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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준혁, '비지배적 상호성'에 기초한 평화 통일



책/학술

    곽준혁, '비지배적 상호성'에 기초한 평화 통일

    신간 '시민사회의 기획과 도전:근대성의 검토'

     

    곽준혁 숭실대 가치와윤리 공동소장은 '비지배적 상호성'에 기초한 평화통일론을 제시한다.

    먼저 '비지배' 의 개념을 이사야 벌린에게서 가져온 것임을 설명한다. 벌린의 구분을 따른다면, 신로마 공화주의의 자유는 '간섭의 부재'를 의미하는 '소극적 자유'도, 정치 참여를 통한 '시민적 능력의 행사'를 의미하는 '적극적' 자유도 아니다. 신로마 공화주의의 자유는 '타인의 자의적 지배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하는 비지배(non-domination)를 뜻하고, 이 때 시민적 책임성은 비지배적 조건을 향유한 개인들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발현하는 시민적 덕성이다.

    '비지배적 상호성'이란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비지배는 상호적이어야 한다. 갈등상태에서 쌍방은 결코 비지배라는 조건에 무조건 동의할 수 없다. 이때 필요한 것은 갈등의 쌍방이 동일하게 비지배라는 조건에 구속된다는 확신, 즉 비지배적 상호성에 대한 확신이다. 비지배를 통해 불평등한 힘의 구조가 심의 과정에서 개선되고, 동일한 이유에서 약자가 잠재적 지배에 대항하는 실질적인 정치적 힘을 가질 수 있다는 확신을 품을 때, 심의를 통한 의사 결정에 참여할 동기가 생긴다는 것이다."

    곽 소장은 '비지배적 상호성'에 기초한 '민족주의 없는 애국심'은 분단된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이라는 당면 과제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일면 한반도의 통일은 '세계시민주의'의 흐름과 갈등 관계에 있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 이유는 첫째, '비지배적 상호성'에 기초한 세계시민주의는 단일한 가치 기준으로 민족적·인종적 차이를 부정하고, '보편'이라는 이름으로 합의를 도출하려고 고집하기 보다 개별 민족 또는 국가의 차이와 다양성이 고려되는 여러 수준에서의 합의를 통해 지구적 평화 공존을 의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지구의 마지막 냉전의 유산 속에 있는 분단의 현실에서 평화 통일은 우리뿐만 아니라 동북아와 나아가서는 세계 평화를 위해서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강대국에 의해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분단은 그 자체만으로도 '비지배적 상호성'을 충족시키지 못하기에, 분단의 평화적 해결은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음과 동시에 그 누구도 일방적 자의적 지배에 종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미래 지향적 좌표가 될 수 있다. 즉 '비지배적 상호성'에 기초한 '민족주의 없는 애국심'에서 평화 통일은 한 민족이기에 통일되어야 한다는 감정이나, 한 민족은 한 울타리에 살아야 할 권리가 있다는 정치적 원칙에 기초하지 않는다. 오히려 세계 평화와 보편적 가치의 실현을 위해서 세계가 추구해야 할 해결책으로 바라본다."

    곽준혁 소장의 이러한 주장은 신간 '시민사회의 기획과 도전:근대성의 검토'에 실린 내용이다. 이 책은 <문화의 안과="" 밖:시대="" 상황과="" 성찰=""> 시리즈 중 제 7권으로 출간된 것이다.

    제 7권 주제는 '근대성의 검토'이다. 근대화는 인간 문명과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과학과 기술의 발달, 합리적 비판적 사고의 등장 등으로 설명되는 서양의 근대는 제국주의적 팽창을 가능하게 한 동시에 비서양 국가에 근대화라는 도전을 강요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전통 한국 사회가 근대화의 거센 도전에 전례 없는 자기 변화로써 대처하며 지금의 한국 사회를 형성해 온 과정을 검토하고 그 과정에서 유발된 여러 문제를 비판적으로 재평가한다.

    먼저 송호근 교수의 「상상적 시민의 탄생」은 한국 사회에서 시민과 시민사회의 기원을 사회학적 문제의식, 특히 하버마스의 ‘공론장’ 개념을 중심으로 탐색한다. 근대적 시민의 단초가 되는 ‘인민’의 출현을 발견하기 위해 동학 확산기, 즉 근대화 이전의 조선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적 연장이 주목할 만하다.

    이진우 교수는 「포스트모던 조건의 재성찰」에서 이론 또는 사상으로서가 아니라 시대 변화와 문화 변동의 관점에서 '역사적 조건으로서의 포스트모더니티'는 여전히 숙고할 가치가 있다는 문제의식 아래 포스트모더니즘의 공과를 조명한다.

    강정인 교수의 「유교, 자본주의, 민주주의」는 동아시아 국가들에서 소위 '아시아적 가치’가 자본주의 산업화와 민주주의 발전을 성취하는 데 긍정적으로 기여했는가 하는 문제를 다룬다. 여기서 그는 서구의 '원초적 근대화'와 동아시아의 '2차적 근대화'를 구분하며, 후자에서는 경제 발전이라는 자본주의화를 합리화하기 위해 유교적 전통이 동원되었다고 설명한다.

    조은 교수는 「근대의 패러독스」에서 신여성 담론 이래 한국 사회의 압축 근대화와 시장화 과정에서 여성과 젠더가 차출되고 호명되는 방식에 주목한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 젠더는 고정된 범주가 아니라 담론적 구성물임을 지적한다.

    하영선 교수의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는 한국 전쟁의 조건과 과정, 그리고 그것이 갖는 의미를 되돌아보고, 탈냉전 시대에 들어서도 남북 간 적대 관계와 긴장이 고조되는 현 상황을 분석한 뒤 평화의 조건을 탐색한다.

    곽준혁 교수의 「비지배적 상호성과 세계시민주의」는 일국의 경계를 넘어 세계적 수준에서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지를 철학적, 이론적으로 탐색한다. 세계시민주의가 기초해 있는 보편주의와 민주적 시민성의 정치사상적 연원을 살핀 후 그것에 도달할 수 있는 개념으로 '비(非)지배적 상호성'을 제시한다.

    박홍규 교수는 「자유와 자치 그리고 자연」에서 우리가 매일 마주치는 문제들이 곧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윤리적인 문제라고 한 철학자 피터 싱어의 사상에 기대어, 양심과 정의, 윤리의 문제가 환경적 정의와 동물의 권리에까지 확대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한다. 실제 자동차와 핸드폰을 이용하지 않으며 가능한 한 의식주를 자급자족하고 육식을 삼가는 필자의 삶에서 이 주장은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백낙청 교수의 「근대, 적응과 극복의 이중과제」는 근대와 근대성의 문제를 이중과제, 즉 근대에 대한 비판적 수용과 근대의 극복이라는 두 차원으로 접근한다. 민족문학과 분단체제론에 이은 이중과제론은 이 글에서 한반도 분단체제 극복 가능성과 동아시아에의 적용 가능성을 논구하며 그 대상의 범위를 확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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