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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 이전에 기업윤리 회복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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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조경제 이전에 기업윤리 회복부터

    [변상욱의 기자수첩]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현지에서 노동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보고서가 제출됐다. 이 보고서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공익법센터 '어필'에 의뢰한 '해외진출 한국기업의 인권침해 실태조사' 결과를 종합한 것이다.

    보고서에는 세계 57개국에서 발생한 지난 10년간의 인권침해 사례들이 분석돼 담겼고, 조사단이 필리핀·미얀마·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해 조사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보고서 내용들에는 이런 것들도 있다.

    ▶ 필리핀에 진출한 모 전기·전자회사는 직원들에게 유해한 화학물질을 다루게 하면서 성분에 대해 설명하지도 안전교육을 실시하지도 않았다. 안전 장비가 부실하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있었다. 필리핀 노동법은 6개월의 수습기간이 끝나면 정규직으로 대우하도록 되어 있지만 해당기업 측은 하도급 회사를 통해 재고용하는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을 회피했다.

    ▶ 노동자들의 조합 결성을 방해하고 단체협상을 거부한 의류기업도 있다. 이 회사는 노조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경력기술자를 화장실·하수구 청소 부서로 보복발령했다.

    ▶ 미얀마에서는 노동자들이 화장실에 오래 있으면 적발해 월급에서 공제해버리기도 했다.

    ▶ 장시간 노동을 하는데도 식사할 시간을 보장해 주지 않아 서서 일하며 저녁식사를 했고, 과로로 작업장에서 쓰러지는 노동자들이 속출했다.

    ▶ 우즈베키스탄에서 어린이에게 강제노동에 가까운 중노동을 시키는 기업도 있다.

    (사진=이미지비트 제공/자료사진)

     

    ◈ 한국 기업들 밖에서 새다

    1990년대 해외에 본격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들은 초기에 착취·학대에 가까운 인권침해, 환경파괴, 야반도주 등으로 비난을 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최근에는 이런 것 외에 인종차별, 성차별, 소비자기만 등으로 비난을 사고 있다.

    한국 기업에 대한 국제적 비난은 원양어업 분야에서도 심각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3위의 어획량을 자랑하는 '원양 강국'이다. 그러나 아프리카 저개발국 연근해에서의 불법 조업과 남획, 선상에서의 인권침해 등이 문제가 됐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우리 바다에서 벌어지는 중국 어선의 남획 폭력을 비난할 처지가 아니다.

    그린피스 특별보고서가 우리 원양어선들의 불법 조업과 인권탄압 실태를 고발했고, 미국 상무부가 우리나라를 불법어업국으로 지정했다. 콜롬비아, 에콰도르, 가나, 베네수엘라가 우리나라와 함께 미국 상무부 지정 불법어업국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는 한국에 대해 무역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비난도 나왔고 아프리카 국가들은 어업허가를 거부하고 나섰다. 이런 배경 때문에 북태평양수산위원회 사무국을 우리나라로 유치하려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경쟁국 일본에게 빼앗겨 버렸다.

    자국을 떠나 타국에 진출하는 기업들은 기회의 확장 뿐 아니라 책임과 윤리도 국제적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국제규범이 적용되고 감시와 비난 역시 국제적이다. 국내에서는 노동부가 기업 편을 흔히 들고 경찰도 거들어 주지만 외국에서 그런 식으로 행동하고 수습하려하면 문제를 키울 수 있다.

    (자료사진)

     

    ◈ 책임과 윤리부터 글로벌하게

    스포츠 용품 제작업체인 나이키는 파키스탄 공장에서 축구공을 꿰매는 어린 노동자의 사진이 지구촌에 전파되면서 아동 노동 착취로 돈을 버는 악덕 기업으로 비난을 샀다.

    곳곳에서 불매 운동에 시달렸고 주가 폭락까지 겪었다. 결국 모든 하청기업에 소년 노동을 전면 금지토록 했고 아웃소싱 단가를 최고 수준으로 올리고 나서야 수렁에서 빠져 나왔다.

    스타벅스도 원두를 헐값에 사들여 커피농장 농민들을 착취하고 있다는 비난에 휩싸였다. 스타벅스는 국제운동기구와 함께 커피 공정거래에 나서고 영세 커피농가를 보호하는 사업을 추진해 불명예를 씻어냈다. 막대한 투자 끝에 존경받는 기업으로 다시 명성을 되찾았지만 아직도 스타벅스에 대한 거부감은 말끔히 해소되지 않았다.

    이런 사건들을 겪으며 지구촌은 기업인권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했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지만 그 비즈니스 과정에서 인권을 무시할 수는 없으며 기업의 윤리는 노동자 인권, 지역사회 공헌, 환경 보호에까지 이르러야 한다는 것이고 2000년에 국제협약 '유엔 글로벌 콤팩트'가 발족되었다.

    지구촌 소비자들도 같은 가격 비슷한 제품이라면 인류와 환경에 책임을 다하는 기업을 선택하겠다는 의식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차별하고 여성 노동자에 대한 배려도 부족하고 노동자를 GPS, CCTV로 감시하는 우리의 관행은 불안하기만 하다.

    노조를 좌경 내지는 종북이라며 반국가사범으로 여기는 오염된 편견이 극성을 부리는 마당에 노동자 배려를 이야기하는 건 차라리 사치스러워 보인다. 이런 편견과 관행이 외국에 나가서도 이어지고 있다니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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