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크런치모드? IT노동자들 긴장하는 까닭[그래?픽!]

여러분은 주52시간제 후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선 주52시간제 운영 방법과 이행 수단을 개선하겠다는 방향성이 제시돼 있습니다. 노사가 자율적으로 노동시간을 운영하며 주52시간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거죠.
이에 따라 주 52시간제 폐지를 반대하는 입장의 노동자들 속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주 52시간제로 인해 그나마 숨통을 트던 IT·게임 산업 노동자들이 반발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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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현재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 근로시간을 노사 합의하에 월 단위로 관리하는 방향으로 개편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장관은 현행 주52시간제에 대해 "IT·SW 분야 등 새로운 산업이나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며 "지난해 4월 유연근로제를 보완했지만, 활용률은 10%에도 못 미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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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해 기준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1928시간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1582시간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2019년 기준 한국의 워라밸 지수는 10점 만점에 4.1점으로, 40개 국가 가운데 37위를 차지했습니다. 1위인 네덜란드의 9.5점에 비해 5.4점이나 낮은 점수로 사실상 최하위 수준입니다.
낮은 점수를 받은 나라들의 공통 특징은 상시 노동자들의 연평균 노동시간이 절대적으로 길다는 점이죠.

 '크런치 모드' 부활할 수도? 기업간 양극화 우려

주52시간제 개편이 본격화되면 주 단위가 아닌 한 달 단위로 유연 근무가 가능하기 때문에, IT·게임 업계에선 '크런치모드'가 부활할 거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크런치모드'란 업무 마감 시한을 앞두고 개인 생활을 희생하면서 장시간 업무를 지속하는 것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지난 2016년 직원들이 돌연사하거나 투신자살한 게임회사를 근로감독했더니 초과근로와 임금체불 등이 속속 드러났었죠. 그래서 2018년도에 주 52시간제가 도입되기도 했구요.
 
당시 노동부는 '크런치모드' 시기에 과중한 업무 집중, 관행이 되어버린 초과근로 분위기 등으로 장시간 노동이 상시 발생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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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1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크런치모드' 경험률은 15.4%, 가장 길었던 한 주간 노동시간은 51.7시간으로 조사됐습니다. 2019년(60.6%), 2020년(23.7%)에 비해선 크게 감소한 수치죠.
 
주52시간제 시행 이후 전반적으로 노동환경 주요 지표들이 개선되면서 고용안정성도 강화됐고, 초과근무비율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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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회사 규모간 양극화는 더욱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00인 이상 회사의 경우 0.5%가 '크런치모드'를 경험했지만, 5인 미만 회사 소속 종사자들의 경우 48.3%가 '크런치모드'를 경험했습니다.
특히 '크런치모드' 기간에는 평균 주 61.4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여전히 소규모 사업체에서 '크런치모드' 경험 비율과 노동 강도가 상당히 높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게임산업 노동자들의 건강 상황은 어떨까요.
 

노동자 88%, 일과 건강문제 연관성 있다고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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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진흥원 조사에서 게임산업 종사자들의 지난해 하나라도 건강 문제를 경험한 비율은 93.6%에 이르렀습니다. 일과 건강 문제의 연관성도 평균 88.8%에 달했습니다. 주로 두통, 근육통, 눈의 피로, 요통 등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52시간제 개편 추진에 앞서, 이러한 게임업계 노동환경에 대한 전반적 검토가 필요하진 않을까요. 아니면 또다시 돌연사와 투신자살이 빈번했던 2016년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을테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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