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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제 오류 빌미 EBS 연계, 사교육도 못 잡아



사건/사고

    출제 오류 빌미 EBS 연계, 사교육도 못 잡아

    전문가들 "EBS 교재가 오히려 새로운 사교육 시장 창출"

    (윤성호 기자)

     

    대학수학능력 출제 오류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는 EBS 교재 연계가 애초 의도했던 사교육비 경감에도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EBS 교재와 연계해 수능을 출제하도록 한 이유는 과도한 사교육을 억제하고 학생들의 공부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렇게 되고 있는 걸까? 학생들 반응은 부정적이다.



    올해 수능을 치른 김동욱(18) 군은 "EBS 연계를 해서 문제가 쉬워지고 사교육비가 줄어든다고 하는데 쉬우면 쉬운 대로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다 학원에 가니 똑같은 것 같다. 별로 차이를 못 느끼겠다"고 말했다.

    우신고등학교 3학년 김병진(19) 군은 "EBS는 별로 효용이 없다. EBS 관련 문제집 수만 많아지니까 사교육을 하는 것과 EBS 교재를 공부하는 것이 별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시중에는 사교육 업체들이 EBS 교재를 토대로 만든 문제집들이 넘쳐난다. 권당 가격이 5,000원~1만 5,000원 정도인 문제집을 과목별로 한 권씩만 산다고 해도 부담이 만만치 않다.

    학원의 'EBS 전문반'도 성행하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수능 영어 전문학원은 한 달에 35만 원을 내고 영어 수업을 들으면 만점도 어렵지 않다고 광고하고 있었다.

    이 학원 상담직원은 "EBS에서 제공하는 강의를 들으면 수능에 나올 영어 지문들을 한 번씩밖에 볼 수 없는데 학원에서는 EBS를 7~8번 총복습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운영한다"며 "학생들이 '문제만 봐도 다 떠올라서 풀이 시간이 남았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대치동 학원가. (자료 사진)

     

    목동의 또 다른 수학전문 학원도 "EBS 문제를 꼬아 만든 자체 교재로 수업을 하고 있으며 비용은 일주일에 2번 수업에 45만 원"이라며 수강을 권했다.

    고3 박종우(18) 군은 "학원 선생님들이 여러 가지 자료를 만들어서 주니까 학원에 다니면 점수가 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며 학원에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전했다.

    결국 EBS 교재가 외워야 할 '시험 범위'로 전락하면서 새로운 사교육 시장만 창출해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늘리고 있는 셈이다.

    박대훈 전 EBS 강사는 "지금은 (EBS 교재라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풀이를 하기 때문에 학원의 수능 적중률도 높아지고, 강사 수업 준비가 훨씬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EBS 연계가 결국 학원 즉, 사교육 좋은 일만 시킨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비정상적인 대입 경쟁 구도는 그대로 두면서 EBS 교재로 공부 범위만 한정하는 방식은 비교육적일 뿐 아니라 사교육비 부담도 결코 줄일 수 없다고 강조한다.

    강태중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EBS 교재의 수능 연계는 정말 심각한 문제이고 이런 시도는 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사교육비 부담을 줄인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을 뿐 아니라 아이들에게 시험 치는 요령만 가르치는 식의 교육을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만들기> 부소장은 "EBS 수능 연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고3 교실을 EBS 문제풀이에만 치중하게 만들어 제대로 된 교육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면서 "사실상 사교육 감소 효과도 체감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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