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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풍자의 대가의 신작… 핵무기 사용으로 인류 공멸 경고



책/학술

    SF 풍자의 대가의 신작… 핵무기 사용으로 인류 공멸 경고

    프데드릭 브라운 단편선 두 권 '아마겟돈' · '아레나'

     

    프레드릭 브라운 단편선 1권인 <아마겟돈>은 초기 단편집인 '우주를 내 손 위에(1951)와 '천사와 우주선(1954)을 중심으로 실었다.

    전체적으로 유쾌한 기조를 유지하는 초기 작품들은 과학기술의 발달로 현대문명 사회로 접어들던 당시 시대의 조류로 인한 미래에 대한 낙관을 엿볼 수 있다. 생쥐를 우주선에 태워 보내는 과학자의 이야기인 <스타 마우스="">나 지구의 전파와 전기를 먹어치우는 외계의 존재를 다룬 <웨이버리>, 지구에서 악전고투하던 만화가가 외계로 납치되어 그곳에서 슈퍼스타가 된다는 <카투니스트> 등 전체적으로 코믹 SF 단편 작가인 브라운의 이미지에 걸맞은 작품들이 눈에 띈다. 이러한 낙관적인 기조와는 대조적인 불편한 요소도 곳곳에 숨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인류가 공멸할 수도 있는 양의 핵무기를 인간들이 소지한 것에서 비롯되는 불안이다. 그리고 인간은 지구를 넘어 우주로 비행체를 보내고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되었지만 과연 이로 인한 외계 존재와의 조우가 어떠한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인지가 다채로운 상상력으로 그려져 있다.

    <불사조에게 보내는="" 편지="">나 <스폰서의 한="" 마디=""> 등에서는 직접적으로 언급되고 있으며 <녹색의 땅="">에서는 푸른 행성 지구를 그리워하는 우주 미아가 그토록 바라던 지구인을 다시 만나 지구에 돌아올 수 있겠다는 꿈에 부풀지만 이미 지구는 태양계 전쟁으로 없어져버렸다는 말을 듣고 자신의 환상을 지키기 위해 태양계 귀환을 거부하는 애절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류는 과연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축복된 미래를 얻을 것인가 아니면 그 과학기술의 발전 때문에 결국 불행한 결말을 자초할 것인가. 이 두 가지 엇갈린 전망 속에서 브라운의 초기 단편들은 쉽지 않은 균형을 이루고 있다. 독자들을 웃고 깔깔거리게 하면서도 우리를 위험하게 하는 것들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브라운의 필력이 실로 절묘하다.

    이 책에 수록된 단편들 중 분량이 긴 작품 중 몇 개를 개략적으로 살펴보자.

    <아마겟돈>
    꼬마 허비는 부모와 함께 마술 공연을 관람하러 간다. 마술이 취미인 허비는 대마술사인 ‘위대한 게르베르’의 마술을 비밀을 알고 싶다. 과연 그 트릭이 미래의 마술사인 자신의 상상력을 넘어선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무대로 올라가 게르베르의 마술을 돕는 역할을 한다. 허비가 마술에 참여하는 그 순간 티베트의 계곡에 있던 마니차 하나가 떨어지고 그 마니차는 급류를 타고 아래로 흘러 내려간다. 그리고 그 우연한 사건은 세계에 아마겟돈의 문이 열리게 만드는데 무대 위 허비는 과연 어떤 활약으로 세상의 아마겟돈을 막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가 받는 보상은?

    <스타 마우스="">
    나치의 탄압을 피해 독일에서 망명해온 괴짜 과학자 오베르부르커 교수는 자신의 저택 작업실에서 달로 쏘아보낼 로켓 제작에 몰두하고 있다. 자신의 작은 로켓의 승무원으로 집에 살고 있던 쥐를 쥐덫으로 잡고 쥐를 태운 달 탐사선 로켓을 하늘로 발사한다. 그런데 오베르부르커 교수가 계산하지 못했던 변수가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프륵슬. 표면을 검은 도료로 칠해 놓아 지구의 과학자들이 발견하지 못한 프륵슬이라는 소행성이 지구 가까이에 있었던 것이다. 지구에서 보낸 로켓은 프륵슬인들에게 비상한 관심을 불러모으고 지구 최초의 우주 생쥐인 밋키와 프륵슬인들 간에 밋키를 지구로 돌려보내는 계획과 밋키의 마우스트레일리아 건설 계획을 지원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된다.

    <웨이버리>
    어느 날 라디오 전파에 이상한 소리가 들리면서 지구의 모든 방송은 전면 중단된다. 방송국에 근무하는 맥기는 자신의 일상에 커다란 영향을 초래한 이상한 전파 간섭 현상의 정체를 찾게 되고 방송을 방해하는 전파가 마르코니가 송신한 지구 최초의 전파와 최초의 라디오 방송이란 것을 알게 된다. 우주를 돌고 돌던 전파가 지구로 다시 전달되고 여기에는 지구의 전파를 먹이로 하는 외계의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전파를 먹어치운 외계의 존재는 지구에서 발생하는 모든 전기까지 먹어 치우게 되고 전기 현상에 의존하는 지구의 문명은 다시 이전의 증기기관에 의존하는 시대로 돌아가게 된다. 사회 재구조화 작업이 정부의 주도로 진행되면서 세상은 큰 혼란 없이 전기 없는 시대를 살아갈 준비를 갖추게 되는데 과연 인류는 전기 없이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하늘의 혼란="">
    천문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로저는 어느 날 천체 관측 결과를 현미경으로 확인하다가 별자리가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지구에서 수백 수천 광년이나 떨어진 별들이 움직이는 있을 수 없는 사태를 두고 전 세계의 천문대는 아수라장을 방불케 하는 혼란이 일어나며 언론을 통해 이러한 소식을 접한 일반인들의 동요도 날로 커져만 간다. 항해의 나침반 역할을 하던 별자리들이 사라지고 이러한 미증유의 사태는 과학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헤일 박사 같은 사람이 사태의 원인에 대해 방송에 나와 떠들지만 그 역시 이러한 혼란의 원인을 파악할 수 없어 고민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별의 이동 경로를 조사하던 그는 뭔가 사건의 단서를 잡고 급히 워싱턴으로 달려간다.

    <인격 교환기="">
    끔찍한 사회부장의 인격 모독적인 발언에 시달리는 <글로브> 지의 프라이스는 어느 날 타크라는 한 발명가의 연구소에 취재를 하러 간다. 탱크처럼 호전적인 아내에게 깔려 사는 타크의 처지를 보면서 동병상련의 마음이 든 프라이스는 타크와 의기투합해 그의 새로운 발명품들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타크가 발명했다는 인격 교환기라는 기계가 다음 날 아침 도시에 작은 혼란을 불러오고 그러한 혼란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프라이스는 타크를 찾아 인격 교환기를 써서 워싱턴의 백악관으로 날아간다. 타크를 설득한 프라이스는 인격 교환기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준비 계획에 들어간다.

    <스폰서의 한="" 마디="">
    전 세계에서 같은 시간대에 라디오에서 방송되는 ‘싸워라’라는 광고 하나가 전 세계의 모든 분쟁을 잠재우는 역설적인 기능을 하게 된다. 술집에서 뱃사람들의 싸움을 막고 신혼여행지에서의 부부 싸움을 막고 심지어는 냉전의 시대에 서로가 선제공격을 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던 동서 양 진영의 수뇌들에게도 증오를 누그러뜨리게 하는 메시지로 작용하자 미국 백악관에서는 이 메시지를 둘러싼 긴급 비상회의가 벌어진다. 과학자, 철학자, 신학자, 정치가, 각 정파의 대표 등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 사태의 원인과 의미를 파악하던 백악관에서는 쇄도해오는 국민들의 전쟁 반대 편지로 업무 마비 사태에 이르게 된다. 과연 이 메시지의 발신지는 신인가, 악마인가. 이 메시지를 현명하게 해석하기 위해 인간들에게는 무엇이 필요한가.

     

    프레드릭 브라운 단편선 2권인 <아레나>는 중기 단편집인 '지옥에서 보낸 신혼여행(1958)과 '악몽과 기젠스탁(1961)을 중심으로 해서 실었다. 프레드릭 브라운이 본격적으로 SF 창작을 왕성하게 하던 시기의 작품들로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아레나>를 비롯하여 그의 전매특허와도 같은 초단편소설이 많이 발표되었던 시기의 작품들이다.

    <아레나> 역시 경묘한 필치로 그려낸 SF를 주조로 해서 판타지, 누아르, 우화 등 다양한 형식의 단편들이 들어 있다. <아직은 끝이="" 아니다="">의 의표를 찌르는 반전이 주는 효과, <플래싯은 미친="" 곳이다="">, <지옥에서 보낸="" 신혼여행="">의 화법은 초기 단편 <웨이버리>나 <하늘의 혼란="">에서 서술된 방식을 연상시키며 하나의 사태가 불러온 다채로운 이야기라는 초기 단편의 스타일이 잘 드러나 있다.

    브라운의 초기 단편들에 비해 '아레나'에 새로 추가된 키워드가 있다면 그것은 ‘호러’라는 단어일 것이다. 초단편소설로 분류할 수 있는 1,000단어 이하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기존의 SF적인 요소와 아울러 호러적인 색채가 두드러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색깔 악몽="" 시리즈="">가 그러하며 우화를 패러디한 <붉은 수염="">, <부두교> 등의 초단편과 <기젠스탁>의 결말의 반전이 자아내는 공포의 효과는 독자들을 섬찟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표제작인 <아레나>를 비롯해 <복종> <어두운 막간극=""> 등은 과학기술이 제공하는 새로운 환경에서 인간이 과연 새롭게 조우하게 될 미래와 맞닥뜨릴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묻고 있다. 종족 중심의 사고와 정복 아니면 복종이라는 역사로 점철되어 왔던 인류가 과연 외계의 존재와 만나게 되었을 때 어떤 식으로 그 행동을 표출할지 브라운은 조심스럽게 묻고 있다. 그리고 인간 본성의 부정적인 면을 극복하지 않는 한 외계와의 접촉은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로 연결되기 쉽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는 듯하다. 인간 본성에 대한 우울한 고찰은 마치 헤밍웨이의 단편처럼 보이는 현실에서 탈출하고 싶은 알코올중독자의 덧없는 노력을 그린 <마지막 열차="">에서 상징적으로 그려진다.

    이 책에 수록된 분량이 긴 단편들 몇 개를 개략적으로 살펴보자.

    <기젠스탁>
    아홉 살짜리 조카 오브리에게 어느 날 외삼촌이 길에서 주운 인형 가족을 선물한다. 오브리는 그 인형 가족에게 기젠스탁 가족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마치 가족처럼 애지중지한다. 그런데 얼마 안 있어 딸의 놀이에 뭔가 이상한 점이 있다는 것을 느낀 아버지 샘은 기젠스탁 인형놀이에서 벌어지는 일이 실제로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다. 과연 이것이 우연의 일치인지, 누구의 장난인지 헷갈리면서 점점 신경을 곤두세우는 샘을 가족들은 걱정하며 결국 기젠스탁 인형을 샘 몰래 처분하기로 결정한다.

    <아레나>
    명왕성 궤도 바깥에서 침략자들을 정찰하던 카슨은 적기를 발견하고 격추하려다가 문득 정신을 잃는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자신이 열사의 파란 모래사막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시공간을 초월한 그곳에서 어떤 목소리가 두 종족의 싸움으로 둘 다 멸망하는 걸 막기 위해 카슨과 외계인을 종족의 대표로 선발해 인간과 외계인의 대리전쟁을 치르게 한다. 지구 전체의 운명을 걸고 카슨은 외계인과 목숨을 건 투쟁을 시작하는데 아무런 무기도, 시간제한도 없이 강력한 역장에 둘러싸인 공간에서 인간과 외계인의 대표는 생존을 위한 처절한 싸움을 시작한다.

    <쥐>
    기르던 고양이와 함께 창밖을 바라보던 생물학자 빌 휠러는 우주선 하나가 센트럴 파크에 착륙하는 것을 목격한다. 이상한 비행 물체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군대와 경찰이 동원되고 과학자들이 소환되어 우주선의 정체를 살핀다. 우주선 안에는 쥐만 한 크기의 생물체 하나가 죽어 있을 뿐 비행체의 작동 원리나 목적은 전혀 알려지지 않는다. 그런데 우주선의 착륙 이후 지구에는 이상한 일이 연이어 일어나기 시작한다. 정치 지도자에 대한 암살이 각지에서 일어나고 원자폭탄이 터지고 주식은 폭락하고 폭동과 반란이 연이어 일어난다. 빌은 이런 일들이 우주선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추리해보고 인류가 이미 벌어진 일에 속수무책이라는 걸 짐작하게 된다.

    <지옥에서 보낸="" 신혼여행="">
    우주 개발 경쟁으로 냉전이 언제 전쟁으로 이어질지 모르는 불안한 시절, 출생관리국의 한 통계학자가 신생아 중 남아가 비정상적인 비율로 적다는 것을 발견하고 경악한다. 그리고 그런 비정상적인 비율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더 커지다가 결국 신생아 중 남아는 한 명도 없어지게 된다. 자연계의 암수 출생 비율은 정상이고 인간에게만 비정상적인 출생 비율을 보이는 이런 비상사태의 원인을 파악하던 미 펜타곤의 사이버네틱스 장치 ‘주니어’는 지구를 향한 외계인의 전파가 그 원인일 수 있다고 결론내리고 그것을 검증하기 위해 예비역 우주 조종사 카르모디가 달로 파견된다. 그리고 러시아 측에서도 이 계획에 협조해 우주 조종사 안나를 달로 보내고 두 사람은 달에서 지구로 향한 전파의 간섭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허니문 베이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라는 임무를 받는다.

    <10퍼센트>
    점원으로 일하는 할리우드의 배우 지망생 배우가 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포기하고 다른 일을 찾아보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빌은 두툼한 지갑을 줍고 거기에 들어 있는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최대한 많은 돈을 현금화하기로 마음먹는다. 호텔과 레스토랑을 다니면서 신용카드를 현금화하던 빌은 어느 바에서 낯선 사람과 술자리를 같이하게 되고 신변 잡담과 야구에서 시작하여 영화와 연기에까지 이야기가 이르게 된다. 그 로스코라는 낯선 사람은 영화업계 관계자라는 게 밝혀지고 빌이 주운 지갑의 주인이라는 게 밝혀진다. 로스코는 빌을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고 그의 비공식 에이전트가 되는 계약을 맺는다. 총수입의 10퍼센트를 비공식적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은 뒤 단역도 얻지 못하던 빌은 점점 더 중요한 배역을 얻기 시작하고 배우로서 점점 더 승승장구하게 된다. 그런데 빌은 로스코와의 계약 내용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서서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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