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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일기] "하루 2개 기업서 광탈(光脫), 피가 마른다"



사회 일반

    [취준일기] "하루 2개 기업서 광탈(光脫), 피가 마른다"

    한달 취업스터디만 16번, 면접기회는 고작 1번 뿐…박진씨 편

    청년실업자 100만 시대를 맞아 CBS노컷뉴스는 우리시대 청년 구직자들의 속내를 그들의 '음성'으로 세상에 알리는 연속기획을 마련했다. 취업준비생들의 애환을 나누고 그들을 위로하고 또 격려하기 위해서다. 구인 기업들에게도 서류와 짧은 면접으로는 미처 파악하지 못한 취준생의 면면을 보다 세밀하게 판단할 자료를 제공하기 위한 의도도 있다. 이를 위해 1개월 간 각자의 스마트폰에 자신의 목소리로 '취준일기'라는 것을 녹음하게 했다. 취준생 한명이 기록한 한달치 독백은 편집본과 무편집본 두 가지 형태의 음성파일로 매주 한 차례씩 게재될 예정이다. [편집자 주]

     


    이름: 박진
    나이: 26(여)
    학력: 대졸(세종대 신방과)
    희망분야: 마케팅

    박진씨는 '바른생활' 아가씨다. 맞벌이 부모 대신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 아래서 때 묻지 않고 자랐다. 자신을 감시하는 몰래카메라가 있을 수 있다는 소녀시절 환상이 그녀를 '껌종이' 한번 길거리에 버리지 않는 반듯한 사람으로 인도했다.

    지난해 가을 졸업이후 70여 곳에 입사지원서를 내고 있지만 그녀는 여전히 흔들리지 않고 정도를 걷고 있다. 성공한 방송작가인 어머니한테 그 흔한 자기소개서 첨삭지도 조차 받지 않았다. 평생 글로 먹고 살아온 가족한테 한번쯤 도움 받을 만하지 않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라며 되레 반문했다.

    그녀의 한 달은 15번의 원서접수와 2번의 인적성 시험, 1번의 면접, 16번의 취업스터디로 훌쩍 지나갔다. 하루에 2번의 광탈(光脫, 빛의 속도로 탈락한다는 뜻의 취준생들 사이의 은어)을 경험한 날도 있었다. 본격적인 취업활동에 나선지 10개월이 지나고 있지만 결과 없는 세월의 연속이다.

    그러나 결과가 없다고 성과조차 없는 것은 아니다. 노하우가 쌓이면 쌓일수록 취업에 가까워져가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자신감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되 기다릴 줄도 아는 여유가 필요하다는 것도 체득했다. 그녀가 음성으로 기록한 한 달 치 취준일기 편집본을 직접 들어보자.



    [취준일기] 발췌본
    4월 28일 화요일
    늘 그랬듯이 일어나자마자 스펙업 카페에 들어갔다. 새로운 공고가 뜬 기업은 없는지, 2주일 전 인적성은 언제 발표날 것인지, 사람들과 의견을 공유한다.

    4월 29일 수요일
    면접 불합격 인적성 불합격, 하루에 2개 이상의 광탈을 겪으니 손에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될지 안될지 확신도 못하고 기다리면서는 피가 마른다는 표현이 뭔지 뼈저리게 알 것 같았다.

    4월 30일 목요일
    1월 20일부터 준비한 상반기 취업준비는 어느새 5월을 앞두기까지 크게 빛을 발하지 못한 것 같다. 무슨 일이든 잘 할 것 같다는 말도 자주 듣는데 자기소개서로, 인적성으로 폄하되는 게 답답하기만 하다.

    5월 4일 월요일
    둘러보면 취업준비생은 문과생에 여자가 확실히 많다. 결혼을 하고 그만두거나 그전에 일이 힘들다며 쉽게 이직을 생각하는 여자들이 많아지니 남자가 선호되는 것도 당연하다. 그래서 요새는 ‘남자가 스펙’이라는 말이 나오나보다.

    5월 5일 어린이날
    외할머니께서 내가 어른인지 어린이인지 물으셨다. 어린이 나이는 아닌데 어른처럼 돈을 벌지도 않는다. 명절에 고향 내려가기 싫어하는 친구들이 이런 기분인가? 작년에 실패를 딛고 원하는 직장에 취업한 언니가 말했다. 요새는 멘탈이 강한 사람이 취업한다고. 맞는 말 같다.

    5월 8일 금요일
    저번 달까지 자기소개서스터디를 하다가 오늘부턴 면접스터디로 한 단계 레벨업했다. 요새는 스터디를 하려는 사람이 하도 몰려서 지원직무나 학교, 학과, 면접경험 등의 부가적인 스펙이 요구되기도 한다. 정말 잘 준비해서 얼른 합격하고 싶다!!!!

    5월 13일 오후 11시 30분
    스터디 카페에 스터디원들과 모여서 넋두리처럼 현재 상황을 공유했다. 생활까지 비슷한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아무도 박진이라는 사람만의 차별성을 못 찾을 것 같기도 했다.

    5월 16일 새벽 2시
    조용히 방에서 내일 보는 시험 준비를 새벽까지 하고 있는 중이다. 매일 가족 중에서 가장 늦게 자는 사람이 돼 버리고, 그래서 컴퓨터를 배위에 두고 잠이 들거나 불을 켜고 잘 때도 아무도 뒷정리를 해주진 않는다.

    5월 16일 오후 3시 30분
    드디어 시험이 끝났다. 시험은 총 열 가지 타입으로 두 시간 정도 걸렸다. 이 200 문제로 취업에 가까워 질 수도 있지만 다시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될 수도 있다. 현재 자기소개서 합격결과를 기다리는 기업은 단 3곳만 남은 상태다. 그래서 방금까지도 몰라서 찍은 문제도 다 맞게 해달라고 백 번쯤 기도했다.

    5월 19일 오후 7시
    가족들과 함께 뉴스를 볼 때면 좀 부끄러워진다. 주변엔 이미 취업을 한 엄마 친구 딸들이 많기에, 스스로 느끼기에 취업을 하고 안 하고는 사회적 문제이라기보다 개인적 문제로 전락되는 것 같다.

    5월 20일 오후 11시
    소신 지원한 카드회사 마케팅으로 서류가 통과됐다. 콩그레츄레이션~ 콩그레츄레이션~, 결과를 기다리는 기업이 얼마 남지 않아 최근 아르바이트까지 고민했기에 이번 합격이 정말 날아갈 듯 기뻤다.

    5월 21일 오후 9시
    오후 3시쯤에 또 한번 서류 합격문자가 왔다! 이번엔 영업관리에 바로 면접이다! 심장이 정말 쿵쾅거렸다.

    5월 25일 새벽 12시
    어제 새벽까지 면접연습을 하다가 잠이 들었다. 마지막 취업준비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정말 열심히 하게 됐다. 시간이 흐를수록 빨리 취업을 하고 취업준비생이 아닌 나만의 인생을 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얼른 이 불안정한 시기를 벗어날 수 있으면 좋겠다.

    ▶무편집 취준일기 듣기는 여기 클릭
    ▶취준일기 참여 신청 twinpin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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