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에서 홀로 생활하던 70대 노인이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시장에서 지난 14일 김치를 훔치다 경찰에 붙잡혔다. 노인은 사정을 이해한 상인 측의 배려로 풀려났다.
그 '노인'은 광주 동구의 한 모텔에서 홀로 생활하는 최 모(70) 할아버지. 결혼도 가족도 최 할아버지에게는 다른 세상 이야기였다. 부모가 세상을 등진 뒤 수십 년간을 외롭게 혼자 지낸 최 모 씨는 쇠약해진 기력 탓에 변변한 직업을 구할 처지도 못됐다.
'최 할아버지'는 정부에서 나오는 노인기초연금 20만원을 지원받아 근근이 생활을 이어갔다. 방값도 만만치 않아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4개월 전 이곳 모텔로 옮겼다. 모텔 달방 숙박비로 15만원을 사용하면 5만원이 남는데 최 할아버지는 그것을 가지고 쌀도 사고 반찬도 구입한다.
생활비가 다 떨어지면 굶기도 다반사. 그런 생활이 계속 이어졌다.
지난 14일 새벽 최 할아버지는 배가 너무 고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주머니에는 먹거리를 살 돈도 없었다.
최 할아버지는 평소 자주 이용했던 전통시장이 불현 듯 머릿속에 떠올랐고 나쁜 마음을 먹게 됐다.
최 할아버지는 이날 새벽 0시 30분쯤 광주 동구 대인시장의 한 가게에서 김치를 훔쳐 비닐 봉지에 담았다.
최 할아버지가 숙소에 다왔을 무렵 비닐봉투가 터지면서 김치가 땅바닥으로 쏟아졌다. 최 할아버지의 절도 행각은 시장 군데 군데 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최 할아버지는 시장에서 시가 5만원 상당의 김치를 훔쳐 달아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경찰 관계자는 "최 할아버지가 거주하는 모텔 방에는 밥통하고 옷가지 몇점이 있었을 뿐이었다"면서 "할아버지의 딱한 사정을 이해한 피해 상인의 배려로 잘 합의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