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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사들은 왜 '통 큰' 보육지원에 나섰을까?



금융/증시

    금융지주사들은 왜 '통 큰' 보육지원에 나섰을까?

    -하나 1500억원 들여 어린이집 100개, KB 750억원·신한 240억원 투자해 초등돌봄교실 지원
    -현 정부 '포용적 금융' 코드 맞춘 결과라는 해석
    -채용비리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시선도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잇따라 '통 큰' 보육지원에 나섰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1500억원을 들여 전국 어린이집 100개를 짓겠다고 나선데 이어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도 750억원을 국공립병설유치원과 초등돌봄교실에 투자하기로 했다. 왜 금융지주사들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꽂힌걸까?

    하나금융그룹 전국 100개 어린이집 건립 지원, 사진= 하나금융그룹 제공

     

    통 큰 보육지원의 첫 테이프를 끊은 곳은 하나금융그룹이다. 지난달 16일 2020년까지 국공립어린이집 90개와 직장어린이집 10개 등 총 100개의 어린이집 건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3년간 약 1500억원을 투자한다. 하나금융그룹 측은 수요 조사부터 입지 결정까지 심층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보육사업지원팀'까지 만들었다.

    지난 14일에는 KB금융그룹이 750억원을 들여 국공립 병설유치원 최대 250개, 초등 돌봄교실 1700여개 신·증설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김상곤 사회부총리와 이같은 내용의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이번 MOU는 정부의 국공립 유치원 취원율 40% 확대,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 추진에 KB금융그룹이 동참하는 교육 기부 차원이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1월 여성가족부와 '취약계층 경력단절여성 및 초등돌봄 공동육아나눔터 지원'에 향후 3년간 240억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MOU를 맺었다. 신한은 매년 30억씩 3년간 총 90억원을 들여 맞벌이가정을 위한 '초등돌봄 공동육아나눔터' 설치를 지원하기로 했다.

    금융지주사들은 원래도 사회공헌 활동을 해 왔다. 하지만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보육'에 이토록 큰 돈을 투자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선 현 정부의 '포용적 금융'에 코드를 맞춘 결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 중 하나가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인데, 이에 부응하는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국공립어린이집은 전국 3129개소로, 전체 어린이집 대비 시설 비율이 7.8% 수준이다. 정부는 국공립어린이집 이용비율을 2022년까지 40%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선 상당한 돈이 필요한데 정부 코드에 맞는 사회공헌 활동을 찾는 금융사와 돈이 필요한 정부의 이해 관계가 딱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금융권의 사회공헌 활동들을 보면 청년창업 지원, 기숙사 건립 지원 등이 있어왔다. 각 정권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사안들이었다"면서 "대내외적인 시대적 요구사항에 맞춰 공헌의 분야가 정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용 비리 논란에 휩싸인 금융사들이 여론의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구책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실제로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통 큰 투자를 하는 금융지주사들은 채용 비리에 연루된 곳이다. 보육에 대한 수요는 과거에도 있어 왔는데 왜 갑자기 지금 은행들이 일제히 보육 지원에 골몰하냐는 의문과도 맞닿아 있다.

    이에 대해 한 은행권 관계자는 "보육에 대한 수요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통 큰 투자를 하는 방향은 바람직하다"면서도 "여기서 나오는 비판은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을 왜 지금까지 하지 않았느냐다. 이 점에서 많은 돈을 제대로 된 방향에 투자했지만, 그 배경에 대해 의심을 받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치권에선 금융사들의 이같은 보육 지원 사업이 정부 여당의 선거에 유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금융사들의 보육 지원 사업은 지자체(하나금융) 또는 교육부(KB국민), 여가부(신한)과 MOU를 통해 이뤄진다. 돈은 금융사가 투자하지만 정치적 이익은 정부여당이 얻는다는 설명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하나금융의 경우만 하더라도 세종에 어린이집 1호를 건립하기로 했다. 시장 후보이자 현 시장이 어린이집을 건립하겠다고 한 건만 보더라도 선거운동을 톡톡히 한 셈"이라며 "어린이집 유치는 정치인들에게도 상당히 중요한 사업 중 하나인데 금융사가 제발로 찾아와 들어준 격"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사상 최대 당기 순이익을 냈는데도 불구 사회공헌 활동 비용은 점차 줄이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선제적으로 이미지 제고에 나선 측면도 크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1개 은행들은 최근 5개년 동안 사회공헌 활동비가 점차 감소했다.

    2012년 6990억원, 2013년 6105억원, 2014년 5146억원, 2015년 4651억원, 2016년 4002억원으로 계속 줄었다. 반면 KB·신한·하나·농협·BNK 등 다섯 개 금융지주와 우리·기업 등 두 개 은행이 작년 한 해 동안 거둬들인 당기순이익은 12조5501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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