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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보며 '읍참마속' 떠올리는 이유?



칼럼

    국정원 보며 '읍참마속' 떠올리는 이유?

    [노컷칼럼]

    자료사진

     

    중국 한나라가 멸망하고 위.촉.오 3국이 팽팽히 맞서던 서기 227년. 제갈량이 1차 북벌에 나서 위나라를 공격해 기세를 올리던 시기에 제갈량의 촉나라 군대가 군사 요충지인 가정(街亭)에서 위나라와 맞서게 됐다.

    하지만 가정 전투에서 촉나라는 대패하고 제갈량의 1차 북벌은 실패로 끝났다. 이 요충지 가정을 지키는 전투의 지휘책임자가 마속이었다.

    마속은 제갈량의 절친인 마량의 막내동생. 먀량은 5형제 중 가장 뛰어난 인물로 눈썹이 흰 특징이 있었는데 여기서 백미(白眉_ 흰백,눈썹미)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제갈량은 자신의 지시를 어기고 임의로 행동해 가정 전투에서 패배하고 돌아온 마속을 군율에 따라 참수했다.

    가장 친한 친구의 동생이자 병법에도 능해 친동생처럼 아꼈던 마속이었지만 제갈량의 태도는 단호했다. 눈물을 쏟으며 마속을 참수했던 제갈량은 "사사로운 정 때문에 군율을 어기면 앞으로 여러 장수와 병사들에게 어떻게 기강을 말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최근 국정원의 간첩증거 위조사건 수사와 대선개입 사건 재판을 보면서 떠올리게 되는게 이 읍참마속의 고사다.

    수사 선상에 오른 국정원 직원들은 음지에서 간첩을 색출하며 나라를 지키는 자신들을 범죄자 취급한다며 억울하다 항변하고 있다. 국정원은 어떤가. 증거위조는 협조자가 한 일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이번에 자살을 시도한 권 과장은 27년 동안 국정원의 대공수사국 요원으로 활동하며 왕재산, 일심회 사건 등 굵직한 대공 수사에 공을 세워 훈장을 탔다고 한다.

    보수 언론에서는 일제히 동정론을 제기한다.

    하지만 국정원의 증거조작 의혹은 사법질서를 뒤흔드는 일이다. 이번 일을 법에 따라 엄정히 처벌하지 않으면 앞으로 있게될 간첩 수사의 신뢰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간첩이라는 확신이 있다고 해서 무리하게 수사를 하거나 증거를 위조해되 된다는 인식이 있다면 이는 국정원이 스스로 수호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자유민주질서의 더 큰 원칙을 위배하는 일이다.

    우리 사회에서 간첩이라는 낙인이 찍히면 그 개인은 물론 가족들까지 삶이 파괴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증거위조라는 행위는 반인륜적 범죄이기도 하다. 열 도둑 놓쳐도 한명의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수사의 ABC가 간첩수사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댓글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개인적인 일탈일 뿐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개인적 일탈로 국기를 흔든 국정원 직원들이 엄중히 처벌됐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RELNEWS:right}

    심지어 댓글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나선 국정원 직원들은 구속된 원세훈 전 원장을 보호하기 위해 검찰 조사에서 한 말까지 뒤집고 자신의 휴대폰 번호조차 기억하지 못한다고 책임을 발뺌하기에 급급하다.

    간첩증거 위조사건이나 대선개입 댓글 사건 모두 온나라를 뒤흔들 정도로 파장이 큰 사건이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대통령도 국정원장도 감싸기에만 급급하다. 이렇게 되면 국정원의 기강은 누가 잡고 국민들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 답답하기만 하다.

    국정원과 관련된 사건의 처리를 보면서 읍참마속을 떠올리는 것이 비약적인 상상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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