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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타인데이 다음날, 소아암과 싸우는 아이들 품 안에



문화 일반

    발렌타인데이 다음날, 소아암과 싸우는 아이들 품 안에

    2월 15일 '세계소아암의 날'…영화 '레터스 투 갓'으로 본 사회의 역할

    소아암에 걸린 한 소년에게서 희망을 얻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레터스 투 갓'의 스틸컷(사진=CBS시네마 제공)

     

    연인들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발렌타인데이 이튿날, 그러니까 매년 2월 15일은 '세계소아암의 날'이다. 소아암은 어린 아이에게 생기는 악성종양을 일컫는다. 국내에서만 매년 1000~1200명이 소아암 진단을 받는다. 유전·환경 요인에 의해 발병되는지가 밝혀지지 못한 까닭에, 소아암은 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하는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 서교동에 있는 사단법인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이하 협회)에서 만난 천진욱 협회 사무총장은 "우리가 잘 아는 백혈병도 소아암의 한 영역"이라며 "의료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소아 10만 명당 16명에게서 발병할 만큼 소아암은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아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01년 9월 룩셈부르크에서 세계소아암부모연합과 세계소아암학회가 공동 컨퍼런스를 열고 2월 15일을 세계소아암의 날로 지정했다"고 덧붙였다.

    소아암에 걸린 한 소년에게서 삶의 희망을 얻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실화 영화 '레터스 투 갓'(수입 CBS시네마). 오는 25일 개봉하는 이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에는 소아암과 싸우는 국내 소아암 환아·부모가 쓴 다섯 통의 편지가 실린다. 이들 편지 가운데 한 통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천사처럼 밝은 제 딸 노효주에게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게 해 주세요. 생후 4개월부터 여덟 살인 지금까지도 씩씩하게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이 아이에게 부디 그만 시험을 거두어 주시고, 대견하다고 '건강'이라는 상을 내려 주세요. 집과 병원만이 세상의 전부라고 알고 있을 우리 효주에게 세상은 넓고, 산에 가면 아름다운 단풍을 볼 수 있고, 바다에 가면 짭짜름한 바닷물과 시원한 모래사장을 볼 수 있으며, 병원에서만 봐 왔던 친구들은 유치원이나 학교에 가면 얼마나 많은지 느끼게 해 주세요."

    송원규 협회 기획사업국 대리는 "소아암에 대한 편견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국내 환경에서 다섯 가족이 본인들의 이야기를 하기 힘드셨을 텐데, 사진과 함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를 써 주셨다"며 "영화 레터스 투 갓을 통해 소아암에 대한 관심과 함께 환아들 역시 꿈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 캠페인으로까지 이어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 소아암 대하는 인식 수준 여전히 미흡…"건강한 공동체 문화 절실"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산하 희망다미웰니스센터의 활동 모습. 이곳에서는 소아암 환아와 가족들이 지역사회에서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사진=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제공)

     

    지난 4년간 현장에서 소아암 환아들은 물론 그 가족들과도 함께해 온 서정은 협회 희망다미웰니스센터 과장은 소아암을 두고 '가족 질환'이라는 표현을 썼다. 환아뿐 아니라 부모, 형제들에게까지 정서적인 영향이 크게 미치는 까닭이다.

    서 과장은 "환아들은 치료 전과 후에 성격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내성적으로 변하거나 난폭해지기도 한다"며 "유치원, 학교를 전혀 다니지 못하고 병원과 집만 오가면서 사회적으로 위축되고 고립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담을 받으러 온 가족 중 환아의 집중 치료를 위해 형을 외국에 유학 보냈는데 환아가 결국 세상을 떠났고, 이후 돌아온 형이 '나는 버려진 아이'라며 상처를 말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이렇듯 가족끼리 갈등을 빚기도 하지만, 오히려 힘든 치료를 이겨내면서 긴밀해지는 사례도 있다. 그래서 환아에 대한 치료만큼이나 가족 모두가 소통의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사회를 통해 영화 레터스 투 갓을 미리 접한 서 과장은 "극중 소아암을 앓는 주인공은 물론 그의 형제, 부모가 겪는 갈등이 현실과 많이 닮아 있었다"면서도 "지역 사회 전체가 아이에게 관심을 갖고 반응해 주는 모습은 우리나라 현실과 많이 달랐다"고 평했다.

    그는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전염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소아암 치료 중간 중간 아이가 학교에 갔을 때 '분위기를 흐트러뜨릴 수 있다'는 말을 듣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며 "동정 어린 시선으로 환아를 바라보는 것도 힘든 치료 시기에는 부담스러운 요소"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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