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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이 된 열정"…박보영이 보내는 청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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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질이 된 열정"…박보영이 보내는 청춘 편지

    [노컷 인터뷰] "사회 문제에 관심 있는 나이…스스로 가진 '열정'은 긍정적"

    영화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주연배우 박보영.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소녀는 어느 새 훌쩍 커서 시대를 그리는 청춘이 되었다.

    배우 박보영은 올 한 해를 끝없이 변신하며 보냈다. 영화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로 시작해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까지 6개월 동안 쉬지 않고 달렸다.

    역할도 다양했다. '오 나의 귀신님'에서는 귀신에 빙의해 달콤하면서도 발칙한 로맨스 연기에 도전했고, '돌연변이'에서는 입이 거친 취업준비생으로 맛깔 난 욕 연기를 선보였다.

    마지막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에서는 이곳 저곳 치이는 사회초년생 역을 맡아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청춘 캐릭터들을 섭렵했다.

    반나절 마음 놓고 쉴 시간도 없이 달려온,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박보영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벗을 수 없던 '소녀 이미지'를 완벽하게 탈피했다. 현실 속 그는 여전히 밝고 사랑스러운 소녀의 모습 그대로지만.

    그러나 누군가 박보영을 여리고 순수한 존재로만 본다면 그건 너무 아까운 일이다. 어떤 일이든 즐겁게 정성을 다해 임하는 그는 또래 어떤 배우보다 속이 꽉 차게 여물어 있다. 여전히 소녀 같은 박보영은 그렇기에 누구보다도 강하고, 성숙한 배우다.

    다음은 취재진과 박보영이 나눈 일문일답.

    영화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주연배우 박보영.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이제 막 기자 세계에 발을 들인 수습기자 도라희 역을 연기했다. 본인 연기를 어떻게 봤는지도 궁금하고 연기하기 전과 후에 연예 기자들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하다.

    - 처음 보면 항상 제가 잘못한 것들이 많이 보인다. 그래서 우울해지는 것 같다. 인터뷰하면서 느끼는 건데 기자 분들 성향이 모두 다르더라. 때문에 라희를 통해서 이해하게 됐다는 말도 맞는 말이 아닌 것 같다.

    ▶ 영화 속에서 도라희는 어딘가 어설프면서도 진취적인 성격으로 등장한다. 배우인 본인과 실제로 닮은 점이 있나?

    - 라희는 할 말은 하면서 힘든 사회를 잘 헤쳐 나가는 여성이다. 그런데 저는 신인 시절에는 그냥 억울해도 제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말하지 못했다. 어느 순간부터 저도 연기에 관해서는 의견을 이야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사실 디렉션은 감독님이 주는 거지만 그 결과물에 대한 책임은 저에게 있다. 이것을 깨닫고 나서는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만약 의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타협점을 찾게 되더라. 물론 편집 권한은 없지만 하고 싶은 연기를 했으니 후회는 없을 것 같아서 요즘은 이렇게 하고 있다.

    ▶ 부장인 하재관 역을 맡은 정재영 씨와의 호흡은 어땠나. 영화 속에서는 라희를 많이 혼내는 선배로 등장하는데.

    - 처음에 선배님이 캐스팅 됐다고 했을 때는 정말 신이 나고 설렜다. 그런데 갈수록 부담감이 생기더라. 함께 연기하면 제 연기력이 모두 드러날 것 같아서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선배님이 그런 게 보였는지, 주눅 들지 말고 건방져도 된다고 조언을 해줬다. 회식할 때도 저에게 왜 이렇게 힘들어 하냐고 물어봤다. 저는 힘들지 않다고 했는데 선배님이 '나도 있고, 다른 선배들도 많은데 왜 너 혼자 그러냐. 즐겨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다음날부터는 정말 편안해지더라. 제가 다 기댈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 막내인 특권을 마음껏 누리겠다는 다짐을 했다. 정말 너무 든든했다. 제 편이 딱 있는 것 같은 느낌.

    영화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주연배우 박보영.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아무래도 소위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에 강한 선배들이라서 더 그런 부담을 느꼈던 것 같다.

    - 정말 선배님들 캐스팅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감정 변화를 느꼈다. 그분들 속에서 분명히 제 연기에 힘이 들어간 게 느껴지고, 더 튀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최대한 방해되지 않게 열심히 해봐야겠다고 다짐했었다. 유독 연기할 때 연기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대사를 할 때도 대사를 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신경이 많이 쓰였다. 정재영 선배와는 애드리브 훈련을 많이 했다. 잘 받아치지 못할 거면 잘 받기라도 하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중에는 조금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받을 수 있는 걸로만 선배가 주기도 했다.

    ▶ 점점 역할이 소녀에서 사회인으로 변화하고 있다. 함께 연기 스펙트럼도 넓어지고 있는 듯한데.

    - 생각보다는 그런 시나리오들이 일찍 와서 기쁜 마음이 크다. 이제 저에게도 학생이나 소녀가 아닌 이런 느낌의 시나리오가 오는 것을 보면서 나도 사회인 역할을 할 때가 왔다는 생각을 했다. 저는 아직도 성장하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만약에 또 교복을 입게 되더라도 제 시간은 남들보다 천천히 간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작품을 하게 되면서 얻는 것은 분명히 있으니까.

    ▶ 역할의 나이를 떠나더라도 다양한 이미지 변신에 욕심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캐릭터가 하나에 머물러 있지 않다.

    - 해보지 않은 장르나 캐릭터에 도전하는 것에 욕심이 있다. 너무 시도해보고 싶으니까 하는 거다. 저를 밝고 명랑한 이미지로 보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영화를 통해서는 다른 모습들을 많이 보여줘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어떤 이미지에 갇힌 것이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이상 썩 좋은 느낌은 아니지 않을까. 사실 엄청나게 선을 넘어서지는 못한다. 할 수 있는 것에 한해서 보여드리는 것 뿐이다. '오 나의 귀신님'을 좋게 봐주셨는데 저에게 대중 분들이 원하는 느낌이 이런 것인지 많은 생각이 들더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배우로서의 욕심이 나만의 욕심이 되면 안되니까 앞으로도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다.

    ▶ 이어서 이야기하면 영화 '돌연변이'에서 보여준 욕쟁이 취업준비생 역할이 인상 깊었다. 신선하면서도 즐거운 변신이었던 것 같다. 출연 분량은 많지 않았는데 어떤 점에서 이끌렸는지 궁금하다.

    - 영화가 생각보다 잘 되지 않아서 속상하다. 사실 영화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을 하면서 연기적인 한계를 느끼고 슬럼프에 빠졌었다. 처음 연기를 하는 친구들도 있어서 함께 데리고 가야 된다는 책임감이 너무 많아서 힘들기도 했고, 재능이 없는데 혼자 욕심에 하고 있다는 좋지 않은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랬던 저를 다잡아 준 작품이 '돌연변이'다. '돌연변이'를 하면서 연기가 이렇게 재밌어서 했던 건데, 왜 잊어버렸던 것인지 느꼈다. 분량이 별로 없는 조연이라서 더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현장에 나갔던 것 같다. 다시 좋은 에너지로 가득 찬 상태에서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 '오 나의 귀신님'도 촬영하고, 행복한 한 해를 시작했다. 그래서 더욱 아끼는 작품이다.

    영화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주연배우 박보영.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말 그대로 올해 영화만 세 편, 드라마는 한 편 등 총 네 편을 대중들 앞에 내놨다. 어느 때보다 '다작'한 해인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 항상 다작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이루지 못하는 꿈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드라마를 하게 되면서 그 꿈을 이뤘다. '돌연변이'나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는 원래 예상보다 빨리 나왔다. 제가 한 해 동안 했던 것들이 전부 나와버려서 내년에는 큰일 났다. (웃음) 지금까지 즐겁긴 했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되나 싶다. 제 필모그래피를 보면 중간에 비어 있는 상태로 한 해가 지나간 경우가 있는데 저는 그게 너무 싫다. 그 동안은 시나리오 볼 수 있는 여력이 되지 않았지만 이제 시간이 생기니까 회사에도 시나리오 볼 수 있다고 이야기를 했다. 마음이 급하다. 마음으로는 (차기작 결정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은데 상황은 어떨지 모르겠다. 빨리 결정하고 싶다.

    ▶ '돌연변이'도 그렇지만 유독 청춘의 현실을 그린 작품에 관심이 높은 것 같다.

    - 그런 건 당연히 관심이 있다. 특별히 관심이 있는 것보다는 모든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정도의 고민과 관심이다. 제 친구들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지금의 이런 사회적인 문제들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나이다.

    ▶ 영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열정'이라는 말이 좋은 의미로 쓰이지 않는 시대다. 청년들의 열정을 빌미로 한 저임금 노동을 일컬어 '열정 페이'라고 하기도 한다.

    - 제가 이번에 영화를 하면서 결론을 낸 것이 있다. 일단 친구들이랑 이야기할 때 '내가 이 일에 열정을 가지고 하고 있다'는 말의 열정이라는 단어는 좋은 의미다. 정말 '열정'을 뜻하는 거니까. 그렇지만 외부의 누군가가 나에게 '넌 열정이 있으니까'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부정적인 느낌이다. '열정'이라는 단어가 외부로부터 오느냐, 스스로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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