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누구나 최대 두 살 ↓…2023년 대한민국이 젊어진다

핵심요약

'만 나이'를 공식 나이로 표기하는 개정안이 지난해 말 국회에서 의결됐습니다. 이로써 모든 한국인은 내년 6월부터 적어도 한 살, 많으면 두 살까지 하향된 나이를 갖게 됩니다. 이에 "젊어진 기분", "외국인과 대화할 때 편할 것 같다"는 긍정적 의견이 나옵니다. 반면 "별다를 것 없다", "이득 있는 것도 아니다" 등의 반응도 보입니다. 젊어지는 한국인들, 이 제도는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2022년 12월, 당시 29살이던 1994년생 이우섭 기자는 가슴 벅찬(?) 뉴스를 접하게 됩니다.
며칠만 지나면 삼십 대의 길을 걷게 될 예정이었으나, 2023년에 30살이 아닌 28살이 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해가 지나도 나이를 먹기는커녕 오히려 어려진다는 것.
이로 인해 올해부터 나이 앞자리 숫자가 오를 계획이던 '19*4년생'들은 다시 작년 연령대로 1년 혹은 그 이상을 살아갈 수 있게 됐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왜 나이가 어려지는 걸까요?
류영주 기자류영주 기자

3개였던 한국인 나이, 6월부터 하나로 통일된다

정확히는 올해 '6월부터'입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혼용하던 3개의 나이 계산법을 국제 기준에 맞게 '만 나이' 하나로 통일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2월 8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만 나이 사용을 명시한 민법 일부 개정법률안과 행정기본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의결됐습니다. 만 나이를 공식적인 나이 표시법으로 명문화하는 내용이 이 개정안의 핵심입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세는 나이 △연 나이 △만 나이 등 3개 계산법을 써왔습니다. 한 사람이 각각 다른 방식으로 계산된 3개의 나이를 지녔죠.
정치권은 이러한 방식 탓에 여러 분야에서 혼선이 빚어져 왔다고 판단, 하나로 통일해 불필요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없애고 일상생활 속 혼란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에 나섰습니다.
개정안 통과로, 우리 국민은 이 법안이 시행되는 올해 6월부터 사법·행정 분야에서 누구나 '최대 2살' 어려집니다.
이 개정안에는 태어난 해를 0세로 하고 나이 계산 시 출생일을 포함하는 내용과 출생 후 만 1년 이전 아기에게는 '개월 수'를 표시하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지난해 12월 8일 국회 본회의 '행정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윤창원 기자지난해 12월 8일 국회 본회의 '행정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나는 만으로 몇 살?"…나이 계산 쉽게 하는 방법

가장 궁금한 점은 이 계산법들을 각각 '어떻게 계산하는지', '언제·어디에 쓰는지' 입니다. 쉬운 이해를 위해 올해 30대가 될 뻔한 1994년생을 예로 들면서 설명해 보겠습니다.
우선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한국식 나이'인 '세는 나이' 계산법입니다. 태어나자마자 1세가 되고 매년 1월 1일에 1살씩 추가되는 방식입니다.
이 계산법으로 1994년생은 올해 서른 살이 됩니다. 1994년에 1세, 2004년에 11세, 2014년에 21세였으므로 2023년엔 30세가 되는 것이죠. 이대로라면 1994년 12월 31일생과 1995년 1월 1일생의 태어난 시간 차이는 24시간도 되지 않지만, 나이는 1살이 차이 나게 됩니다.
둘째로 병역법과 청소년보호법에서 사용돼 온 '연 나이'입니다. 현재 연도에서 출생연도를 빼는 방식입니다. 1994년생의 '연 나이'는 2023-1994=29세인 셈이죠.
    
마지막으로 올해 6월부터 통일되는 '만 나이' 계산법은 연 나이를 기준으로 생일 지남 여부를 판단해 보면 쉽습니다. 올해 생일이 지났으면 연 나이 그대로, 지나지 않았으면 연 나이에서 한 살을 뺀 수치 '만 나이'입니다.
예를 들어 1994년생 올해 만 나이는 '연 나이 29세'를 기준으로 생일이 지났다면 그대로 29세, 지나지 않았다면 한 살을 뺀 28세가 됩니다.
 

80% 이상 '긍정적'…"별생각 안 든다" 반응도

복잡한 나이 계산 방식에 국민 열 명 중 여덟 명은 나이 기준을 '만 나이'로 통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법제처는 지난해 9월 5일부터 18일까지 14일간 국민신문고를 통해 '만 나이 통일'에 관한 국민의견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총 6394명이 조사에 응답했는데, 이중 81.6%에 달하는 5216명이 이 개정안 처리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데 찬성했습니다.
특히 법안이 통과·시행된 후 일상생활에서 '만 나이'를 사용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86.2%인 총 5511명이 "사용하겠다"고 응답했습니다.
△다양한 나이 계산법으로 인한 혼란·불편 해소 △기존 한국식 나이 계산법으로 인한 서열 문화 타파 기대 △국제적 기준과 통일 △체감 나이 하향 등이 '만 나이 통일'에 찬성하는 이유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1994년생 직장인 김은혜 씨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30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20대로 1년 더 살게 돼, 젊어진 기분"이라며 '체감 나이 하향'에 기대감을 숨기지 못했습니다.
1992년생 직장인 임모 씨도 "외국인들과 나이를 이야기할 때 불편함이 있었다""더 이상 내 나이가 몇 살인지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반면 "별생각 안 든다"는 견해도 존재합니다. 인천 미추홀구에 거주하는 1973년생 주부 김숙 씨는 '세는 나이'대로라면 51세가 됐어야 하지만, '만 나이' 계산법에 따라 올해 49세가 됩니다.
50대의 길로 접어들었다 다시 40대가 됐음에도, 김 씨는 "40대 중반부터 나이를 잊고 산지 오래"라며 "20대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한 살 적어진다고 이득 있는 것도 아니지 않냐"는 생각을 내비쳤습니다.
1990년생 가수 강민경 씨도 지난해 말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 나이면 어떻고, 저 나이면 어떻냐""마음가짐, 삶을 대하는 태도가 나이보다는 중요하다"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혼선·혼란 사라질 것"…국내 정치권도 '환영'

'만 나이 통일'은 이번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7월 정부에서 발표한 '윤석열 정부 120대 국정과제'에 따르면, 정부는 "'만 나이' 통일로 법적 분쟁 및 행정·의료 등 국민 일상생활의 혼란을 예방"한다는 기대효과를 밝힌 바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모든 나이가 만 나이로 통일되면서 글로벌 기준에 맞고 불필요한 사회적, 경제적 혼선도 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국정과제를 이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신 국회에 감사드린다"고 법안 처리에 환영의 뜻을 표시했습니다.
    
이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도 법안 통과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년부터 대한민국이 젊어진다. 올해가 지나도 나이가 한두 살씩 줄어든다니, 마치 연말 선물처럼 느껴진다"고 기뻐했습니다.
이완규 법제처장은 "나이를 세는 방법에 대해 여러 가지 혼란이 있었는데 이제 그런 혼란이 없어지고 정착되리라 생각한다"며 "홍보 부분은 조문에 삭제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문이 있는 것처럼 준비해서 열심히 홍보해 잘 정착되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친구들 나이 헷갈렸어…" 외국도 흥미롭다는 시선

우리나라 나이 기준 통일은 외국에서도 관심을 끄는 주제였습니다.
미국 뉴스 채널 CNN은 지난해 12월 9일 "한국인들은 새로운 법 덕분에 나이가 한 살에서 두 살 더 젊어질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한국인들은 '국제 나이(만 나이)', '한국 나이(세는 나이)', '연 나이'를 갖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가수 싸이를 예로 들어 "1977년 12월 31일생 싸이는 국제 나이로 44세, 연 나이로 45세, 한국 나이로 46세"라고도 설명했습니다.
    
영국 매체 가디언도 같은 날 '한국식 나이를 폐지하면서 모든 한국인이 젊어진다'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한국은 나이를 세는 전통적인 방법을 폐지하고 국제 표준을 채택하는데, 이는 공식 문서에서 사람들의 나이를 1~2살 줄일 것이지만 일상생활에 스며드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알렸습니다.
또한 일본의 한 누리꾼은 "캐나다 유학생 시절에 만난 한국인 친구들의 나이를 알기 어려웠다"며 "잘 됐다"고 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아직도 이런 방식을 사용하고 있던 것을 처음 알았다"며 "이런 개혁은 나쁘지 않다"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0

0

© 2003 CBS M&C, 노컷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