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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님들께' 문유석 판사 "꼰대질은 꼰대끼리만"



인권/복지

    '부장님들께' 문유석 판사 "꼰대질은 꼰대끼리만"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문유석 (부장 판사)

    한 신문에 실린 칼럼이 화제입니다. 제목이 '전국의 부장님들께 감히 드리는 글인데요.' 잠깐만 들어보실까요? '저녁 회식하지 마라. 젊은 직원들도 밥 먹고 술 먹을 돈 있다. 친구도 있다. 없는 건 당신이 뺏고 있는 시간뿐이다. 할 얘기 있으면 업무시간에 해라. 괜히 술잔 주며 우리가 남이가 하지 마라. 남이다. 존중해라.' 제가 일부를 발췌해서 읽어드렸는데요. 요즘 이 글이 SNS상을 중심으로 큰 화제가 되면서 문장 하나 하나가 속이 후련하다, 사이다다, 이런 찬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이 글을 쓴 분도 역시 부장입니다. 오늘 화제 인터뷰 이 글을 쓴 주인공 서울동부지법 문유석 부장판사 직접 만나보죠. 문 판사님 안녕하세요?



    ◆ 문유석> 네, 안녕하세요. 문유석입니다.

    ◇ 김현정> 부장생활은 그러면 몇 년째 하시는 거에요?

    ◆ 문유석> 올해로 6년째가 되네요.

    ◇ 김현정> 6년째? 부장 생활 꽤 하신 부장님이시네요.

    ◆ 문유석> 그러게요. (웃음)

    ◇ 김현정> 아니, 원래도 글 잘 쓰는 부장판사로 유명하신 분이었는데 이번 글 때문에 더 유명해지셨어요.

    ◆ 문유석> 아유, 좀 당황스럽습니다.이게 뭐라고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시나.(웃음) 참 힘들어하는 분이 많구나, 역시 지금도. 그런 생각이 드네요.

    ◇ 김현정> 조직 속에서 힘들어하는 젊은이들이 많구나 이런 생각? 그러니까 반응을 느끼세요, 정말?

    ◆ 문유석> 사람들이 '크크크' 그러면서 재미있다며 오랜만에 연락 오는 선후배,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같이 일하던 직원 분들도 '부장님 재미있어요', 이런 거 보내고 그러는데요. 가끔 또 욕하는 것도 옵니다.

    ◇ 김현정> 욕하는 건 어떤 욕이요?

    ◆ 문유석> 그런 거죠, 뭐…. '너나 잘하세요' 이런 거. (웃음)

    ◇ 김현정> '너나 잘하세요' 같은 그런 항의의 글도 있고. (웃음) 그런데 문 부장님, 부장님은 실제로 정말 저녁 회식 안 하세요?

    ◆ 문유석> 네, 저는 안 합니다. 가끔 점심 때 근사한 데 가서 먹는 정도?

    ◇ 김현정> 그래요? 아니, 그런데 저녁에 같이 술 한잔 나누다 보면 사무실에서 낮에 못한 얘기도 나눌 수 있고 단합 차원에서는 저녁 회식만한 게 없다 하는 게 전국의 많은 부장님들 생각 아니겠습니까?

    ◆ 문유석> 그런데 그런 생각도 있어요. 이거는 제 합리화일 수도 있는데요. 업무 시간 중에 무슨 얘기든 할 수 있는 게 중요한 거지 꼭 술자리에서 무슨 얘기하는 게 중요할까하는 생각이 들긴 해요.

    ◇ 김현정> 사실 또 하나 저는 재미있었던 부분이 '굳이 술 먹고 나서 미모의 여직원을 집에 데려다 준다고 나서지 마라. 콜택시 부르면 잘만 온다.' 여기는 또 많은 여성 사회인들이 동의하셨을 것 같아요.

    ◆ 문유석> 그 부분은 사실 여성 지인들 또 후배들 이런 사람들이 하도 하소연을 많이 해서 많이 듣던 이야기입니다. 또 저는 직업상 직장 내 성희롱 사건도 담당하니까요.

    ◇ 김현정> 그렇죠, 그렇죠.

    ◆ 문유석> 그런 여러 가지 쌓인 정보들이 있어서 한번 이야기해 봤습니다.

    문유석 부장판사 (사진=페이스북 캡처)

     

    ◇ 김현정> 사실 글이 꽤 긴데요. 제가 앞서 소개한 거 외에도 전국의 부장님들께 부탁하신 게 몇 개 더 있어요. 직접 문 판사님께서 소개해주시겠어요?

    ◆ 문유석> 이런 거예요. 실수를 누구나 할 수 있는데 저도 할 수 있고 부하 직원들도 할 수 있는데 실수하면 드라이하게 실수에 대해서만 알려주면 되는 거지 잔소리를 덧붙일 필요는 없다, 또 실수 자체에 대해서 얘기하면 되는 거지 인격에 대해서 얘기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인격에 대해서 '너 지난번에 주의 줬는데 또 이러니?' 이런 것들.

    ◆ 문유석> 심지어 '나를 무시하는 거냐', 이런 사람도 있다고 해요.

    ◇ 김현정>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이미 실수 한 걸 알고 굉장히 위축돼있단 말씀?

    ◆ 문유석> 그럼요. 관계 자체가 대등한 관계가 아닐 수밖에 없잖아요, 업무적으로. 인사고과를 하는 관계거나 그럴 때. 그럴 때는 그냥 건조하게 그 자체만 지적해도 충분히 상대는 두려워할 수도 있고 위축될 수도 있는데 그걸 넘어서, 행위를 넘어서 인격의 문제로 끌고 가서 모욕하는 것은 옳지 못한 것 같아요.

    ◇ 김현정> 이건 부모와 자식 간에도 통하는 얘기일 것 같아요. 지금 그 말씀하신 그 부분은. 또 뭐 있습니까?

    ◆ 문유석> 이런 말도 했었던 것 같아요. 아직 무언가를 망칠 기회조차 갖지 못했던 젊은이들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고 정하고 싶으면 이미 뭔가를 망치고 있는 사람들, 바로 저 같은 사람들, 우리끼리 하자는 의미로 '꼰대질은 꼰대들에게 하자.' (라고 썼습니다.)

    ◇ 김현정> 그야말로 취업을 못했거나 취업을 해도 어렵게, 어렵게 된 그들에게 못했다 잘했다 질타하지 말고 흔히들 말하는 꼰대질, 가르치려는 질 이런 건 우리끼리 하자?

    ◆ 문유석> 그게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거 아닌가 싶어요. 시스템을 운영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비판하고요.

    ◇ 김현정> 맞는 말이네요. 저는 진짜 질문 드리고 싶었던 건 50대면 분명 기성세대인데요. 그것도 보수적인 업계에 한참을 종사하신 분인데 어떻게 이렇게 요즘 젊은이들의 마음을 꿰뚫는 글을 쓸 수 있었을까 궁금한데요. 어떤 겁니까?

    ◆ 문유석> 마침 지난 연말에 법원 일반직 인사가 있어서 저랑 같이 근무하는 일반직 공무원분들 세 분이 다 다른 데로 이동하게 됐는데요. 파스타집에서 점심 한 끼 먹고 별 얘기 안 하고 그냥 바이 바이했거든요.

    ◇ 김현정> 일종의 환송회를 파스타 집에서 점심 먹으면서 하신거네요.

    ◆ 문유석> 네. '이런 날이라고 특별한 말 하는 거 좀 그러니까, 그냥 우리 이걸로 작별합시다', 했어요. 그런데 너무 마음이 그랬어요. 보기에 따라 너무 매정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서운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었죠. 그런데 뜻밖에 그 마지막 날 이분들이 저랑 같이 근무하면서 좋았다고 좋은 말씀을 해 주시고, 또 한 분은 부탁한 적도 없는데 제 낡은 법복 꾸깃꾸깃돼서 방치해 둔 넥타이 이런 거를 저도 모르게 드라이클리닝을 맡겨다 갖다 놨다고 하면서.. 꼭 다시 한 번 일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좋은 말씀해 주시고 갔어요. 그때 감동해서 울 뻔했거든요. (웃음)

    그래서 그런 생각을 한 거죠. 그래서 직장 내에서는 말하자면 상급자 위치에 있어서 좀 더 힘이 있는 사람인데, 그런 사람들은 뭘 대단한 일을 해서가 아니라 뭔가를 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조금 더 행복하게 할 수도 있겠구나. 아주 훌륭한 리더가 되려고 막 용을 쓰고 그런 것만이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스스로 자제하고 조심하는 것만으로,실질적으로 하여튼 이 힘든 세상에 누군가를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 줄 수 있으면 그것도 보람 있는 일이 아닌가 싶어서 그 얘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 김현정> 그렇게 해서 시작이 된 거군요.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이게 우리 사회에 아직도 묻어 있는 딱딱한 조직문화, 그 조직문화에 대한 일침이 아니었던가 저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 문유석> 사실 제가 부장이니까 부장님께라고 했을 뿐이지 그건 그냥 대명사인 거죠. 모든 기성세대, 힘을 가진 사람들인 거죠.

    ◇ 김현정> 좋습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반대로 부장들이 이런 건 지킬 테니까 너희 아래 직원들도, 당신들도 이거는 좀 지켜줘야 되지 않겠느냐. 전국의 부하직원들에게 올리는 한 말씀, 혹시 이런 거 한 가지가 있다면?

    ◆ 문유석> 저는 없습니다.

    ◇ 김현정> 하나도요?

    ◆ 문유석> 네. 왜냐하면 힘도 같은 대등한 관계가 아닌 현저하게 강자와 약자의 관계에 있는데 누가 누구 보고 감히 이래라 저래라 할 것이냐, 그러니까 더 큰 책임을 진 사람들이 먼저 자기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지, 그러면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그래요, 그래요. 부장판사님 오늘 말씀 잘 들었고요. 정말 내 조직에 대해서 내 상사, 내 부하, 내 동료, 우리 조직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아요. 이 글이 말이죠. 그래서 감사드립니다.

    ◆ 문유석> 과분한 말씀입니다. 고맙습니다.

    ◇ 김현정> 오늘 귀한 시간 고맙습니다.

    ◆ 문유석> 고맙습니다.

    ◇ 김현정> 화제의 기고문입니다. '전국의 부장님들께 감히 드리는 글'의 주인공 문유석 부장판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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