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에서 발견된 무인항공기. (국방부)
파주와 백령도에서 발견된 북한의 무인항공기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정치권까지 나서 북한의 무인기가 청와대를 비롯한 수도권과 접경지역을 자유자재로 드나든 만큼 우리 방공망을 강화하는 등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민간 동호인들이 사용하는 무인항공기 수준에도 못미치는 무인기의 성능이 지나치게 과장되며 안보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 역시 나오고 있다.
◈ 시간이 갈수록 바뀌는 北 무인기 평가지난달 24일 경기도 파주의 한 야산에서 무인항공기가 발견됐을 때만해도 대공용의점을 발견할 수 없다는 평가들이 조사에 참여했던 군과 경찰 안팎에서 흘러나왔다.
이같은 평가가 나온 근거는 바로 비전문가들이 봤을때도 추락한 무인기의 겉모습이 군용 무인기라고 하기에는 투박하다 못해 조악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주일 정도가 경과한 지난달 31일 북한의 대규모 해상사격훈련이 벌어진 당일 백령도에서 또 다른 무인비행기가 발견되면서 국면은 빠르게 전환됐다.
그동안 대공용의점이 없다는 평가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언론도 앞다퉈 이들 무인기의 성능과 특징을 대서특필하기 시작했다.
지난 2일 합동조사단은 파주 무인기는 특수소재인 폴리카본에이드로 제작한 갈매기형 주익의 고정익 무인기로 2엽 프로펠러와 2행정 엔진을 사용하며 무선송신기가 장착됐다고 밝혔다.
또, 전장 143cm, 전폭 192cm, 높이 55.7cm, 중량 15kg으로 이륙방법은 발사대 사출 방식이고 회수는 십자형 낙하산을 이용하며 이는 모두 군용 무인기에서 사용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겉보기에는 조악한 수준이지만 내부를 살펴본 결과 기본적인 기능은 다 갖춘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특히 특수소재로 기체구조를 제작하는 것은 일반에선 쉽지 않다"고 밝혔다.
◈ 金국방 "소형 무인기 탐지 못해 송구"북한 무인기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쪽에서는 조금만 개량하면 고폭탄이나 생화학무기를 탑재해 자폭테러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드러났듯이 이 무인기는 북한이 보유한 기존 무인기보다 소형이어서 현재 우리 군이 보유한 레이더에는 잡히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위협적이라는 평가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 (윤창원 기자)
김관진 국방장관은 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우리 군이 보유한 방공 시스템은 크고 정상적인 비행물체에 대한 것이어서 이런 소형(무인기)은 탐지못했다"며 "그동안 소형 무인기 탐지에 소홀했던 점을 인정하고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초보적 정찰기능을 수행하는 무인기로 보이지만, 향후 제어장치 등 고난도 기술을 습득하면 얼마든지 자폭기능까지 가능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에 군 당국은 레이더 제조업체인 이스라엘 라다와 영국 플렉스텍 등이 제작하는 저고도 레이더를 구매해 북한의 소형 무인기에 대한 탐지능력을 높일 예정이다.
동시에 저고도 레이더가 탐지한 소형 무인기를 타격할 수 있는 신형 방공포 구입 역시 검토하는 등 북한 무인기에 대한 대처에 나서고 있다.
◈ "결국 또 무기 수입?" 과장된 안보불안 조장 주장도이처럼 북한이 전혀 예상치 못한 소형 무인기로 우리 방공망의 허점을 노린만큼 이에 대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데는 어느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본적인 기능은 갖췄다 하더라도 타 군용 무인기에 비해 턱없이 낮은 기술 수준의 이 무인기의 성능이 지나치게 과장되며 안보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 역시 나온다.
고려대 김형중 사이버국방학과 교수는 "조사결과 처음 발견됐을 당시에 생각했을때 보다는 기술 수준이 높다는 얘기지 전반적으로는 여전히 이 무인기의 기술 수준은 민간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에 허를 찔린 것은 맞지만 이것을 두고 우리 군의 방공망이 뚫렸다고 말하는데는 동의하지 못한다"면서 "이런 소형 무인기를 막을 방공망을 구축한 나라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밝혔다
{RELNEWS:right}특히, 저고도 레이더와 신형 대공포 도입 등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군의 대책에 대해서도 비용과 실효성 문제로 벌써부터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한 민간전문가는 "작은 위협에 대해서도 대비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지금 나오는 대책은 너무 과도한 측면이 있다"면서 "저고도 레이더를 서울과 접경지역에 촘촘히 배치하려면 그 비용을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의 한 관계자도 "저고도레이더로 소형 무인기를 탐지해 신형 대공포로 요격한다는 얘긴데 서울 도심 한가운데서 이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소형 무인기를 요격하더라도 파편에 의한 피해가 더 클 수 있고 나아가 오인 사격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