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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의 ML 2년, KBO 7년보다 고단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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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현진의 ML 2년, KBO 7년보다 고단했던 걸까

    무엇이 괴물을 수술대에 오르게 했나

    'KBO와 MLB의 차이? 표정에서 나타난다?' 류현진은 한화 시절(왼쪽) 직구와 체인지업만으로도 KBO 리그 정상을 군림했다. 그러나 다저스에서는 커브와 슬라이더 등 다양한 구질을 연마하고 구속을 끌어올리는 등 끊임없이 노력했다.(자료사진=황진환, 임종률 기자)

     

    미국 현지에서 어깨 수술 보도가 잇따른 '괴물' 류현진(28 · LA 다저스). 메이저리그(MLB) 진출 3년차에 시즌을 접을 위기에 직면했다.

    지역지 LA 타임스와 현지 언론들은 20일(한국 시각) "류현진이 왼 어깨 수술을 받을 예정"이라며 올 시즌 아웃이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류현진의 수술이 결정됐다는 사실을 다저스 구단 관계자에게 확인했다"고 쐐기를 박았다.

    류현진은 지난 3월 말 시즌 전 어깨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DL)에 올랐다. 지난달 5일 15일 DL 기간은 60일로 늘었고, 지난 2일 부상 재발 뒤 첫 불펜 등판에서 구속이 시속 130km 초반대에 이르면서 복귀는 더 늦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당초 다저스는 7월 올스타 휴식기 전 복귀를 희망했지만 결국 수술대에 올라야 할 상황에 처했다. 다저스는 "류현진의 수술은 결정된 게 없고 21일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했지만 수술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2013년 데뷔해 승승장구했던 류현진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日 투수도 3년 넘기 힘들어…박찬호와 달라"

    일각에서는 KBO 리그와 국제대회 등 쉴 틈이 없었던 국내 일정을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류현진은 2006년 데뷔 후 7년 동안 1269이닝, 한 시즌 평균 180이닝 이상을 던졌다. 데뷔 후 2시즌은 200이닝 이상이었다.

    데뷔하자마자 MVP와 신인왕을 사상 처음으로 동시 석권한 만큼 국가대표는 단골이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이듬해 아시아선수권 및 올림픽 예선,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등이다. 2011년 류현진은 데뷔 후 최소인 126이닝을 던져 후유증을 실감했다.

    하지만 그보다 MLB에서 2년이 더 컸다는 분석이다. KBO 리그와는 다른 빡빡한 일정과 긴장된 승부의 연속 등 부담이 훨씬 더 많아 어깨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찬호 형, MLB는 정말 다르네요' 지난 2012시즌 때 대선배 박찬호(오른쪽)와 한화에서 함께 뛰었던 때의 류현진.(자료사진=황진환 기자)

     

    류현진의 MLB 경기를 중계해온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류현진도 그렇지만 다르빗슈 유(텍사스),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 등도 결국 탈이 났는데 마이너리그부터 경험한 박찬호(은퇴)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자국 리그에서는 완급 조절이 가능했겠지만 MLB는 초반부터 구속이 나오지 않으면 장타를 맞기 때문에 1회부터 전력투구를 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허 위원은 또 "한일의 6일 로테이션이 아닌 MLB의 5일 등판 주기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주목했다. 다르빗슈와 다나카는 물론 이전 마쓰자카 다이스케(소프트뱅크) 등 일본 리그 출신 투수들도 로테이션이 다른 MLB에서 3시즌 이후에도 꾸준히 버텨내는 경우가 드물어 아시아 투수들의 '3년차 징크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국과 일본 등에서는 하위 타순 등 쉬어갈 틈이 있었지만 MLB는 다르다는 것이다. 하위 타자들도 한방을 갖춘 만큼 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류현진은 클린업 트리오가 아닌 6번 타순에 가장 많은 6개의 홈런을 맞았다. 또 초구부터 15구까지 피홈런(9개)과 피안타율(.296)이 가장 나빴다. 초반부터 류현진이 구속을 끌어올려야 했던 이유다.

    ▲"韓보다 구속 3~4km 늘어…어깨는 특히 신중해야"

    실제로 류현진은 MLB에서 살아남기 위해 구속을 끌어올렸다. 이게 어깨에 무리를 줬다는 것이다.

    송재우 MLB 전문 해설위원은 "최근 2년 동안 류현진은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이 146km 정도였다"면서 "KBO 리그 때보다 3~4km는 끌어올린 수치인데 이것은 결코 쉽지 않은 부분"이라고 주목했다. KBO 리그는 140km대 초반의 직구도 통했지만 150km 이상 강속구가 평범한 MLB에서는 어려웠을 것이고 어깨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견해다.

    송 위원은 "재활 중 불펜 투구를 보니 굉장히 조심하는 것 같던데 어깨 쪽이다 보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팔꿈치와 달리 어깨는 투구에 더욱 근본적인 부위기 때문이다. 팔꿈치는 인대 접합 수술 등을 통해 재기하는 경우가 잦지만 어깨는 드문 까닭이다. 류현진 본인도 고교 시절 인대 수술을 받고 멋지게 부활한 경우였다.

    '꼭 이겨내야 한다' 류현진은 올 시즌을 접고 왼 어깨 재활에 매진해야 할 상황이다.(자료사진=노컷뉴스)

     

    하지만 어깨는 다르다. 예전 구속과 기량을 회복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무엇보다 회전근개 손상이나 관절와순 손상으로 확인되면 확률은 더 낮아진다. 특히 CBS 스포츠의 저명 칼럼니스트 존 에이먼 기자는 "류현진 어깨 관절이 마모됐을 수 있다"며 와순 이상 가능성을 제기했다.

    지난 2011년 미국 '저널 오브 어슬레틱 트레이닝'에 실린 의학 논문에 따르면 와순 수술 뒤 재기한 선수는 2명뿐이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강속구 투수 롭 넨과 마크 프라이어, 브랜던 웹, 벤 시츠 등은 모두 재기에 실패했고, 커트 실링(은퇴)과 마이크 피네다(뉴욕 양키스)만이 제 모습을 되찾았다. 회전근개 수술 뒤 부활한 선수는 거의 없다.

    MLB 진출 뒤 2년 연속 14승을 거두며 고국 팬들에게 낭보를 안겼던 류현진. 그러나 그의 승승장구 뒤에는 이를 악물고 어깨를 힘껏 돌렸던 투혼이 있었다.

    일단 더는 견디지 못하고 탈이 났다. 류현진이 쉽지 않은 재활 과정을 이겨내고 쌩쌩한 '국민 어깨'로 돌아올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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