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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에서 빛으로' 가능한가



경제정책

    '빚에서 빛으로' 가능한가

    [채무불이행자문제 기획②]

    빚을 권하는 사회 풍토 속에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서민취약계층들이 과중한 빚으로 큰 고통을 당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간영역에서 이들의 빚을 탕감해 주자는 운동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왜 이 운동이 펼쳐지고 있는지, 채무불이행자 문제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지를 두 차례로 나눠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빚은 형편껏 갚을 수 없는가
    2. '빚에서 빛으로' 가능한가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빚더미 어둠 속에서 걸어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았습니다."

    "정말 새롭게 다시 태어난 기분입니다."

    신용회복위원회 홈페이지에 빚더미에 짓눌려 살아야 했던 채무불이행자들이 빚을 다 청산하고 난 뒤에 올린 희망편지의 제목들이다.

    대부분, 빚을 갚지 못해 하루가 멀다 하고 걸려오는 빚 독촉 전화 때문에 이제 인생이 끝났다고 절망하고 있었는데 신용회복위원회의 도움으로 채무조정을 받아 광명을 찾았다는 내용을 진솔하게 담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 개인 워크아웃과 프리 워크아웃 신청자, 한 해에 10만명

    채무불이행자 문제 해결에 있어 신용회복위원회의 활동은 평가받을 만하다.

    채무자를 채무조정을 통해 구제해주는 상시적인 제도는 사적인 영역에서는 개인워크아웃과 프리워크아웃, 공적인 영역에서는 개인회생과 개인파산·면책제도가 있다.

    3,600여개 금융기관 간 신용회복지원협약에 따라 설립된 신용회복위원회는 채무자 구제제도 가운데 사적인 구제제도인 개인 워크아웃과 프리 워크아웃을 관장하는 비영리사단법인이다.
    개인워크아웃
    신용카드대금이나 대출원리금이 90일 이상 연체됐을 경우 채무감면이나 상환연장을 해주는 제도다. 연체이자와 이자는 전액 감면해줘 채무자는 원금만 갚으면 된다. 원금은 채무성격에 따라 최대 50%(기초생활수급대상자와 장애인, 70세 이상 노인 등 사회소외계층인 경우에는 최대 70%)까지 감면해주고 최장 8년(사회소외계층은 10년)까지 장기 분할상환하게 해준다.
    프리워크아웃
    두 개 이상 금융기관에 채무가 있고 연체기간이 30일이상에서 90일 미만인 단기 연체자에 대해 원금은 감면해주지 않고 약정이자율만 절반으로 낮춰주는 제도다. 원리금 상환기간도 연장해 무담보채무는 최장 10년까지, 담보채무는 최장 20년까지 장기 분할상환하게 해준다.

    지난 2002년 10월 출범한 이후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2015년 6월말까지 13년에 가까운 기간에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한 사람은 모두 127만 8천명에 이른다.

    프리워크아웃 신청자는 이 제도가 시행된 지난 2004년 4월부터 2015년 6월말까지 11년 동안 9만 1000명이다.

    그동안 빚 때문에 고통을 받던 137만명(한해 평균 10만명)에 가까운 채무자들이 채무조정으로 새 인생을 찾았다고 할 수 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 빚에서 구제받은 채무자 10명 중 6명은 법원 통해 구제받아

    채무자 구제제도 가운데 개인회생제도와 개인파산·면책제도는 법원에서 관장한다.
    개인회생제도
    일정한 소득이 있지만 과다한 채무로 지급불능상태에 있는 채무자에 대해 법원에서 채권자의 법률관계를 조정함으로써 채무자의 재기와 채권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제도로 지난 2004년 9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채무자는 3년에서 5년에 걸쳐 법원에서 인정하는 부양가족의 최저생계비를 제외한 모든 소득을 변제하면 나머지 채무를 면제받을 수 있다.
    개인파산·면책제도
    채무자가 자신의 재산으로 모든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진 경우 채무의 정리를 위해 스스로 파산신청을 할 수 있고, 파산절차를 통해 변제되지 않고 남은 채무에 대해 법원이 면제시킴으로 채무자의 갱생을 도모하는 제도이다. 1962년 파산법 제정으로 시행되고 있었으나 거의 사문화됐다가 지난 2004년 시행된 개인채무자 회생법과 함께 활성화되었다. 개인파산과 면책은 별개의 사건이지만 채무자는 일반적으로 개인파산과 면책을 동시에 접수한다. 접수 대상자는 주로 수입이 불분명하거나 소득이 최저생계비보다 못하고 재산적 가치 또한 없는 사람들이다. 또 자신의 잘못이 아닌 자연재해나 경기변동과 같은 불운으로 파산선고를 받은 성실하나 불운한 채무자가 해당된다.


    채무자들은 채무자 구제제도 가운데 법원의 개인회생과 개인파산·면책제도를 가장 많이 찾는다.

    법원통계월보를 보면 전국법원의 개인회생접수 실적은 지난 2006년부터 2015년 9월까지 9년 9개월 동안 70만 5천건에 이른다. 개인파산접수 실적은 같은 기간에 87만 5천건이다.

    법원에서 개인회생이나 개인파산·면책을 받은 채무자가 9년 9개월 동안 모두 158만 1000명(한해 평균 16만명)이나 된다.

    이는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한 개인워크아웃과 프리워크아웃 신청자보다 한해 평균으로 따져 6대 4정도로 많다.

    상시 프로그램을 통해 빚에서 구제받은 채무자 10명 중에서 6명은 법원을 통해 구제받은 셈이다.

    이들은 천만다행으로 자신의 빚 문제에 대해 해결의 길을 찾은 채무자들이다.

    하지만 아직도 대다수의 채무불이행자들은 그 길을 찾지 못해 빚더미에서 신음하고 있다.

    위 사진은 해당기사와 관련이 없음 (사진=자료사진)

     

    ◇ 등록된 금융채무불이행자 107만명…실제는 300만명 이상 추산

    2015년 6월말 현재 우리나라 금융기관이 3개월 이상 연체자로 신용정보집중기관인 은행연합회에 등록돼 있는 사람은 107만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하지만 107만명이 우리나라의 모든 금융채무불이행자를 망라한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대부분의 대부업체나 부실채권 유동화회사, 국민행복기금, 그밖의 다른 배드뱅크로 넘어간 채무불이행자는 빠져있다.

    이들 숫자까지 합하면 현재 빚으로 고통받고 있는 금융채무불이행자는 3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은 아직 빛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

    채무자 구제제도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들에게는 자신과는 상관없는 딴 나라의 얘기인 경우가 많다.

    자신의 문제 해결에 어떤 제도가 적합한지, 또 구제를 받기 위해 어디로 찾아가서 어떤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빚을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하기 위해 돌려막기 하다가 감당이 안돼 빚 독촉을 당하고 극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빚을 갚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자신의 소득과 재산, 채무 등 형편에 맞는 구제제도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빚 독촉에 쫓기는 채무자에게는 그것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이들에게는 무엇보다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채무자 편에 서서 안내해주는 상담소가 필요하다.

    (사진=신용회복위원회 홈페이지 화면 캡쳐)

     

    ◇ 신용회복위원회, 소송지원제도 운영…실적은 극히 미미

    물론 현재 신용회복위원회에서는 개인워크아웃제도를 주관할 뿐만 아니라 법원과 연계해 개인회생이나 개인파산·면책에 대해서도 안내하고 지원하고 있다.

    정순호 신용회복위원회 서울중앙지부장은 "신용회복위원회에서도 소송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채무자가 신용회복위원회에서 다루는 개인워크아웃이나 프리워크아웃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개인회생이나 파산신청하는 것이 맞을 경우 법원으로 가게 안내한다. 개인회생이나 파산·면책 신청을 하는데 필요한 서류작성도 지원해 준다. 신청을 위해 굳이 변호사나 법무사사무실에 따로 찾아갈 필요가 없다. 채무자 입장에서는 150만원에서 200만원의 법무 수수료도 큰 돈이지 않은가. 채무자 본인은 서류만 떼서 오기만 하면 된다. 작성된 서류를 법률구조공단을 통해 법원에 접수하면 된다"고 말했다.

    신복위와 법률구조공단을 거쳐 개인회생이나 개인파산·면책이 신청될 경우 신복위가 확보하고 있는 금융기관 채무증빙자료가 그대로 법원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

    채무자가 자신의 채권을 갖고 있는 각 금융기관을 찾아다니며 개별적으로 채무증빙자료를 떼지 않아도 된다.

    또 신복위가 그동안 벌인 재산, 소득에 대한 조사자료도 법원에서 그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절차가 크게 간소화된다.

    법원에서도 이런 점을 고려해 신복위와 법률구조공단을 거쳐서 올라온 개인회생, 파산·면책사건은 전담재판부에 배당해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도록 ‘패스트트랙’을 두고 있다.

    하지만 신복위와 법원이 연계된 채무자 구제 패스트트랙의 실적은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신복위를 거쳐 서울중앙지법에 개인회생, 파산을 접수한 건수는 이 패스트트랙을 시범 실시한 지난 2013년 5월부터 2015년 7월말까지 2년이 넘는 기간에 모두 2백 20건에 지나지 않는다.

    서울중앙지법에는 2014년 8월부터 1년 동안만 해도 개인회생, 파산 접수건수가 3만 6천여건에 이른 만큼 신복위와 법원의 패스트트랙은 개장해 놓고 파리만 날리고 있는 형국이라고 할 수 있다.

    신복위에서 전화나 방문 등을 통해 채무상담을 받는 채무자가 한 해에 4, 50만명(2014년 43만명, 2013년 55만명)에 이르는 것에 비춰보면 이해하기 힘들다.

    ◇ "중립적인 입장에서 채무자에게 가장 적합한 구제절차 알려주는 상담시스템 필요"

    오세용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판사는 "개인워크아웃 대상은 원금의 50% 이상을 변제할 능력이 있는 채무자인데 이들이 최근 개인회생신청으로 몰리고 있는 현실에서 신복위가 신용상담을 통해 신용회복지원대상자 파악에 주력할 수 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패스트트랙이 있다고 할지라도 개인회생이나 파산에 대한 안내와 지원을 적극 실행할 동기나 유인도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오세용 판사는 "개인 채무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소득과 재산, 채무상황에 가장 적합하고 유리한 구제절차가 무엇인지를 공정하고 정확하게 알려주고 채무자가 합리적으로 선택하는데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상담기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용회복위원회가 채권자인 금융기관들이 출연해 만든 기구이기 때문에 채무자보다는 채권자 편에 서서 상담을 해줄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채무자에 대한 중립적인 상담소로서 신복위를 기대하기 어렵게 한다.

    오윤해 KDI 연구위원은 "현재 채무자구제제도는 갖춰져 있지만 채무자와 채권자 중립적인 입장에서 사전에 채무자에게 어떤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받는 것이 좋은지를 안내해주는 상담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행스러운 일은 중립적인 입장에서 채무불이행자에게 채무상담을 해주며 재기를 돕는 기관이 서울시와 성남시 등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하나 둘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 "개인파산신청건수 급증, 채무자 지원 최우선시한 결과"

    서울시는 지난 2013년 7월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를 세운 이후 각 구별로 모두 10개의 상담센터를 세워 상담업무를 활발히 벌이고 있다.

    이 상담센터는 방문하는 채무자의 채무, 소득, 재산상황을 확인한 뒤 그에 맞는 재무상담과 함께 채무조정이 필요할 경우 채무자입장에서 가장 적합한 채무조정제도를 안내한다.

    개인워크아웃이나 프리워크아웃이 적합하면 신용회복위로 안내하고 개인회생이나 파산이 적합하면 법원 접수를 최대한 지원해준다.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도 신용회복위원회와 마찬가지로 법률구조공단과 법원 사이에 협약을 체결해 상담을 받는 채무자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개인회생이나 파산·면책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패스트트랙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4년 1월 이후 2015년 7월까지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를 거친 개인파산이나 회생접수건수는 8백여건으로 신용회복위원회를 거친 건수보다 월등히 많다.

    특히 개인파산사건 접수건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오세용 판사는 "신복위의 신용상담보고서는 개인워크아웃 가능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개인회생, 파산사건 심리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데 반해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가 작성한 보고서는 개인회생, 파산절차에서 요구되는 각종 서류를 완비할 수 있도록 채무자를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채무자의 편의성과 절차의 신속한 진행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를 통한 개인파산신청 접수건수가 계속 급증하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채무자에 대한 지원을 최우선가치로 두고 접근한 결과가 아닌가 본다"고 평가했다.

    ◇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 장점 통합적인 접근한다는 것"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는 단순히 채무조정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프로그램을 마쳤을 때 재기할 수 있도록 대출을 알선하거나 일자리까지 알아봐준다.

    김기성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 상담위원은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가 갖는 가장 큰 장점은 통합적인 접근을 한다는 점이다. 채무문제 뿐만 아니라 일자리와 주거문제 등 복지서비스에 대해서도 지원을 한다. 그래서 금융복지라는 말을 쓴다. 금융사각지대와 복지사각지대를 같이 발굴해서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을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이어 성남시도 2015년 3월부터 금융복지상담센터를 열고 재무상담과 복지서비스와 연계된 채무조정상담활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금융채무불이행자들이 빚에서 빛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채무자가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구제프로그램을 선택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러한 상담센터가 많이 생기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사진=자료사진)

     

    ◇ "빚 상황이 목까지 차서 찾아온다는 점이 가장 안타까워"

    이러한 상담센터의 설립, 활발한 활동과 함께 이에 대한 홍보도 적극 요청된다.

    김기성 상담위원은 "상담을 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많은 분들이 빚 상황이 목까지 찰 정도로 안좋아져서 찾아온다는 점이다. 이보다 6개월전이나 1년 전에만 오셨더라도 지금보다 훨씬 수월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런 센터가 있는지 모르고 결국 빚독촉에 시달리고 압류되네 안되네 하는 극도의 스트레스 상태에서 오시는 분이 많다. 병으로 따지면 암말기가 아니라 1기에 오면 서민금융제도나 대환대출을 통해서 이자비용을 낮춰서 자연스럽게 위기를 넘길 수 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채무자 구제제도로 가기 이전에 금융채무불이행자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대책도 요청된다.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부실채권을 처분하기 전에 채무자에 대한 채무조정을 우선한다거나 부실채권을 처분할 때는 어디로 매각되는지를 추적할 수 있는 부실채권 이력제를 시행한다거나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은 처분을 금지한다는 등의 대책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요구되고 있다.

    또 채권자의 무분별한 빚독촉행위를 막기 위해 "대부업자 이외의 채권추심기관도 채무자대리인 선임통지를 받은 경우 채무자에게 직접 연락할 수 없도록 채무자대리인제도를 개선하고 채권매입추심업을 허가제로 변경해 무분별한 채권추심 우려가 없는 업체에 한해 채권매입추심업을 허용해야 한다"고 이헌욱 법무법인 정명 대표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은 주장했다.

    금융채무불이행자의 양산을 막기 위해서는 금융대출단계에서부터 채무자의 소득 등 상환능력에 따른 대출원칙을 준수해 약탈적 대출(Predatory Loan)을 금지하는 대책마련도 필요하다.

    ◇ "일자리를 통한 소득창출이 없으면 어떤 제도도 소용없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결국 일자리를 통한 소득창출이 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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