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제조기업 처벌 촉구 옥시상품 불매 선언 시민사회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옥시의 보상과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옥시레킷벤키저가 지난 2000년 유해물질인 PHMG 인산염이 들어간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출시하기 직전 외부기관에 PHMG 인산염의 유해성 여부를 확인하는 '2차 자문'을 거친 단서가 포착됐다.
옥시는 이때도 1995년 독일 전문가의 자문을 구할 때와 마찬가지로 "흡입독성실험이 필요하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실험을 하지 않았다.
28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가습기살균제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검사)은 가습기살균제에 포함되는 화학물질을 프리벤톨 R80에서 PHMG 인산염으로 바꾼 2000년에도 옥시가 2차로 외부 자문을 거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당시 외부기관으로부터 "흡입독성실험이 필요하다"고 경고하는 답변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옥시 측이 흡입독성실험을 진행하지 않은 채 제품을 출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옥시는 1995년 독일에서 가습기 세정제 원료로 쓰이는 화학물질 프리벤톨 R80을 수입해 가습기 살균제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을 개발할 당시 독일 전문가에게 1차 자문을 요청해 경고성 회신을 받았었다.
이 독일 전문가는 이메일에서 "해당 물질을 초음파 가습기에 넣어 사용하려면 흡입독성실험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옥시는 실험을 했고 무해하다는 결과를 받아 본격 생산 판매 절차를 밟았다. 이같은 정황은 지난 2월 검찰이 옥시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포착됐다.
지난 2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제조기업 처벌 촉구 옥시상품 불매 선언 시민사회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옥시의 보상과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검찰은 옥시 측이 독일 전문가의 자문을 받고 흡입독성실험을 진행했던 1차 자문 때와 달리, 2000년에는 PHMG 인산염에 대한 독성실험이 필요하다는 2차 자문을 받고도 실험을 하지 않은 경위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원가 절감 차원에서 옥시 측이 실험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당시 국내 가습기 살균제 시장 매출규모는 10억원~20억원이었지만 흡입독성실험 비용은 3억여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은 1차 자문에서 가습기살균제 물질을 포함시킬 때 흡입독성실험의 필요성을 인지했고, 2차 자문에서 PHMG 인산염 자체에 대한 흡입독성실험의 필요성을 또 한번 인지했을 옥시가 실험을 하지 않고 제품을 출시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PHMG 인산염이 포함된 제품을 출시할 때 흡입독성실험의 필요성을 연구진이 상부에 보고했는지, 신현우 대표 등 옥시 경영진이 원가절감을 이유로 흡입독성실험을 하지 말고 출시하라고 승인했는지 등을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전날 소환한 옥시 현 연구소장 조모씨와 PHMG 원료도매업체인 CDI 대표 이모씨를 상대로도, 2차 자문까지 받아놓고도 PHMG 인산염을 포함시킨 제품을 출시하면서 흡입독성실험을 하지 않은 경위를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2001년 전후 옥시 연구소의 선임연구원으로 일하며 제품 첫 개발과 제조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인물인 옥시 현 연구부장 최모씨도 27일에 이어 재소환해 관련 내용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이날 또 다른 유해 가습기살균제 '세퓨' 제조사 버터플라이이펙트 전 대표 오모씨, 세퓨 원료물질 PGH 공급업체 H사 대표 김모씨를 소환조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