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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원들의 '자해'…애국심인가 '윗선 덮기'인가



정치 일반

    요원들의 '자해'…애국심인가 '윗선 덮기'인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 조작과 관련해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은 뒤 자살을 기도한 국가정보원 권모 (51) 과장이 24일 오전 서울 풍납동 아산 병원에 입원해 있다. 사진은 이날 응급 중환자실의 모습. 사진=송은석 기자

     

    국가정보원 직원들의 자살 기도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1998년 권영해 전 안기부장으로부터 시작된 국정원 관계자들의 자살 기도는 지난 2005년 공운영씨에 이어 권모 과장이 세 번째다.

    대공수사국 전 파트장이자 선양총영사관 부총영사였던 권 과장(52)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은 뒤인 지난 22일 자살을 기도했다.

    경기 하남시 신장동 승용차 안에서 자살을 기도한 그는 현대아산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현재 의식불명 상태로 알려졌으며, 병실에는 철저한 통제가 실시돼 국정원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권 과장은 검찰 조사에서 “대공수사국 직원들을 위조.날조범으로 몰아가고 있다. 검사가 반말을 하는 등 갖은 모욕을 당했다”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으며, 비슷한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며 국가를 위해 몸 바쳐 일했는데도 검찰이 자신들의 과오만을 탓한데 대한 강한 불쾌감과, 자존심이 상처 받은 데 대한 모욕을 참지 못해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보여진다.

    문제는 이로 인해 대공수사팀장까지 소환 조사한 검찰 수사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냐 하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청와대와 국정원의 묵시적임 압박을 안은 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권모 과장의 자살 기도로 위축될 가능성이 있으며, 대공수사단장과 대공수사국장을 비롯한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권 과장의 자살 기도가 ‘윗선’ 차단용으로 해석될 소지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애국심이 짓밟힌데 대한 자존감 상실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을 했다는 권 과장 입장에 동조한다 치더라도, 검찰 수사를 몸으로 막으려 했다는 일부의 시선 또한 피하기는 어려울 듯 싶다.

    국정원은 권 과장의 자살기도를 계기로 수사 방해를 노골화할 공산이 크며, 검찰 수사에 비협조적으로 나올 개연성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가뜩이나 힘든 수사가 난관에 봉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권 과장이 속히 깨어나기만을 기도한다”고 말했다.

    권 과장이 의도했든 않았든 '검찰이 국정원을 흠집내려 한다' 는 식의 여론을 우익그룹내에 조장할 수도 있다.

    남재준 국정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원을 믿고 검찰 수사와 일전을 치르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고, 남 원장이 데려온 군 출신 국정원 고위관계자 10명도 남 원장을 적극 방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지난 1998년 3월 21일 권영해 전 안기부장이 서울지검에서 수사를 받던 도중 연필 깎는 칼로 배를 세 차례나 그으며 자살을 기도한 것도, 불리한 수사 상황을 뒤집어보려는 의도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권 전 부장은 김대중 후보를 떨어뜨리려는 ‘북풍공작’과 낙선 운동을 주도한 혐의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았다.

    또 안기부 미림팀장이었던 공운영씨 역시 지난 2005년 7월 26일 흉기로 배를 찌르며 자살을 시도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 조작과 관련해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은 뒤 자살을 기도한 국가정보원 권모 (51) 과장이 24일 오전 서울 풍납동 아산 병원에 입원해 있다. 사진은 이날 응급 중환자실의 모습. 사진=송은석 기자

     

    공씨는 자살 기도에 앞서 'X파일‘ 유출 경위와 심경이 담긴 13쪽에 달하는 자술서를 언론에 공개했으며, X파일의 사회적 파장을 잠재워보려는 극단의 선택이었다고 검찰 관계자는 밝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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