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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은 왜 문형표와 '전화 담판'까지 했나?



법조

    박원순은 왜 문형표와 '전화 담판'까지 했나?

    박원순 서울시장. (윤성호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 표정은 상기되고 결연했다.

    4일 밤 10시 40분. 그는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했고 '메르스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서울시가 메르스와의 싸움에서 전면에 나선 이상 신속하고도 단호한 자세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이거는 전쟁 아닌 전쟁입니다"

    무엇이 그를 '메르스와의 전쟁으로 이끈 것일까? 상황은 시시각각 변했다.

    ◇ "복지부와 충돌도 불사할 것인가?'…긴박했던 서울시청 본관 6층

    서울시 메르스 대책본부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움직임은 4일 오후 5시께부터 포착됐다. 정효성 행정 제1부시장 주재하에 5시 50분까지 예정됐던 회의는 쉽게 끊나지 않았다. 회의는 7시까지 계속됐다.

    회의가 끝나는가 싶더니 정 부시장과 강종필 복지건강본부장은 종종걸음으로 쏜살같이 시장실로 향했다. 정권 보건환경연구원장까지 이례적으로 합류했다. 뭔가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갔다. 하지만 당국자들은 모두 입을 굳게 닫았다. 다만 강남구에서 무슨 큰 일이 있다는 '괴소문' 만 돌았다.

    상황은 오래지 않아 모습을 드러냈다. 퇴근했던 서울시청 출입기자들이 밤 9시 30분부터 '긴급브리핑'연락을 받고 기자실로 속속 모여 들었다.

    메르스에 감염된 서울 대형 병원 의사(35번 환자)가 무려 1,500명이 넘는 사람들을 직·간접으로 접촉했다는 소식이었다. 폭발적 뉴스였다.

    메르스 확진판정을 받기 직전, 35번 환자가 서울 양재동에서 열린 개포동 주공아파트 재건축 총회에 참석했다. 5월 30일이다. 이날 행사에는 무려 1565명의 조합원이 참석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35번 환자는 병원에서 열린 심포지엄에도 참석했지만 해당 병원은 쉬쉬했다. 1500명일지 2000명일지 모르는 지역사회의 불특정다수가 메르스 의심환자에게 노출돼 있는 것이다.

    ◇ 서울시 35번 환자 '동선'…양성반응 얻고 이틀 뒤에서야 파악

    서울시는 35번 환자의 충격적 '동선'을 3일 밤 11시에 파악했다. 양성 판정을 받은 지 이틀 뒤였다. 보건복지부가 주최한 메르스 대책회의에서 참석했다가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회의 도중 언론에 제기된 내용을 근거로 문제를 제기하다가 이 소식을 우연히 파악하게 됐다.

    35번 환자의 '존재'는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환자의 '동선'을 인지한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서울시 보건의료정책과장은 다음날 박 시장에게 '사실'을 즉각 보고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5일 메르스 비상대책 현장점검차 성동 보건소를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

     

    복지부와 서울시는 4일 35번 환자 대처방안을 두고 하루종일 씨름했다. 질병관리본부에 '35번 메르스 환자의 동선 정보를 신속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서울시는 요구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정반대 입장이었다.

    복지부는 "35번 환자의 초기 증상이 경미했고, 주택총회 성격상 긴밀한 접촉이 아닐뿐 아니라 긴 시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대규모 인원에 대한 격리조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버텼다.

    메르스 감염 초기부터 괜히 섣불리 움직였다가 국민들의 불안감만 키운다고 걱정해 온 복지부였다. 메르스확산 정보공개에 대한 요구가 빗발쳤지만 복지부는 초지일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정보공개를 거듭 요구했다. 서울시의 줄기찬 요구에 복지부는 4일 저녁 8시경이 돼서야 35번환자 역학조사 결과를 보내왔다. 또 '수동감시' 방안을 내놨다.

    수동감시. 증상이 있다고 판단한 시민의 자발적 신고가 있을 때만 감시를 시작하는 감시방법이다. 굳이 감시체계를 따진다면 수동감시→능동감시→자가격리→시설격리 순이다.

    가장 낮은 단계의 감시체계가 수동감시다. 사실은 자발적으로 알아서 하도록 놔두자는 취지다.

    보고를 받은 박 시장은 복지부의 소극적 태도에 크게 실망했다. 더이상 복지부 지시를 그대로 수용하기 아렵다는 판단을 했다.

    ◇ 문형표 복지부 장관과 '전화 담판'까지 했지만…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윤성호 기자)

     

    모처에서 저녁 식사 중이었던 박 시장은 실무진의 보고를 받고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전화를 했다. 말 그대로 담판이었다. 몇차례 시도 끝에 문 장관과 연결이 됐다. 박 시장은 35번 환자의 동선을 국민에게 알리자고 했다. 하지만 문 장관은 원하는 대답을 기어이 내놓지 않았다.

    결국 식사를 마치고 시청으로 곧바로 돌아온 박시장은 전문가들과 마지막 회의를 개최했다. 35번 환자가 접촉한 천 5백명이 넘는 시민들에게 '사실'을 더이상 감출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35번 환자와 접촉했던 다수 시민들 보호가 시급했고 '수동감시'로는 사태를 도저히 수습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가택 격리를 포함한 보다 '높은 수준의 조치' 실시하기로 그자리에서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의 긴급 브리핑 지시가 떨어졌다.{RELNEWS:right}

    연단에 오른 박 시장은 "(A씨의 외부활동 사실은) 서울시 공무원이 전날 늦은 오후 열린 복지부 주관 회의에 참석한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인지했으며 중앙정부로부터 정보를 공유받지 못했다"고 포문을 열었다.

    메르스 사태 대응과정에서 수많은 비판을 받아 온 복지부 였지만, 박시장의 기자회견은 정부 메르스 정책에 대한 사실상의 '반기'였다. 지자체가 중앙정부를 들이받은 것이다.

    "저는 매우 절박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시간 이후부터는 제가 서울시 메르스 대책본부장으로 직접 메르스와 싸워나가겠습니다. 힘을 모아주십시요. 우리는 위기상황일 수록 힘을 모아 온 저력이 있습니다. 메르스가 위협할 수록 함께 힘을 모으면 극복하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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