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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에 영혼 털린 벤추라 "직구 정말 좋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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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신수에 영혼 털린 벤추라 "직구 정말 좋았는데…"

    '오늘 느낌 좋았는데...' 14일(한국 시각) 캔자스시티 영건 요다노 벤추라(왼쪽)에게 1회 선제 솔로 홈런을 날린 텍사스 추신수.(사진=MLB.com 중계화면 캡처)

     

    제대로 발동이 걸린 '추추 트레인'을 상대로 잇딴 정면 승부는 치명적이었다. 살살 달래도 멈춰서게 해도 모자랄 판에 속도로 맞불을 놓았으니 호되게 당하는 게 당연했다.

    추신수(33 · 텍사스)가 빅리그 2년차 신예 요다노 벤추라(24 · 캔자스시티)를 제대로 가르쳤다. 때로는 돌아가야 한다는 교훈을 말이다.

    둘은 14일(한국 시각) 미국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열린 경기에서 맞닥뜨렸다. 1번 타자 우익수로 나선 추신수의 첫 타석과 선발 투수로 등판한 벤추라의 첫 투구였다.

    사실상 여기에서 승부가 갈렸다. 한창 감이 좋았던 벤추라의 사기를 추신수가 단단히 꺾어놓은 게 컸다.

    ▲직구 승부 고집하다 제대로 걸려

    벤추라의 어깨는 쌩쌩했다. 초구부터 시속 97마일(약 156km) 패스트볼을 뿌려댔다. 2구도 96마일(154km) 직구, 추신수의 반응은 일단 조금 늦었다. 방망이를 휘둘렀지만 파울 팁 스트라이크가 됐다.

    사기가 오른 벤추라는 다시 97마일 직구를 몸쪽 스트라이크로 꽂았다. 1볼-2스트라이크, 투수가 유리한 볼 카운트가 됐다. 한번 유인구를 던져볼 법도 했지만 벤추라는 기세등등했다. 98마일(약 158km) 더 빠른 직구를 복판에 꽂았다. 추신수가 파울로 걷어냈다.

    이전까지 벤추라는 추신수에게 3타수 무안타로 강했다. 삼진도 2개가 있었다. 벤추라가 자신있게 덤벼들 만도 했다. 벤추라는 일단 공 하나를 바깥쪽으로 살짝 빼서 추신수를 유인했다. 그것도 95마일(153km) 직구였지만 선구안이 돌아온 추신수는 속지 않았다.

    2-2 여전히 투수가 유리한 볼 카운트였다. 정상적으로는 변화구 유인구로 한번 쉬어갈 타이밍이었다. 그러나 2013년 빅리그에 데뷔한 파이어볼러는 거칠 것이 없었다. 지난해 풀타임 선발로 14승10패 평균자책점(ERA) 3.20을 찍은 벤추라는 우직하게 직구로 밀어붙였다. 98마일, 158km 직구를 가운데 꽂았다.

    하지만 벤추라는 추신수가 앞선 5개의 직구로 조금씩 타이밍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추신수는 기다렸다는 듯 배트를 힘차게 돌렸고, 딱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타구는 우중간 관중석으로 날아갔다. 391피트, 약 119m 비거리 선제 솔로 홈런이었다.

    ▲적장도 인정 "추신수에 직구 6개는 많다"

    벤추라의 기세는 한풀 꺾였다. 다음 타자 앨비스 앤드루스에게 비로소 이날 8구째 커브를 던졌지만 볼넷을 내줬다. 이후 프린스 필더, 애드리언 벨트레의 연속 안타로 추가실점했다. 미치 모어랜드의 안타까지 5타자 연속 출루를 허용했다.

    2회도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했다. 여전히 빠른 공 승부를 하다 또 당했다. 무사 1루에서 벤추라는 추신수에게 다시 96마일 직구를 높게 던졌다가 우전 안타를 내줬다. 이후 앤드루스를 병살타로 처리했지만 필더에게 2점 홈런을 맞았다. 하필 필더에게는 커브로 승부하다 높게 실투를 던진 게 화근이었다.

    경기 후 메이저리그 홈페이지(MLB.com)는 벤추라와 추신수의 승부를 비중있게 다뤘다. MLB.com은 "벤추라가 첫 타자 추신수에게 던진 6번째 공은 이날 2개의 결정적 실투 중 첫 번째였다"면서 "추신수는 직구에 준비가 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네드 요스트 캔자스시티 감독은 벤추라가 강속구에 강한 추신수에게 구종을 다르게 던지지 않았다고 생각했다"면서 "또한 벤추라가 아메리칸리그 정상급 포수인 살바도르 페레즈의 사인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6구째 변화구를 던졌어야 했다는 것이다.

    요스트 감독은 "페레즈가 브레이킹 볼을 요구했지만 결정구는 항상 투수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어 "역동적인 커브와 체인지업을 구사하는 벤추라는 몇 가지 선택권이 있었지만 자신의 패스트볼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면서 "강속구에 강한 타자에게 6개 연속 직구라면 꽤 많다"고 덧붙였다.

    ▲벤추라의 뼈저린 반성 "더 배우고 노력할 것"

    벤추라는 그 상황에서 굳이 커브를 피하려고 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다만 패스트볼에 대한 느낌이 워낙 좋았다는 것이다. 벤추라는 "불펜에서 감이 좋았다"면서 "오늘 직구라면 좋은 투구를 할 수 있을 것처럼 느껴졌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벤추라는 4점을 내준 이후 3회부터 다소 안정을 찾았다. 7이닝 6탈삼진 10피안타 2볼넷 5실점 3패째(2승)를 안았다. 10피안타는 데뷔 후 최다다. 벤추라는 "경기 초반 실투가 몇 개 있었다"면서 "발전하기 위해 더 훈련하고 가다듬어야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추신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4월보다 나아졌다"면서 "타석에 들어섰을 때 좀 더 자신감을 느낄 수 있다"고 최근 상승세를 전했다. 4월 9푼6리였던 추신수는 5월 홈런 4방에 2루타 8개 등 3할4푼5리(55타수 19안타)의 상승세다. 추신수의 13경기 연속 안타는 올 시즌 아메리칸리그 전체 최장 기록이다.

    이날 추신수는 벤추라에게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2타점을 뽑아냈다. 4회 1사 3루에서는 2루 땅볼로 추가 타점을 올렸다. 추신수와 직구로만 승부하던 벤추라는 세 번째 대결에서야 체인지업을 섞어던졌다.

    땅볼을 만든 게 87마일(140km) 체인지업이었다. 벤추라와 캔자스시티로서는 진작 던졌으면 좋았을 뻔한 공이었다. 앞날이 창창한 벤추라에게 잊지 못할 아픔과 함께 소중한 경험을 안겨준 추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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