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변호인이 15일 기자회견에 나서 조사 시기는 "사실관계 확정 후", 방법은 "서면이 원칙" 등 거의 검찰 수사를 직접 지휘하는 모습을 연출해 오만하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그는 박 대통령을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해선 "선의", "매도" 등의 표현을 써가며 '무혐의 결론'을 기정사실화하 듯 발언했다.
진박 중 진박으로 불리는 박 대통령 변호인이 '수사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셈이다.
유영하 변호사는 검찰이 통보한 조사 날짜를 하루 앞둔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관련 의혹이 모두 정리되는 시점에 대통령을 조사하는게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 검찰 수사의 문제, 조사 시기와 방법에 대해 변호인이 공개적으로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다.
변호사가 아니라 검사인 듯 보였다.
유 변호사는 '변호인 입장'과 '대통령의 심정'이라며 조목조목 기자회견문을 읽어갔는데, 첫 대목은 검찰 조사 '문제'였다.
유 변호사는 대통령도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권리가 존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선 실세' 최순실(60.구속)씨 국정농단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조사를 앞둔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유영하(55.사법연수원 24기) 변호사가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검찰이 일방적으로 조사 날짜를 통보했다는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그는 박 대통령을 '참고인'이라고 강조하며 "관행에 비춰 참고인은 일정을 조정한다"고 했다.
특히 조사 '시기'에 대해서도 현재 검찰 수사를 '진행형'으로 규정했다.
"사실관계를 대부분 확정한 뒤에 대통령을 조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후순위로 조사 순서도 미뤘다.
최순실 씨는 오는 주말 전 기소하지만 안종범 전 수석과 정호성 전 비서관 등은 수사 중이지 않느냐는 게 유 변호사 말인데, 검찰은 이들을 함께 기소할 방침을 이날 내놨다.
변호사 편의대로 수사를 재단하고, 추단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조사 '방법'에 대해서도 유 변호사는 "대통령 직무 수행에 지장을 최소화 해야 한다"고 방어막을 쳤다.
"원칙적으로 서면조사가 바람직하고, 부득이 대면조사를 해야 한다면 당연히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사실상 대면조사를 하지 말라'며 수사 지시까지 했다.
박근혜 대통령.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유 변호사는 '박 대통령의 뜻이냐'는 질문에 "변호인으로서 생각이다"면서도 "시간적으로 박 대통령과 말할 기회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직접 "박근혜 대통령의 심정에 대해 간략하게 말씀 올리겠다"며 청와대 대변인 역할까지 자청했다.
그동안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 등을 통해 밝혀왔던 발언을 옮기며 "선의로 추진했던 일"이라거나 "온갖 의혹을 사실로 단정하고 매도되는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다"며 두둔했다.
게다가 "대통령이기 전에 여성으로서 사생활이 있다는 것을 고려해 달라"고 한 발언도 논란이다.
언론을 향한 간곡한 부탁이라고 운을 뗐지만 사실상 '경고장'도 해석된다.
이런 말로 기자회견을 매듭지자 취재진들은 유 변호사를 향해 '이 사건이 사생활과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이냐', '사생활을 보호해 달라는게 무슨 의미냐'라고 되물었다.
유 변호사는 "이 자리에서 꼭 답해야 한다면 하겠지만, 추후 다시 말할 기회를 만들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그는 선임 연락이 왔을 때 흥쾌히 수락했다고 한다. "고민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는 게 그의 말이다.
박 대통령과의 인연을 자신이 "2004년 정치판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라고 했다.
(사진=이한형 기자)
유 변호사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박근혜 당시 후보 캠프에서 법률지원단장을 지내며 이명박 후보의 BBK 의혹을 공격하는 '저격수'를 자임했다.
세 차례 총선에서 경기도 군포에 출마했으나 모두 낙선했다. 2010년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당시 법률특보를 지냈고 2012년 박근혜 대선 캠프에서도 일했다.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로 구속된 정호성 전 비서관이 검찰에 체포되기 직전 전화 통화를 할 만큼 '문고리 3인방'과도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있다.
평소 집에서 라면을 함께 먹는 사이로 전해진다.
특수부 검사 출신으로, 2003년 청주지검에서 근무하다 나이트클럽 사장으로부터 180만원 상당의 향응을 받은 혐의로 3개월 감봉 징계처분을 받고 옷을 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