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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 버킷?" 선동열-故 최동원 '얼음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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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스 버킷?" 선동열-故 최동원 '얼음의 추억'

    '80년대를 주름잡았던 전설의 투수들' 선동열 KIA 감독과 고(故) 최동원 전 한화 이글스 코치, 김시진 롯데 감독(왼쪽부터)이 현역 시절 함께 한 모습.(자료사진=MBC)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KIA-넥센전이 열린 26일 목동구장. 경기 전 선동열 KIA 감독은 얼음물이 투수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최근 야구계에도 크게 화제가 되고 있는 'ALS 아이스 버킷 챌린지'와 관련해서다.

    이날도 경기 전 넥센 이장석 대표와 염경엽 감독, 주장 이택근은 시원한 얼음물 세례를 받았다. 이는 루게릭병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환자에게 도움을 주고자 진행되는 자선 모금 운동. 부담스럽지 않은 모금액(100달러)과 재미를 더한 방식에 저명 인사들과 연예인은 물론 야구 스타들과 인사들까지 적잖게 동참했다.

    하지만 투수들에게는 다소 예민할 수도 있는 행사다. 양상문 LG 감독은 팀 마무리 봉중근의 아이스 버킷 때 수건으로 어깨를 감싸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로 어깨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넥센 필승 불펜 한현희도 아이스 버킷에 대해 "취지는 좋지만 자칫 감기가 걸릴 수도 있고, 어깨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역 시절 '국보급 투수'로 명성을 날렸던 선 감독의 생각은 어떨까. 일단 선 감독은 "(아이스 버킷을) 해보지 않아서 어떨는지는 모르겠다"며 웃었다. 이어 "아무래도 영향은 있겠지만 그렇게 크기야 하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사실 투수와 얼음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선발 등 투수들이 경기를 마친 뒤 얼음찜질은 이제 상식이나 다름 없다. 어깨와 팔꿈치 근육 피로와 근섬유 손상의 빠른 회복을 위해서다. 혈관 수축 작용도 있어 무리한 팔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독님, 시원하시죠?' 최근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투수들의 경우는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사진은 26일 KIA전을 앞두고 넥센 염경엽 감독, 이장석 대표, 주장 이택근(왼쪽부터)이 얼음물 세례를 받는 모습. 각각 김영민, 박병호, 박동원(왼쪽부터)이 물을 끼얹었다.(자료사진=넥센 히어로즈)

     

    얼음 얘기가 나온 김에 선 감독은 현역 시절을 떠올렸다. 선 감독은 "프로 초창기만 해도 얼음찜질은 상상도 못했다"고 운을 뗐다. 당시는 투수들이 경기 후 오히려 더운 물로 어깨와 몸을 풀어주는 게 일반적이었다. 선 감독은 "아무 것도 모르는 시절이라 더운 물을 썼다"고 웃으면서 "80년대 후반에 와서야 삼성 등 미국 전지훈련을 갔던 팀들이 아이싱을 배워왔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회상했다.

    추억은 고(故) 최동원 전 한화 코치로 이어졌다. 선 감독은 "동원이 형은 특히 온탕에 가장 많이 들어간 선수였다"면서 "그런데 어느 때부터 아이싱을 하더니 더운 물은 쳐다보지도 않더라"고 미소를 지었다.

    가장 강렬했던 '얼음의 추억'이 세기의 대결이었던 1987년 5월 16일 경기였다. 당시 롯데와 해태의 에이스였던 최 코치와 선 감독은 사직구장에서 야구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를 펼쳤다. 승패를 가리지 못했지만 연장 15회까지 2실점 완투, 4시간 56분 동안 펼쳐진 혈투였다.

    선 감독은 "당시 경기가 끝나고 동원이 형과 악수를 나누는데 어깨에 아이싱을 했던 기억이 난다"고 추억했다. 당시 홈인 롯데가 먼저 수비를 했기 때문에 최 코치는 마지막 15회초까지 막고 15회말은 얼음찜질을 한 채 더그아웃에서 지켜본 것.

    추억을 더듬던 선 감독은 "이후 한국 프로야구도 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아이싱의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이어 "90년대 중반 일본에 진출했는데 일찌감치 얼음찜질 등 선수 관리 체계가 역시 철저하게 잡혀 있더라"고 덧붙였다. 얼음과 투수는 역시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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