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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 사찰 현실화?…독립성 훼손 전방위 압박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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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계 사찰 현실화?…독립성 훼손 전방위 압박 드러나

    뿔난 영화계 50여 곳 단체 대책위 꾸려 "더이상 표현의 자유 침해 말라"

    1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표현의 자유 사수를 위한 범영화인 대책위원회 주최로 긴급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영화계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훼손하려는 직접적인 움직임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
    "엊그제 스스로 경찰청이라고 밝힌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왜 전화했느냐고 물으니 '최근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바뀌면서 예술영화지원제도가 많이 바뀐 것으로 아는데, 현장 독립영화인들의 불편은 없느냐. 무엇을 요구하느냐'고 하더라. 협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문서를 넣든지 하지 왜 전화를 했냐고 다시 물으니 '바로 청와대에 얘기해 주겠다'고 답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영진위가 있는데 왜 직접 얘기를 해 주겠다는 거냐고 또 다시 물으니 '그럴 일이 있다'더라. 이런 일이 저뿐만 아니라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 한국독립영화협회 임창재 이사장

    #2. "최근 부산시가 지난해 감사 결과를 근거로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에게 사퇴를 종용했다. 웹사이트에 보도자료를 내고 사퇴하라고 했던 시는 사퇴를 종용한 적 없다고 했다가, 시의회 등 공적인 자리에서는 인적쇄신이 필요하다는 모호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시는 당사자인 부산영화제 측과 아무런 이야기 없이 감사 결과를 언론에 흘리는 등 상식에 어긋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배장수 상임이사

    #3. "영화제에서 며칠 동안 이런 영화들을 상영하니까 등급 분류 과정을 면제받을 수 있도록 추천해 달라고 영진위에 영화상영등급분류면제추천(이하 등급면제추천)을 내는데, 관행상 간소화가 됐다. 그런데 최근 '2015 으랏차차 독립영화'의 등급면제추천이 취소됐다. 총 11편 상영 예정작 가운데 8편은 이미 추천을 받아둬서 3편에 대해서만 냈는데, 통상적으로 나왔던 것을 영진위가 '왜 3편만 냈냐'며 취소한 것이다. (정권을 비판한) '자가당착'이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 서울독립영화제 조영각 집행위원장

    #4. "영진위는 예술영화전용관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려 하고 있다. 예술영화전용관운영지원사업과 다양성영화개봉지원사업을 통폐합하는 한국예술영화좌석점유율지원사업은 영진위가 26편의 영화를 지원 대상으로 정해 이를 상영하지 않으면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 표현의 자유 사수를 위한 범 영화인 대책위원회 기자회견문 중에서

    ◇ "생존 걸린 일…한발도 물러설 수 없어"

    영화계 50여 곳 단체가 참여한 '표현의 자유 사수를 위한 범 영화인 대책위원회'는 13일 오전 서울 광화문에 있는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 영화인들은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획책한 당사자들에게 엄중히 경고한다"며 "이번 기자회견 이후에도 표현의 자유와 독립성 그리고 자율성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훼손하고자 하는 모든 시도가 잦아들지 않을 시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이은 회장은 "10년 전 미국의 압력으로 (정부가) 스크린쿼터를 줄이려 할 때 생존과 문화를 지키기 위해 나온 이래 거의 모든 영화단체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됐다"며 "표현의 자유를 잃으며 영화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기본적 인식이고 예술인들의 생존을 위한 것이기에 한 발도 물러설 수 없다고 본다. 엄중히 말하건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그 이상의 정책은 없다는 점을 정부가 인식하라"고 강조했다.

    이날 자리한 한국영화평론가협회장 민병록 회장은 "아시아 최고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는 극장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영화들까지 상영함으로써 창작의 저장창고 같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영화를 모르는 비전문가들이 앉아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는데, 모르면 가만히 있든지 물러나든지 하라"고 꼬집었다.

    1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표현의 자유 사수를 위한 범영화인 대책위원회 주최로 긴급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전국영화산업노조 안병호 위원장은 "부산영화제 사태와 등급면제추천에서 드러났듯이 구미에 맞는 영화만 보여 주고 찍게 하겠다는, 영화를 문화가 아닌 다른 가치로 대하겠다는 분명한 의도가 있다"며 "정부가 진정 영화를 문화로 대한다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다양한 영화가 설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윤철 감독은 "영화진흥위원회는 '영화침체위원회'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시대착오적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영진위원장에 현장을 모르는 교수 출신들이 와서 영화계를 말아먹고 있다"며 "우려를 금치 못하는 영화계가 영진위 해체를 요구할 수도 있다. 영진위가 영화 산업을 위축시키면 안 된다"고 맹비난했다.

    ◇ 대책위 앞으로 행보는?

    대책위는 이날 서병수 부산시장에게 "부산국제영화제의 영화선정에 대해 자율성을 보장하고 프로그램 선정에 대해 어떤 간섭이나 외압도 행사하지 않겠으며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을 확실히 보장하겠다는 분명한 선언을 할 생각이 있는가"라고 공개 질의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의 면담을 공개적으로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은 회장은 "다음주 초 문화부 장관에게 면담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고 상식적으로 민원에 답하는 기간을 보낸 뒤에도 면담이 이뤄지지 않으면 항의 방문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이 워낙 많기는 하지만, 우리를 길들이기 위한 정부 당국의 움직임을 느끼고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적어도 오늘 이 자리에 모였다"며 "우리가 우려하는 일이 오늘 이후로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우려하는 일이 계속되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대책위의 회의 결과"라고 전했다.

    연극계, 문학계, 오페라계 등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문화계 전반과의 연대 얘기도 나왔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는 것이 대책위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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