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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與사무총장 '아프리카 노동자 착취' 논란



사건/사고

    [단독]與사무총장 '아프리카 노동자 착취' 논란

    최저임금의 절반만 주고… 계약에도 없는 노동 강요 '다반사'

     

    집권 여당의 사무총장이 운영하는 한 박물관에서 2년 넘게 이주노동자들에게 법정 최저임금의 절반도 되지 않는 임금을 지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의 '아프리카예술박물관'으로, 최근 TV 예능프로그램에도 수차례 촬영장소로 사용되며 널리 알려진 곳이다.

    3선 국회의원이자 여당 사무총장인 홍문종 의원이 지난 2010년 이 박물관을 사들여 현재 이사장으로 있으며, 역시 홍 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는 경민대학교의 뮤지컬연기과 박상순 교수가 박물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이 박물관에서 일하는 아프리카 짐바브웨 출신의 조각가 4명과 부르키나파소에서 온 무용수, 악기연주자 8명 등 12명은 지난 2012년부터 최저임금에 크게 못 미치는 월 60여만 원의 임금만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시급 3000원도 안 줘…여권도 사실상 '압수'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근로계약서'(At Contract of Employment, Contrat de Travail)를 보면, 박물관측은 이들에게 최저임금에 크게 못 미치는 월 650달러(짐바브웨)와 600달러(부르키나파소)를 각각 지급하게 되어 있다.

    그나마도 계약서와 달리 임의로 1달러당 한화 1000원으로 환율을 고정 적용, 각각 65만 원과 60만 원씩만 지급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계산해보면 시급 3000원을 넘지 못하는 '10년 전 최저임금 수준'에 해당한다.
    아프리카 이주노동자들의 근로계약서 사본. 홍문종 이사장의 도장이 찍혀있다.

     


    게다가 박물관측이 "귀국 비행기 표를 2년 전에 미리 사느라 1인당 130여만 원을 이미 지급했다"며 매월 10여만 원씩 공제하는 바람에, 실제 이들의 손에 쥐어지는 수령액은 50여만 원에 불과했다.

    법적으로는 2013년 최저임금 기준으로 짐바브웨 노동자들의 경우 126만 9154원, 부르키나파소 노동자들은 최소 105만 5893원을 받아야 한다. 여기에 각종 수당과 퇴직금 등이 지급돼야 한다는 걸 감안하면 이제껏 최저임금의 절반도 받지 못한 셈이다.

    부르키나파소에서 온 무용가 엠마뉴엘(Sanou Emmanuelle Migaelle) 씨는 "원래 10개월 계약을 맺었지만, 박물관측은 비행기표 값을 마저 치루라며 24개월로 계약 연장을 요구했다"며 "당장 비행기 표를 살 수 있는 목돈이 없는데다 여권까지 박물관이 가져가버려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박 관장은 지난 7일 여권을 달라고 항의하는 이들에게 "여권과 임금은 개인이 갖고 있는 게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상황을 고려해서 여권과 돈을 우리가 갖고 있다가 공항에서 줘도 된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계약서에 없는 일도 '강요'…"점심 시간도 모자랐다"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노동 조건 역시 박물관의 요구에 따라 수시로 바뀌었다.

    공연단의 경우 1일 1시간씩 3회 공연하기로 되어 있지만, 이들의 공연일정을 보면 박물관내 공연은 물론, 하루에 한두 차례 이상 외부 공연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더해 공연단은 계약서에는 전혀 설명되지 않았던, 관객들에 대한 악기 체험 행사까지 진행해야 했다.

    부르키나파소 음악가 라자크(Ouedraogo Abdoul Razak) 씨는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이 단체로 수백 명에서 천여 명까지 공연장을 찾아오는 통에 쉬는 시간은커녕 점심 먹을 시간도 모자랐다"고 털어놨다.

    "계약에도 없는 어린이 악기 체험을 시킨다고 박물관 측에 항의해봤지만 '모든 사항을 근로계약서에 담을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는 것.

    짐바브웨에서 온 조각가 파이나(Chikumbirike Phainah) 씨도 "내 조각품을 보고 마음에 든다며 고용해놓고, 정작 시킨 일은 박물관 기념품점에 있는 매점에서 허드렛일을 해야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 이주노동자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이기 때문에 의료보험 외에도 산업재해보험을 반드시 들게 되어 있지만, 박물관 측은 근로계약서에서 '의료보험 비용을 부담하겠다'고만 선을 그어놓기도 했다.

    ◈"재계약 걱정말라"더니…'이상한 적금'에 체불 위기까지

     

    이러한 내용을 담은 불법 근로계약서마다 박물관 이사장인 홍문종 의원의 이름과 도장이 선명하게 찍혀있음은 물론이다.

    이같은 위법 행위는 지난달말로 계약이 만료된 부르키나파소 공연가들이 새 계약서를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박물관측이 지난 4일 갑자기 "재계약을 할 수 없다"고 밝히고 나선 것.

    결국 재계약을 믿고 다른 직장도 구하지 못한 이들은 체불 임금조차 받지 못한 채, 비자가 만료되는 이달말에 고향으로 쫓겨날 위기에 몰리게 됐다.

    엠마뉴엘 씨는 "지난달 중순 계약을 갱신할 날짜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다른 나라의 일자리를 소개받았다"며 "박물관 담당자가 '재계약은 걱정말라'면서 이직을 말리는 바람에 결국 새 일자리를 놓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박물관 측이 지난해 10월부터는 "임금을 10만원 올리는 대신 10~20만원을 따로 저축하라"고 종용했지만, 정작 해당 적금통장 계좌를 확인해보니 만기일이 올해 10월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부르키나파소 공연가들은 물론, 오는 7월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않으면 역시 한국을 떠나야 하는 짐바브웨의 조각가들도 돈을 받기 어려울 처지에 놓인 셈이다.

    ◈박물관측 "적자 때문에"…전문가들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

    불안해진 노동자들이 돈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박물관 측은 '출국하는 날 공항에서 주겠다'며 거부하고 있다는 게 노동자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박상순 박물관장은 "일반사업장도 아니고 문화시설을 운영하려니 매년 적자를 보고 있는 현실"이라며 "이 때문에 4000원의 하루 식비와 최저임금에 못미치는 임금을 지급하는 사실 등은 인정한다"고 해명했다.

    다만 "아프리카 노동자들이 은행 계좌를 열기 어려워 금품을 가방에 보관하는 등 애로를 겪길래 적금을 대신 들어줬을 뿐, 출국 전에 반드시 돈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산재보험도 가입한 것으로 알고 있고, 계약기간은 아직 남아있는 상태"라며 "식대는 적지만 쌀은 무한정 제공하고 있고, 기숙사 사정도 지금은 열악하지만 조만간 방 3개짜리 기숙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당의 3선 국회의원이 소유한 사업장에서 벌어진 일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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