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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산업 경제 일반

    "노조 생기니…욕설하던 관리인 입 다물더라"

    • 2013-11-26 06:00

    [격차사회, 노조에 주목하라①] 노조 생기자 직장이 변했다

    CBS노컷뉴스는 앞서 고용이 마치 신분으로 고착화 되는, 이른바 ‘고용카스트 현상’을 집중 보도한 바 있다. 우리 사회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격차가 벌어지고, 이제는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고 공고화되는 이른바 ‘격차사회’에서 우리가 주목한 것은 ‘노동조합’이다. 과연 노동조합은 격차사회를 시정하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 4차례에 걸쳐 격차사회 속 노동조합의 현주소와 그 가능성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해고에 항의하는 홍익대 청소 노동자들. 각 대학의 청소 노동자들은 노조를 통해 근로환경을 크게 개선시켜왔다. (노컷뉴스 자료사진)


    ◈ "패륜녀 보다 더 악질은 용역관리인"

    지난 2010년 봄, 한 대학생의 막말로 시작된 ‘경희대 패륜녀 사건’은 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의 처우문제를 사회적 공론의 장으로 이끌어낸 발단이 됐다. 하지만 청소 미화원들을 실제로 괴롭힌 건 학생들의 무시보다는 용역관리인들의 횡포였다.

    “우유팩 사건요? 얘기들어보면 사실 그건 큰 문제가 아니었어요. 용역 관리인들이 우리한테 해대는 것 보면 정말 우리가 사람인가 싶고...”

    2년 전까지만 해도 용역 관리인들에게 욕설을 듣는 건 흔한 일이었다. 조금이라도 밉보이면 사람들도 잘 다니지 않는 컴컴한 외진 건물에 배치를 시켰다. 경희대 청소노동자 백영란 씨는 “같은 사람인데 관리자라는 명찰 하나로 어떻게 이렇게 인격모독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주 5일 근무는 커녕,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일하고 손에 쥐는 돈은 84만원에 불과했다. 시간당 최저임금은 사치였다. 연차 수당도 언감생심. 백 씨는 “여기서 말고는 나이 많고 기술 없는 사람이 일 할 데가 없기 때문에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었고 불만을 삭이는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 노조 생기니...용역관리인 입다물더라

    그러나 속 앓이만 하던 상황은 노동조합이 생기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경희대 청소노동자들은 2년여 전 ‘청소노동자 노조’를 결성했다.

    노조가 생긴 이후로는 관리인들은 욕설을 할 수 없게 됐다. 노조는 단체협약을 통해 관리인들이 욕설을 하지 못하도록 명시를 했다. 임금도 50%가까이 올랐다. 토요일까지 꼬박 일해도 100만원도 못 받았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주 5일 근무에 130만원의 급여를 받는다.

    “연세드신 분들 여기서 나가면 갈 데가 없어요. 그러나 보니 노조 가입하면 잘릴 것이라는 생각에 다들 꺼리지요. 그런데, 노조가 생기고 나니 휴게시간도 보장되고 점심시간도 유급이 됐어요. 여름에는 청소복도 2벌 받게 되고, 청소 복장 색깔도 우리가 정할 수 있게 됐어요.”

    노동조합은 직장을 바꾼다. 임금 수준을 높이고, 고용환경을 개선시킨다. 아울러 기업의 부조리를 감시하는 내부 감시자라는 공익적 역할도 도맡고 있다.

    얼마전 서울대병원 노조가 파업을 하며 외래환자 1분 진료 문제와 어린이병원 환자급식의 외주 운영의 문제점 등 공익문제를 제기한 것이 비근한 사례다. 불완전노동철폐연대 김혜진 대표는 “기업 내부의 문제점을 가장 힘 있게 사회적으로 알리는 것도 노조"라고 강조했다.

    ◈ 노조, 사회불평등 해소에 역할

    노동조합은 또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 사회의 격차를 줄이는 순기능을 해왔다.

    한국노동연구원 장지연, 이병희 연구위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한국사회 소득불평등 심화의 메커니즘과 정책선택’ 자료에 따르면, 임금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1987년을 기점으로 완화되기 시작했으나 1997년 이후 다시 높아지고 있다.

    임금 불평등은 1987년을 기점으로 크게 줄어들기 시작하다가 1997년부터 다시 상승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장지연.이병희 연구원 자료에서 발췌)

    장 위원은 “노동운동과 임금이 직접적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불확실하다"면서도 "시기적으로는 임금불평등 곡선이 87년 노동운동이 활성화된 시점과 97년 외환위기 시점과 각각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시점으로 보면 노동조합 조직률도 비슷한 추세를 보인다. 87년 이후 노동조합 조직률은 최고 20%에 육박했지만, 97년 외환위기 후 비정규직 고용이 활발해지면서 다시 10% 수준으로 추락했다.

    한림대 경제학과 조동훈 교수는 “산업화 이후 민주화를 거치면서 노동조합 조직이 활발해졌고, 결과적으로 노조 운동이 전체 근로자 임금을 높이고 사회의 임금불평등을 완화하는데 어느정도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현재 역효과를 내고있는 대기업 노조 문제를 별론으로 하면(이 문제는 3부에서 다룰 예정),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처우 개선, 지위향상과 함께 사회적으로도 불평등을 해소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할 수 있다.

    ◈ 노조 조직률 10%.. 9년째 '넘지못한 벽'

    그러나 1989년 19.8%까지 상승했던 노동조합 조직률은 이후 계속 내리막을 탔다. 아예 2004년부터는 9년째 10%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노조직률은 10.3%에 그쳤다. 노동자 10명 중 1명만 노조에 가입하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비정규직의 노조조직률은 1.7%에 불과하다. 노조원인 비정규직은 전체 100명 중 2명도 안 된다. 조직화 되지 못한 비정규직과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임금수준과 고용환경은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 정규직과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진다.

    대다수 노동 전문가들은 심화되는 불평등을 해소하려면 사회안전망 확립과 함께, 앞서 청소노동자들의 사례처럼 비정규직과 영세 기업에도 노동조합 설립이 활발해져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노조활동은 헌법에도 보장돼 있는 권리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문제다. 무엇이 노조 활동을 가로막고 있는가.

    (내일 2편, '노조하면 신세망친다?'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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