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경비실에 에어컨, 천 원이면 됩니다"



사회 일반

    "경비실에 에어컨, 천 원이면 됩니다"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신찬수 씨 (경기 수원 모 임대 아파트 주민)

    '무더운 여름철. 고생하시는 경비원들을 위해 에어컨을 설치해 드립시다.' 지난 17일 수원 한 임대아파트에 이런 내용의 벽보가 붙었습니다. 이 아파트의 동대표가 경비원들을 위한 에어컨 비용을 모금하려고 붙였다는데요. 화제가 되지 않을 수 없죠. 어떤 마음이었던 건지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들어봅니다. 벽보를 붙인 분이세요. 신찬수 씨. 연결이 돼 있습니다. 신찬수 씨, 안녕하세요?

    ◆ 신찬수>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경비 초소 안에다가 에어컨을 놔드리자, 이런 제안입니까?

    ◆ 신찬수> 네, 맞습니다.

    ◇ 김현정> 벽보를 어디다 붙이셨어요.

    ◆ 신찬수> 벽보는 주민들이 잘 볼 수 있는 엘리베이터, 2개의 엘리베이터 사이에 붙여놨고요.

    ◇ 김현정> 그래요. 사실 그 좁은 경비실에서 땀 뻘뻘 흘리시는 거 보면 다들 안타까워는 합니다. 그런데 안타까워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거기다 에어컨 놔드리자고 모금운동을 한다는 건 이거는 쉬운 일이 아닌데.

    ◆ 신찬수> 기본적으로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을 했는데요. 제가 4년 전에 이사 와서 보니까 경비실에는 에어컨이 따로 있지 않더라고요.

    ◇ 김현정> 맞아요. 그래서 안타까워하시다가 어떻게 모금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까지 하셨어요?

    ◆ 신찬수> 3년 정도 전에요. 제가 저희 단지 인터넷 카페가 있어요. 그 카페에다가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해 드리는 게 좋지 않겠냐 이런 의견을 한번 낸 적이 있어요. 그래서 이제 반응들이 되게 좋더라고요. 당연히 해 드려야 한다는 의견은 어쨌든 많이 좋았는데 저희가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동대표나 아파트에서 진행해야 되는 건데. 진행이 따로 안 됐었어요.

    ◇ 김현정> 그때는 인터넷 카페에서는 찬성 의견이 많았지만 실제로 안건은 통과가 안 된 거군요. 주민회의에서?

    ◆ 신찬수> 그때는 아예 주민회의에 올라가는 안건 자체가 되지 않았죠. 그러다 올해 제가 동대표가 됐어요. 그래서 올해 동대표 회의 때 제가 제안을 했죠.

    ◇ 김현정> 이번에 동대표가 되면서 안건으로 올리셨군요?

    ◆ 신찬수> 네.

    ◇ 김현정> 그랬더니요?

    ◆ 신찬수> 아무래도 저희 아파트가 임대아파트다 보니까 관리비가 증가하고 이런 거에 되게 예민하신 분들도 조금 있고요.

    ◇ 김현정> 부담 느끼시는 분들이 있죠. 임대아파트 아니어도 많죠.

    ◆ 신찬수> 그런 것들 때문에 사실은 거기서 통과가 안 되고 부결이 됐죠.

    신찬수 씨의 벽보 (사진=본인 제공)

     

    ◇ 김현정> 그런데 이렇게 되면 주민들이 어려워하셔서 안 되겠다 하고 접을 수도 있었을 텐데 좌절하지 않고 또 벽보까지 붙이신 거예요?

    ◆ 신찬수> 그러니까 저는 그 3년 전부터 그렇게 생각을 했기 때문에요. 그리고 사실은 제가 생각한 거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이 됐기 때문에 최소한 제가 들르는, 다른 동 까지는 제가 책임질 수 없으니까 제가 가는 경비실에는 최소한 에어컨이 달리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에요. 저희는 이제 경비실 하나가 3개 동을 맡고 있어요. 그래서 3개 동에서 조금씩만 모금하면 될 것 같다 해서 그렇게 붙이게 됐죠.

    ◇ 김현정> 그런데 에어컨이 한두 푼 하는 게 아니잖아요?

    ◆ 신찬수> 그거는 인터넷으로 제가 찾아보니까 한 30만 원, 40만 원 사이인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러면 세대당으로 계산하면 얼마 정도 나오던가요?

    ◆ 신찬수> 3개 동이 한 524세대 정도 되거든요. 제가 계산해 본 바로는 한 70% 정도가 참여하신다고 하면 세대당 1000원 정도씩 내면 되거든요.

    ◇ 김현정> 1000원. 1000원이면 요즘 커피 한 잔도 사먹을 수 없는 돈인데.

    ◆ 신찬수> 사실 저는 그런 의미예요. 어차피 경비실의 경비원들에게 아이스크림 하나 사준다는 생각으로 1000원씩만 내면 설치할 수 있는 비용인데 그게 안 되니까 저는 사실 답답한 거죠.

    ◇ 김현정> 지금 벽보 붙인 지 얼마나 되셨죠?

    ◆ 신찬수> 일주일 됐습니다.

    ◇ 김현정> 일주일. 돈은 얼마나 모였습니까?

    ◆ 신찬수> 16만 원이 조금 넘었고요. 그리고 아무래도 인터넷으로도 퍼지고 이렇게 되다 보니까 어떤 분은 전화가 오셨어요. 그래서 그때 당시에는 13만 원 정도 모였을 땐데 그래서 그분이 그러면 본인이 20만 원을 하시겠다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그분은 그럼 내가 그냥 단독으로 20만 원을 기부하겠다 하셨어요?

    ◆ 신찬수> 네, 그래서 그거는 너무 비용이 조금 큰 것 같고요. 그리고 이제 분위기가 이렇게 되다 보니까 저희 동뿐만 아니고 다른 동에서도 왜 그 동만 하느냐. 다른 동에도 해야 된다. 이렇게 붙이신 분들도 계시고요. 또 그런 분위기가 더 확산이 되다 보니까 그 동대표 회의에서 그럼 다시 논의를 하자고 얘기가 나왔어요.

    ◇ 김현정> 다시 논의를 하자. 뿌듯하네요, 뿌듯해요. 그 벽보 한 장의 힘입니다. 이런 논의가 진행되는 걸 당연히 경비원분들도 알고 계시죠?

    ◆ 신찬수> 네, 그런 분위기 알고 계시고요. 사실은 제가 원래는 동 대표에서 부결됐을 때 이제 경비실에 안타까운 마음으로 찾아뵀죠. 찾아봬서 말씀을 드렸더니 경비 분은 달고 안 달고를 떠나서 우리를 위해서 실행해 줬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고 이렇게 말씀을 또 하시더라고요.

    ◇ 김현정> 그 자체만으로도 고맙다는 말씀. 왜 안 그렇습니까? 신찬수 씨가 경비실 왔다 갔다 하면서 목격한 모습들 중에 어떤 게 좀 제일 짠한 생각이 드셨던 거예요?

    ◆ 신찬수> 요즘 경비실 자체가 경비 업무보다는 택배 업무나 분리수거하고 이런 잔업무들이 많잖아요.

    ◇ 김현정> 많아요. 청소 같은 것도 하셔야 되고 그 앞 인도 같은 데는. 가지도 치시는 분들도 계시고 그래요.

    ◆ 신찬수> 네. 그래서 보통 택배를 찾으러 가고 이렇게 하다 보면 여름철이 되면 조그만 그곳 자체가 너무 덥고 선풍기를 틀어놔도 선풍기에서는 뜨거운 바람이 나오고 그런 게 너무 안타깝고 그분들이 저희 아버님 같으신 나이대가 되시니까 그런 분들이 고생하는 거 보고 있으면 저도 안타깝죠.

    신찬수 씨 (사진=본인 제공)

     

    ◇ 김현정> 실례지만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 신찬수> 나이가 서른 아홉입니다.

    ◇ 김현정> 서른 아홉. 평범한 직장인이세요?

    ◆ 신찬수> 네. 음향 엔지니어를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평범한 음향쪽 일을 하는 직장인이시군요. 참 멋집니다.

    ◆ 신찬수> 저는 이게 제가 큰일을 한 것도 아닌데 저는 이게 기본적인 거고 당연한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조금 일이 이렇게 커진 것 같아서 조금 부끄럽기도 해요.

    ◇ 김현정> 세상의 변화는요. 늘 한 사람의 작은 용기에서 시작이 되더라고요. 작은 시도가 큰 변화로 세상에 널리널리 좀 퍼져나가기를 저도 기도하겠습니다.

    ◆ 신찬수>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

    ◆ 신찬수> 네.

    ◇ 김현정> 아파트 경비실에 에어컨을 좀 달아드립시다, 이런 벽보를 붙여서 화제가 된 분이에요. 신찬수 씨. 만나봤습니다.{RELNEWS:right}

    [김현정의 뉴스쇼 프로그램 홈 바로가기]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