한 경제 연구"라고 평했다. "조세 도피처에 보유된 전 세계 가계 금융자산액과 경제 제재 산정액을 제시한 최초의 저작"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유머 넘치는 필력을 자랑하는 주크만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각종 공신력 있는 기관들이 발표한 통계수치들이다. 주크만은 이 수치들을 가지고 조세 도피처에 대항할 실천 방안들을 구체적으로 제안한다. 특히 각국의 지도자들을 향해 공공 부채 증가와 국가재정 악순환에 맞설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행동 계획을 대담하게 제안한다. 이 제안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각국 지도자들의 선택에 달렸고, 이 선택의 향배는 깨어 있는 시민들의 관심에 달렸다.

    본문 중에서

    만약 유럽연합 거주민이 스위스에서 받는 전체 이자와 배당금에서 약속됐던 35퍼센트라도 제대로 공제되었다면, 이 세액은 유럽연합에 매년 200억 유로 (약 26조원)를 확보해 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2012년 스위가 유럽연합에 지불한 금액은 4억 유로(약 5천억 원) , 요컨대 정상액의 50분의 1에 불과해다. 처벌의 부재와 페이퍼 컴퍼니를 통한 은닉, 은행에 대한 맹목적 신뢰가 예금과세지침을 붕괴시킨 것이다.- 115~116쪽

    내가 제안하는 무역 제재는 정당하다. 각 나라는 비밀계좌가 유발하는 비용에 해당하는 관세를 조세도피국에 부과할 권리가 있다. 조세도피처들과 프랑스 행정 당국 간의 협조 부재로 인해 매년 프랑스 국세청은 200억 유로(약 26조 원)에 가까운 조세 손실을 입고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건전한' 조세 경쟁이 아니라 전면적인 절도이다. 스위스나 룩셈부르크, 싱가포르는 자국 정부로부터 도둑질하려는 납세자들에게 그렇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그것은 납세자 개인의 선택이지만, 프랑스가 그 비용을 지불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비밀 계좌는 마치 온실효과를 유발하는 가스 배출처럼 전 세계에서 비용을 유발하지만, 조세 도피처들은 이를 무시해 버린다. 이를 경제용어로 말해 보면 '외부 불경제 효과(부정적 외부 효과)'이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영국 경제학자 아서 피구의 연구로 알려졌다. 요컨대 해당국이 외국에 입힌 손실액과 똑같은 액수를 그 나라에 과세하는 것이다. 환경을 오렴시킨 당사자가 복구 비용을 지불하듯.

    달리 말해서, 비밀계좌는 역외 은행들이 경쟁 우위를 점하도록 지급하는 위장된 형태의 보조금이다. 환경 규범의 부재로 공해 유발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형태의 위장된 보조금은 시장의 정상적인 작동을 방해한다. 숨겨진 보조금의 희생양이 된 나라들에게 그들이 당한 침해를 상쇄할 수 있는 추가 관세를 부과할 권리를 허용하여, 이런 종류의 비열한 활동을 저지하는 것이 세계무역기구(WTO)의 임무이다.
    -125~1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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