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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서로 다른 한·미·일 태풍 경로…누가 맞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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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서로 다른 한·미·일 태풍 경로…누가 맞힐까?

    12호 태풍 '할룰라'의 이동 경로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태풍은 22일 오후 현재 일본 오키나와 동남동쪽 약 900km 해상에서 서북진하고 있다. 태풍의 이동경로를 예측하고 있는 한·미·일 세 나라 기상청은 24일까지의 이동방향에는 일치한다. 문제는 그 후부터다. 세 나라 기상청이 발표한 '할룰라'의 예상 진로는 극명하게 갈린다.

    태풍 '할룰라' 예상 경로 (노컷뉴스)

     

    기상청이 발표한 태풍의 이동경로를 보면 국가나 개인 흥망성쇠의 축소판이다. △선견지명(先見之明)과 △오리무중(五里霧中), △기호지세(騎虎之勢), △화룡점정(畵龍點睛), △개관사정(蓋棺事定)의 인생사를 보는 것과 비슷하다.

    '선견지명'은 태풍 발생단계부터 소멸에 이르기까지 어떤 경로를 가게 될 것인지를 예측하는 것인데, 첨단 과학 장비를 이용한다 해도 변화무쌍한 태풍의 진로를 관측하기가 쉽지 않다. 12호 태풍의 이동 경로를 내놓은 한·미·일 세 나라 기상청도 제각각이다.

    일본은 오키나와 동쪽 해상에서 급선회해 일본 열도 남쪽바다를 따라 이동하는 진로를 발표했다. 반면 미국은 오키나와 동쪽 해상에서 북북동진 해 규슈를 관통해 대한해협을 지나 북상하는 상반된 진로다. 한국은 일본과 미국이 발표한 예상 진로의 중간지점, 그러니까 일본 내륙 남부를 지나가는 것으로 예측했다. 어느 나라 기상청이 적중할지는 태풍이 북위 30도 선을 넘어설 때 쯤 알 수 있게 됐다.

    후한 때의 학자 장해(張楷)는 도술을 부려 5리 안을 안개로 뒤덮게 만들었다. 그의 명성을 듣고 학자들과 환관, 세도가들이 찾아 왔다. 그러나 그는 시골로 들어가 숨어 살면서 나귀가 끄는 수레를 타고 소재지에 나가 약을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날이 갈수록 많은 학자와 제자들이 그를 찾아와 주위에 시장이 생길 지경이 되자 5리 안을 안개로 뒤덮어 사람들을 피했다. 안개를 피워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 없도록 해 자신을 찾지 못하도록 한 것인데 태풍 '할룰라'의 진로도 현재로서는 '오리무중'(五里霧中)인 셈이다.

    이쯤 되면 기상청은 오리무중 속에서 호랑이 등에 올라탄 '기호지세'의 형국에 접어든다. 첨단 기상장비를 동원해 태풍의 이동경로를 예측하고 그 진로에 승부를 걸었으니 이제 와서 발뺌할 수도 없다. 남북조 시대 북주의 재상 양견(楊堅)은 오랑캐에게 빼앗긴 땅을 되찾겠다는 뜻을 품고 때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아내 독고부인(獨孤夫人)으로부터 편지를 받는다.

    "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기세이므로 도중에서 내릴 수 없는 일입니다. 만약 도중에서 내리면 잡혀 먹히고 말 것입니다. 호랑이와 함께 끝까지 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편지를 읽고 용기를 얻은 양견은 나이 어린 정제(靜帝)를 페하고 스스로 제위(帝位)에 올라 나라 이름을 수(隋)라고 했다. 그 후 진나라마저 멸하고 천하를 통일했다. 기상청은 호랑이 등에 올라 탄 양견처럼 자신들이 발표한 태풍의 이동경로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 됐다.

    이제 태풍 '할룰라'는 북으로 이동하면서 파죽지세의 맹위를 떨칠 것이 확실하다. 닷새쯤 후면 북위 40도 가까이 북상해 소멸될 것이다. '용의 눈동자를 그리자 천둥이 울리고 번개가 치며 용이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버리더라'는 양나라 화가 장승요의 전설 '화룡점정'처럼 태풍 '할룰라'도 최후의 괴력을 뿜어낸 뒤 생을 마감할 것이다.

    태풍이 소멸하고 나면 비로소 세인들로부터 올바른 평가가 나온다. 두보가 기주에 있을 때 실의에 빠진 친구 아들 소혜(蘇傒)를 격려하기 위해 쓴 시 '개관사정'처럼 죽고 나서야 참다운 평가가 나온다. 정확한 이동경로를 예측한 것인지, 태풍의 크기와 세기를 정확히 분석했는지…. 그러나 22일 오후 현재 발표한 '할룰라'의 이동 경로대로라면 한·미·일 세 나라 기상청 가운데 두 곳은 실패라는 쓴 잔을 마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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