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4일 오후 충북 음성군 맹동면에 위치한 사회복지시설 꽃동네를 찾아 요양 중인 할머니의 발을 주물러주고 있다. 왼쪽부터 반 전 총장, 부인 유순택 여사, 오웅진 신부. 윤창원기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4일 자신의 고향인 충북에 방문해 "충주의 아들 반기문이 유엔의 아들로 갔다가 충주의 아들로 돌아왔다"며 충청대망론에 불을 지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학창시절을 보낸 충주를 찾아 "저는 충주시민들이 글로벌 시민으로서 세계와 대한민국이 조화로운 세계를 만드는 데 앞장서 줄 것으로 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충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환영식에 모인 시민 2천여 명은 일제히 태극기를 흔들며 반 총장에게 열광했다. 사실상 대선출정식이었다.
이에 앞서 반 전 총장은 출생지인 충북 음성군을 찾아서도 "음성군민은 물론 충북, 넓게는 대한민국과 세계 사람들이 모두 평화롭고, 모두의 인권과 인격이 존중받고, 모든 사람들이 배고프지 않고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계속 미력이나마 노력하겠다"며 대권도전 의지를 내비쳤다.
다만 그는 충청대망론에 대한 생각을 묻자 "충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충청만을 위해서 일하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4일 오후 충북 음성군 맹동면의 한 조류인플루엔자(AI) 거점소독소를 방문해 고압소독기로 방역작업을 체험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반 전 총장은 음성 꽃동네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유엔사무총장 활동을 하면서 대한민국만을 대표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자신의 행보가 지역주의적으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하는 발언으로 풀이됐다.
그는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교체가 이뤄져야 할 때"라는 본인의 발언을 정면 반박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서도 비판적 입장을 내놨다. 앞서 문 전 대표는 "정치교체는 정권교체로만 가능하다"며 반 전 총장에게 '견제구'를 던진 바 있다.
반 전 총장은 이에 "문 전 대표가 말한 데 대해 일일이 코멘트하고 싶진 않다"고 응수했다.
그는 "정권이 교체된다고 정치행태나 국민의 사고 방식, 정치인의 사고 방식이 변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정권 교체에 불과했다"며 "이제는 대한민국 정치가 민주주의에 합당하고 시민정신이 함양된 가운데 바꿀 것은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본인의 '정치교체론'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매주 토요일 광화문에서 열리는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주최 촛불집회에도 "기회가 되면 참석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지방 방문 계획 때문에 가까운 시일내에 참석은 어려울 것 같다는 입장도 나타냈다.
반 전 총장은 음성 꽃동네 오웅진 신부와 관련해 "세계적으로 많은 영감을 줘 감사하다"며 "저도 미력이나마 어려운 지경에 있는 사람을 위해서 전직 유엔사무총장 행보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귀국 후 하루도 쉬지 않고 대권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반 전 총장은 오는 15일 경기도 평택 제 2함대를 방문하고 천안함 기념비에 참배할 계획이다. 오후에는 고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의 빈소에 조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