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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럭대기만 한다고? '진격의 배우' 정재영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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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럭대기만 한다고? '진격의 배우' 정재영의 모든 것

    [노컷 인터뷰] "올해 의도치 않은 상복 감사…기자도 그냥 평범한 직장인"

    영화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 주연배우 정재영.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정재영은 올 한 해, 가장 상복이 많은 배우 중 하나다.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 무대에서도 그 연기력을 인정 받았다.

    영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로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로카르노국제영화제, 아시아태평양스크린어워드에서도 당당히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다양성 영화부터 상업 영화 그리고 로맨틱 코미디부터 스릴러까지. 정재영은 그 동안 스크린을 누비며 카멜레온처럼 변신해왔다. 이번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에서는 괴팍한 성격이지만 속정만은 깊은 부장 하재관 역을 맡았다.

    기자, 더욱이 '연예부 기자'라는 특수한 캐릭터 상황도 '진격의 배우' 정재영을 막지는 못했다. '버럭' 내지르는 소리와 구박이 특기인 이 캐릭터를 정재영은 자기 나름의 방식대로 해석하고 녹여냈다. 그에게는 반드시 현실 속 기자와 똑같아야 한다는 법칙도 굴레도 없었다. 어떤 캐릭터도 자기 것으로 물들이는 특기가 확실히 발현된 셈이다.

    다음은 정재영과 취재진이 나눈 일문일답.

    ▶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라는 영화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 제가 기자들을 많이 만나봤는데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내부의 리얼리티한 세계가 있더라. 다른 직업들은 상당히 노출이 됐다. 형사에 대해서는 경찰서를 가지 않아도 구조를 알 정도로 일반 관객들은 많이 접하지 않나. 우리가 신문이나 방송에서 보는 거지, 실제로는 생소하니까. 시나리오를 보면 기자에 대해 재밌고, 현실감있게 그렸다. 그들도 인간적이고, 직장인인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 동명의 원작 소설은 읽어봤나?

    - 제목을 참 비꼬아서 잘 지었다. 마지막 크레딧이 올라갈 때 진짜 소설책을 내가 읽는 장면이 있다. 그 때 잠깐 읽어보긴 했는데 소설을 전부 읽지는 않았다. 어떤 작품이든 원작을 소재로 만든다는 것은 힘들다. 원작은 방대하고, 양으로 치자면 드라마 같다. 장편 소설을 영화화하는 것은 소설을 시로 쓰는 것과 마찬가지로 압축하는 과정이다.

    영화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 주연배우 정재영.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실제로도 영화 속의 하재관 부장처럼 주변 사람에 대해 정과 의리가 많은 타입인가? 화내는 연기가 굉장히 인상 깊었는데 본인 역시 닮은 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 제 가족도 못 챙기는데 주변까지 살필 여유가 있나. (웃음) 가족부터 챙겨야지. 크게 욕심갖지 않는다. 아낄만한 사람은 아끼고, 배신은 하지 않고. 저도 가끔 버럭할 때가 있다. 아무리 착한 사람이라도 다 화를 내지 않나. 오히려 그러지 않는 것이 더 무섭다. 그런 사람들이 쌓아놓고 있다가 순식간에 터뜨리니까 위험한 것 같다. 그러니까 평상시에 풀어야 된다.

    ▶ 감정 소모가 심한 연기라서 체력적으로 지쳤을 수도 있을 것 같다.

    - 원래 평상시에 조근조근하게 이야기하고 그렇지는 않다. 그런데 그렇게 소리지르면서 화내는 장면을 여러 번 촬영하니까 끝날 때가 되면 진이 빠질 때도 있었다. 스태프들도 다 고통스러워했다. 짜증 현장체험이었던 것 같은데 당연히 짜증이 나야 된다. (듣는 사람이) 짜증이 나지 않으면 지르는 보람이 없지 않나.

    ▶ 영화 속에서는 기러기 아빠로 나오는데 아빠 정재영은 어떤지 궁금하다.

    - 기러기 아빠 같은 건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렇게 하면서까지 가족과 헤어지고 싶지 않고, 저 같으면 안 보낸다. 그런 면은 공처가인 하재관과 제가 다른 것 같다. 지금도 보낼 생각은 전혀 없다. 이 생각은 '지금도 맞고 그 때도 맞다'. 이번에 영화 하면서 아내에게 많이 혼났다. 영화 핑계로 집에서 '버럭'한다고. (웃음) 이왕이면 아이들에게 소리 지르지 않고 자상하게 하고 싶은데 그게 쉬운 일은 아니다.

    ▶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항상 만나는 기자들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있겠다.

    - '우라까이'(기사의 내용이나 핵심을 살짝 돌려쓰는 관행을 이르는 은어)라는 말을 처음 알았다. 단독이나 특종도 뭐가 중요한지 몰랐는데, 중요한 것 같더라. 이제 단독이라고 쓰인 기사는 나도 보게 되더라. 단독인데 이슈가 되면 특종이고, 아니면 그냥 단독인거지. 일반적인 가십을 범죄자 잡듯이 추적하는 것도 흥미롭더라.

    ▶ 영화를 준비하면서 연예부 쪽으로 취재는 나가지 않았나?

    - 연예부 기자로 며칠 동안 상주해보고 싶었는데 잘 되지 않았다. 영화사를 통해 하려고 했는데 대부분 난감해하더라. 다른 부서도 아닌 연예부인데 배우가 와서 수습처럼 활동하는 게 어려운 일이었던 것 같다.

    영화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 주연배우 정재영.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많은 배우들과 함게 호흡을 맞추는 작업이었는데, 어떤 느낌이었는지 그리고 가장 엮이는 장면이 많았던 후배 배우 박보영과의 호흡은 어땠는지?

    - 배우들과 소통하는 게 많고, 호흡하는 게 많다. 이런 영화들이 훨씬 재밌다. 이번에는 약간 보도국 세트 분량이 많아서 출퇴근하는 기분이었다. 감독님이 영화를 워낙 '쿨'하게 찍는다. 못 찍을 것 같으면 내일로 넘기고, 지지부진하게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보영이는 제가 그 나이대에 했던 것에 비해서 100배는 잘한다. 그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게 없을 것 같다. 서로 잘 받아주고 그러면 의외로 재밌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럴 때가 좋다.

    ▶ 그러면 촬영하면서 애드리브로 이뤄진 대사도 많겠다.

    - 편집하면서 날아간 것도 많은데 영화까지 살아남은 것도 많다. 영화를 보면서 뭐가 애드리브인지 잘 모르겠더라. 감독님이 촬영 현장에서 '컷'을 늦게 말한다. 뭔가 생활감이 있고, 더 현실감이 있어야 하니까 그런 것 같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여러 가지 다 했다. 대사를 제대로 한 적은 없다. 감독님이 봤을 때 '하재관'스러운 것을 선택하는 식이었다. 그런 기회를 많이 준 거지.

    ▶ 기자 입장에서 볼 때 진짜 현실과는 좀 다른 면도 있다고 하더라.

    - 직장 생활 이야기를 너무 똑같이 만들면 재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수십 년에 한 번 일어나는 큰 연쇄 살인 사건을 영화로 만드는 것처럼 그걸 극대화시키는 것 뿐이다. 어느 정도의 현실성과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극적인 부분을 얼마나 섞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실제로는 수습기자와 데스크에 있는 부장이 직접 통화를 하고, 수습기자가 부장에게 반대 의견을 말하고 이런 게 있을 수 없다고 하더라. 훨씬 냉혹하다고.

    ▶ 이번에 처음으로 '어셈블리'라는 드라마를 했는데 영화와는 다른 부분이 있나?

    - 사실 영화를 주로 했으니까 환경이나 시스템 자체는 영화가 훨씬 편하다. 작업은 비슷하다. 단지 드라마는 7~8편의 영화를 한 번에 찍는 느낌이다. 영화 기간만큼 촬영을 하는데 훨씬 많이 찍고 빨리 찍는다. 시간적인 여유가 별로 없고 체력적으로 부담이 많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장점도 분명히 있다. 열심히 살게 되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도가 높아진다.

    영화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 주연배우 정재영.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그 동안 드라마를 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다. 이번 '어셈블리'를 하고 난 소감도 듣고 싶다.

    - 제가 로맨틱 코미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저와 어울리지도 않고. 이번에는 내용이나 캐릭터가 저와 맞았다. 그래서 하게 된 거다. 시청률이 아쉽긴 한데 할 수 없는 부분이고, 나름대로 좋아해주는 분들이 많았다. 드라마에서 시청률이 중요한 것처럼 영화도 관객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관객들이 별로 없으면 분위기가 좋지 않다. 돈에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니까. 마음이야 항상 천만이다. (웃음)

    ▶ 연예부 기자 이야기라, 당사자인 기자들이 객관적으로 보기 힘든 측면도 분명히 있을 것 같다.

    - '너무 가짜다'라고 생각하는 건 개입을 많이 한 것 같다. 뒷부분이 극적이라고 아쉬워하는 분들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직장 이대로 좋은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는 아니니까. '미생'을 예로 드는 분들도 있는데 영화는 두 시간 안에 훨씬 극적인 장치를 쓰면서 최대한 현실과 비슷하게 만들어야 재미가 있다. '미생'처럼 만들면 정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게 정말 100% 실화였다면 이야기가 달랐겠지만.

    ▶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영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 그 때는 드라마를 찍느라 정신이 없어서 가지도 못했다. 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당장 대사를 외워야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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