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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암 환아도 우리 이웃…영화 '레터스 투 갓'을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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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아암 환아도 우리 이웃…영화 '레터스 투 갓'을 현실로"

    [노컷 인터뷰] (사)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천진욱 사무총장

    (사)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천진욱 사무총장(사진=백혈병소아암협회 제공)

     

    "소아암에 걸린 한 소년이 지역 사회에 희망을 선물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소아암과 싸우는 환아는 물론 그 가족들이 사회와 가족 안에서 겪는 갈등을 그린, 소아암 가족들의 눈으로 본 삶이 잘 그려졌더군요. 그들의 시각으로 영화를 보면 그동안 보지 못하고 지나쳐 온 것들, 어쩌면 평생 몰랐을 것들을 돌아볼 수 있을 겁니다."

    오는 25일 개봉하는 영화 '레터스 투 갓'(Letters to God·수입 CBS시네마)을 미리 본 (사)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천진욱 사무총장의 감상평이다. 레터스 투 갓은 소아암에 걸린 한 소년으로 인해 삶이 변화한 사람들의 실화에 바탕을 뒀다.

    최근 서울 서교동에 있는 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천 사무총장은 소아암에 대해 "어떠한 유전·환경 요인에 의해 발병되는지가 밝혀지지 않은 까닭에 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하는 병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아암은 의료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소아 10만 명당 16명에게서 발병할 만큼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질병"이라는 것이다.

    "소아암은 20년 전만 하더라도 완치율이 20%에 머무른 탓에 걸리면 하늘나라로 가는 치명적인 병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의학기술이 발전하고 신약이 개발돼 완치율이 80%에 달합니다. 그래서 현재 소아암 치료는 완치된 이후의 삶에 초점을 두고 있어요. 환아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문제와 직결되는 셈이죠."

    백혈병소아암협회는 소아암 환아 부모들의 필요성에 따라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단체라는 데 의미가 크다는 것이 천 사무총장의 설명이다.

    "소아암을 앓는 아이의 부모들은 지난 1988년부터 환아들의 인권과 권리를 위해 활동해 왔어요. 전국 32개 병원에 소아암 부모회가 자리잡고 활동 중이죠. 보통 명망 있는 분들이 모여 각 단체를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소아암 부모회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면서 2000년 4월 25일 보건복지부의 인가를 받고 탄생했어요. 당사자들이 자생적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마음과 마음이 모인 조직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협회 이름에 '소아암'과 '백혈병'이 함께 쓰인 이유를 천 사무총장에게 물었다.

    "백혈병도 소아암 영역의 하나입니다. 협회 설립 당시 드라마 등을 통해 백혈병이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졌죠. 그래서 시민들이 소아암은 잘 몰라도 백혈병은 이해하고 있었어요. 소아암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자는 차원에서 설립 당시 백혈병을 협회명에 넣게 된 거죠."

    의료적으로 소아암을 집중치료하는 기간은 3년 이상이 걸린다. 영화 레터스 투 갓의 주인공 역시 항암치료를 30회 한 것으로 나온다. 집중치료 기간에는 환아의 몸이 굉장히 약해질 수밖에 없다. 천 사무총장은 "항암치료를 하다보면 부작용 탓에 인지능력 등이 떨어지게 되는데, 이를 복귀시키는 과정 자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전했다.

    "학교에 다닐 시기에 집중치료를 위해 3년 동안 공백을 갖게 되면, 또래 집단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이 따릅니다. 저희가 서울, 부산, 대구, 울산 4곳에 설립한 '희망다미웰니스센터'를 통해 환아는 물론 가족들의 건강·교육·복지·문화적 욕구를 만족시키려 애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죠. 그만큼 환아와 가족들에게는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사회적 건강이 몹시 중요합니다."

    ◇ "소아암 환아 부모 이혼율 높아…사회적 편견 등 악순환의 고리 끊어야"

    영화 '레터스 투 갓' 스틸컷(사진=CBS시네마 제공)

     

    소아암 환아들은 항암치료로 인해 체모가 빠지고, 면역력이 약해져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천 사무총장은 "전염성이 없는데도 수많은 편견 탓에 환아와 그 가족들이 겪는 아픔이 크다"고 토로했다.

    "영화 레터스 투 갓의 배경인 서양권과 달리 동양권에서는 수많은 편견이 있죠. 구성원과의 관계와 서열을 중시하는 까닭에 타인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동양권에서는 소아암에 대한 인식 수준이 아직 낮은 게 사실입니다. 서양권에서 소아암을 이겨낸 이들을 '서바이버'(Survivor)라고 부르며 영웅시하는 분위기와는 크게 다르죠. 지금은 많이 덜해졌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소아암을 이겨낸 뒤 아이는 물론 부모까지 이름을 바꾸며 이사를 가서 병력을 숨기는 경우가 많아요. 사회 생활을 하는데 소아암 병력이 여러 면에서 불리하게 여겨지는 탓이죠."

    이에 따라 소아암 가족들의 어려움도 몹시 크다고 천 사무총장은 설명했다.

    "소아암 환아의 부모 나이가 보통 30대 중후반인데, 경제적으로 안정되기 전 단계로 주로 맞벌이를 하고 있죠. 아이가 덜컥 병에 걸리면 부모 중 한 명이 집에 있어야 하고, 나머지 형제자매는 방치되는 경우가 많아요. 극한 상황에서 가족간 응집력이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가정이 파괴되는 사례도 많아요. 국내 소아암 환아 가족의 이혼률이 상당히 높은 이유죠. 그러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환아를 돌봐야 하니 악순환이 계속되는 거죠."

    천 사무총장은 소아암 환아들을 대하는 정부 당국의 인식 변화도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우리 협회를 비롯한 민간에서 환아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기구를 운영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국가에서 책임을 져야 하는 사안들이죠. 현재 보건복지부에서는 소아암 환아들을 '건강장애학생'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장애'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래서 우리는 '건강취약청소년'이라는 개념을 쓰고 있죠. 정부가 질병에만 관심이 있지, 환아들의 삶에는 신경을 끄고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죠. 소아암뿐 아니라 희귀질환이 많은데도 그 환아들을 묶을 수 있는 개념이 없습니다. 법 규정은 있어도 이를 뒷받침해 줄 정책적 시스템이 부재한 게 우리네 현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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