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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靑 퇴거 이후 가장 길었던 하루



'출두에서 귀가까지 21시간 50분'… 검찰조사만 14시간

박근혜 전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22일 오전 7시 5분 검찰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그에겐 그 어느 때보다 길었던 하루였다.

전날 오전 4시 30분, 서울 삼성동 자택은 평소보다 일찍 불이 켜졌다. 박 전 대통령의 분주한 하루가 시작됐다.

오전 7시 10분쯤 박 전 대통령의 머리와 화장을 담당하는 정송주 자매가 자택으로 들어갔다.

밖에선 200여명의 지지자가 '탄핵무효'를 외쳐댔고, 일부는 도로에 드러누운 채 "검찰에 출석하지 말라. 억울하다"를 외치며 오열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 인근에서 친박단체 회원들이 탄핵무효를 외치고 있다. (사진=황영찬 수습기자)

 

오전 9시 15분, 지난 청와대 퇴거 때와 같은 남색 롱코트 차림으로 박 전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트레이드마크인 올림머리도 여전했다.

검정 에쿠스를 타고 자택을 출발한 박 전 대통령은 경찰의 교통 통제 속에 8분 뒤인 9시 23분 서초동 중앙지검청사 서문에 도착했다.

친박단체는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자리를 잘못 잡아 동문에 있던 시민 수십명이 정문으로 뛰어가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왜 조사받아. 여성대통령이 왜. 내가 책임질게"라고 울부짖는 시민들도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은 차 안에서 아무런 손동작 없이 무표정으로 이들을 바라봤다.

동문을 지나쳐 서문으로 직행하는 박 전 대통령의 차량을 본 촛불단체 측은 분노했다.

촛불단체 사회자가 "국민들 목소리가 무서워서 내뺀 것 아니냐"고 외치자 시민 80여명이 "맞습니다"라고 호응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 11일 만인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오전 9시 24분쯤 차에서 내린 박 전 대통령은 "국민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라는 말만 남긴 채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검찰 조사가 진행되는 내내 청사 밖에선 200여개의 태극기가 휘날렸다. 친박단체 측은 "대국민 사기극, 박 대통령을 풀어내라"를 외치며 탄핵 무효를 주장했다. 이들 집회는 조사가 끝나는 밤늦게까지 계속됐다.

이날도 어김없이 취재진을 향한 폭행시비가 이어졌다. 오후 8시20분쯤 청사 서문 인근에서 50대 남성이 방송기자를 향해 침을 뱉어 경찰에 체포됐다. 친박단체 측은 사진을 찍으려는 기자를 향해 '나가라'며 내쫓았다.

촛불단체 측은 청사 동문 인근에서 '박근혜 즉각 구속'을 외치며 집회시위를 이어갔다. 방송차량에선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가수 신해철의 '그대에게' 등이 흘러나왔다.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황영찬 수습기자)

 

다음날인 22일 오전 6시 55분, 21시간 25분간의 조사를 받고 나온 박 전 대통령이 청사 밖으로 빠져나왔다. 역대 대통령 최장 시간 검찰조사다.

10분 만에 올림픽대로를 통해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온 박 전 대통령은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자택 앞엔 윤상현·최경환 의원과, 서청원 의원의 부인이 박 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눴다. 박 대통령은 의원들에게 "왜 오셨냐, 안 오셔도 되는데"라고 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민께 한 말씀, 뇌물혐의 인정여부, 조사과정서 힘들었던 점' 등을 묻는 취재진에겐 묵묵부답이었다.

"박근혜"를 연호하던 80여명의 지지자들은 "탄핵의 역풍아 불어라"라며 환호하고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14시간 동안의 피의자 조사와 밤샘 조서 검토를 마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2일 오전 검찰을 나서 삼성동 자택으로 귀가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친박단체에서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장미꽃 50여 송이가 저택 담벼락에 붙어있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들을 향해 말없이 환한 웃음을 보이며 두 번 고개를 끄덕였다.

전날 오전 서초동 검찰청 인근에 있다가 늦은 밤에 자택 앞으로 넘어왔다는 권모(58) 씨는 "탄핵은 인용됐지만 역사에는 '거짓 탄핵'으로 기록될 것"이라면서 "힘내시고 이 나라를 끝까지 지켜달라"라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온 이모(64) 씨 역시 "조사가 너무 오래 걸려 쓰러지시진 않았나 걱정했다"면서 "정말 고생 많으셨다"라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의 운명을 가를 검찰 대면조사는 이처럼 힘겹게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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