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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자 안불러줘" 경찰 다녀간 뒤 여관에 불 질러 10명 사상



사건/사고

    "왜 여자 안불러줘" 경찰 다녀간 뒤 여관에 불 질러 10명 사상

    '종로 여관화재' 한 방에 있던 여성 3명 숨지기도

    사건 브리핑중인 서울 혜화경찰서 형사과장 이상엽 경정(사진=김광일 기자)

     

    서울 종로의 한 여관에 불을 질러 10명의 사상자를 낸 50대 남성은, 성매매 여성을 불러달라는 요구를 거절당한 뒤 홧김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 남성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이 돌아간 뒤 여관의 유일한 출입구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인 것으로 밝혀졌다.

    ◇ 경찰 다녀간 뒤 40분 만에 돌아와

    20일 서울 혜화경찰서에 따르면 피의자 유모(52) 씨는 "술김에 여자 생각이 나서 여관이 몰려있는 곳에 갔다가 처음 눈에 들어온 곳으로 들어갔다"며 "주인에게 여자를 불러달라고 요구했는데 거부를 하자 홧김에 불을 질렀다"고 진술했다.

    중국음식점 배달원인 유 씨는 범행 직전 동료들과 함께 술을 마신 뒤 종로구 종로5가 골목길에 있는 3층 규모의 한 허름한 여관에 들어갔다.

    그러나 여관 주인 김모(71) 씨가 "여기는 성매매 알선업소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숙박을 거절하면서 말다툼이 벌어졌다.

    양쪽 모두의 신고를 받고 새벽 2시 9분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유 씨에게 "성매매 및 업무방해로 처벌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15분 뒤 돌아갔다. 경찰 관계자는 "극단적인 범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로 쪽으로 걸어 나갔던 유 씨는 40여 분 만에 여관으로 돌아왔다. 손에는 인근 주유소에서 사 온 휘발유 10ℓ가 들려 있었다.

    이어 바닥에 휘발유를 뿌렸고 주머니에서 꺼낸 비닐봉투 혹은 수건으로 추정되는 물질에 불을 붙여 던졌다. 불은 삽시간에 건물 전체를 집어삼켰다.

    ◇ 새벽, 유일한 출입구에 방화

    20일 오전 3시께 화재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종로5가의 한 여관 건물에 불에 탄 흔적이 남아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화재 직후 김 씨는 주변의 다른 여관 주인 A 씨와 함께 소화기를 들고 직접 불을 끄려 했다. 그러다 불길이 쉽사리 잡히지 않자 119에 신고했다.

    신고 접수 직후 소방차 50여 대와 소방관 180여 명이 출동해 약 1시간 만에 화재를 진압했다.

    이때 여관 1층에서 4명, 2층에서 1명의 투숙객이 숨진 채 발견됐다. 특히 전날 105호 한 방에 함께 입실했던 여성 3명은 모두 사망했다.

    이들 가운데 각각 50대, 20대 정도로 보이는 여성이 모녀였던 것 같다는 김 씨의 진술이 나오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각기 다른 방에 있다 화상 등을 입은 남성 5명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부상자 가운데 2명은 심폐소생술까지 받았으나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층에 묵었던 최모(53) 씨의 경우 발생 직후 창문을 통해 뛰어내려 크게 다치지 않았다.

    투숙객 대부분이 잠을 자고 있던 새벽 시간에 사건이 발생했고, 방화 장소가 여관의 유일한 출입구였던 탓에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휘발유에 불을 붙이면 유증기가 번져 불이 순식간에 퍼진다"며 "건물 자체가 오래됐고 통로가 좁았던 이유도 피해를 키운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여관 주인과 별도로 "내가 불을 질렀다"며 112에 신고했던 유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조만간 현존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유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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