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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수영연맹 전무, '루이비통·사과상자' 상납은 기본?



법조

    [단독]수영연맹 전무, '루이비통·사과상자' 상납은 기본?

    학부모로부터 체크카드 받아썼다는 간부, 술병에 '인사자금' 꽂아 전무에 상납

     

    #'끼이이익…' 2009년 말 최고급 세단인 검은색 '에쿠스' 차량이 서울 송파구 방이동 대한체육회 건물 지하주차장 한 켠에 도착했다. 미리 알고 있던 차량 번호판과 일치하는지 확인한 대한수영연맹 상임이사 김모씨가 A씨를 대동하고 차량 앞으로 향했다. 에쿠스 차량에 타고 있던 대한수영연맹 전무이사 정모씨는 A씨의 동행 사실을 알고 잠시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마추어 같이 다른 사람과 같이 나오다니" 하는 듯했다. 그러나 김씨가 현금과 함께 명품 '루이비통 머니클립'을 건네자 인상이 펴졌다. 해외에 출국하기 전 김씨가 건넨 '선물'이 나쁘지 않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A씨의 눈은 에쿠스로 향했다. 2004년 무렵 정씨가 자신과의 식사 자리에서 "이거 P가 사준거야"라고 직접 자랑했던 그 차였다. P는 정씨의 최측근으로 분류돼 한 차례 검찰 조사를 받은 총무이사 박모씨이다.

    # B씨는 전무이사 정씨의 자택인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를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다. 시중에서 쉽게 찾기 힘든 고급 술이 전시용으로 진열돼 있었는데, 매달 많아봐야 400~500만원 상당인 연맹 간부 월급으로 '감히' 구입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프라다, 에르메스, 펜디 등 명품으로 치장하는 정씨의 평소 차림이 떠올랐다. 정씨로부터 "선물로 받았다"는 말에 "그러려니" 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원석 부장검사)가 수영연맹 국가대표 선발비리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22일 구속된 전무이사 정씨의 '호화생활'이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수영코치 박모씨 등으로부터 수억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 뿐 아니라 연맹 안팎에서 전방위적으로 상납을 받은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수영연맹 안팎에서 정씨와 관련한 상납 정황이나 호화로운 생활은 공공연하게 전해지고 있다. 먼저 월급쟁이에 불과한 정씨가 두 자녀를 해외 유학 보낼 수 있던 배경에 '상납'이 한 몫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 수영연맹 관계자는 "연맹 월급으로는 절대 두 자녀를 해외 유학 보내지 못한다"며 "자신 명의로 된 재산도 거의 없는 정씨가 무슨 돈으로 해외 유학을 보냈는지, 조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수영연맹 선수와 코치, 학부모들이 정씨와 술자리가 생길 때면 으레 간부들로부터 듣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한다. "술을 준비해라. 인사를 드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술병 옆에는 늘상 200만원 가량이 꽂혔고, 가뜩이나 비싼 술에 '인사자금'까지 더해지면 흡족한 저녁자리가 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씨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수영연맹 상임이사 김씨와 관련한 이야기도 있다. 국가대표 선발을 기대하는 학부모 등으로부터 받는 상납금이 부족하다 싶을 때면 "다음에는 사과상자에 (돈을) 담아오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재력가 학부모 몇 명은 김씨가 아예 학부모나 선수 명의로 된 체크카드를 받아 백화점 등지에서 사용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또 다른 수영연맹 관계자는 "사과상자에 담아오라고 하고, 체크카드를 받아서 쓰고. 이게 무슨 조폭 룰인가 싶었다"며 "국가대표 정할 때마다 이런 관행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들이 받은 돈 액수를 상상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서울동부지검 수사와 서울중앙지검 내사 단계에서 수영연맹 관계자와 학부모치, 선수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통해 관련 진술을 모두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계좌추적 등을 통해 혐의가 일부 확인된 이사 박씨와 정씨의 상납고리에 우선 주목하면서 주변 측근들과 연맹 차원의 조직적인 비리 수사로 넘어갈 지 저울질하고 있다.

    수영연맹 내부에서는 정씨가 치밀하고 본인과 관계된 흔적은 잘 남기지 않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한 수영연맹 관계자는 "정씨는 현금거래를 선호하고, 자신 명의로 거의 재산을 남기지 않을 정도로 치밀한 성격"이라고 전했다. {RELNEWS:right}

    이에 따라 검찰은 정씨가 수영연맹 직원들이나 친인척, 지인 명의 계좌를 이용해 돈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정씨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총무이사 박씨, 연맹 해외 자금 집행 대부분을 총괄했던 김모 사무국장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싱크로나이즈드 분야 국가대표 선발 비리로 지난해 항소심에서 법정구속된 상임이사 김씨도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있다.

    한 수영연맹 관계자는 "윗선 간에 너무도 당당하고 당연스럽게 이뤄지는 상납 때문에 씁쓸한 시간들이었다. 수십년을 수영인으로 바친 세월이 무색했는데 이제라도 모든 걸 제 자리로 되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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