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BS 제공)
"박지만은 신동욱이 싫어서 혼을 내주고 싶어한 게 사실이었던 것 같지만 박용철이나 박용수를 제거할 이유가 없다. 생각해봐라, 그들이 죽어서 가장 이익을 볼 사람이 누군지…." - 육영재단 관련 인사
17일(토) 밤 11시 5분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베일에 싸인 박근혜 대통령의 5촌간 살인사건 미스터리를 추적한다.
지난 2011년 9월 6일 새벽, 불빛 하나 없는 북한산의 주차장에서 한 남자가 참혹한 시신으로 발견된다. 자신의 차량 옆에서 엎드린 채 발견된 남자의 신원은 박용철 씨로 확인됐다. 용철 씨는 캐나다 국적으로,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대표의 5촌 조카로 밝혀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전날 용철 씨와 함께 술자리를 가졌던 사촌 형 박용수 씨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4시간 뒤, 용의자 용수 씨는 사건 현장으로부터 약 3㎞ 떨어진 북한산 중턱에서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된다.
경찰은 현장 인근까지 데려다 준 대리기사, 전날 술자리에 동석했던 지인들을 조사한 뒤, 이 사건을 평소 금전관계 등으로 갈등이 지속된 두 사촌 사이에서 일어난 살인으로 보고 수사를 종결했다. 사촌 형인 용수 씨가 동생 용철 씨를 계획적으로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당시 '박근혜 대표 5촌간 살인사건'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그런데 사건 초기부터 범행을 둘러싼 이상한 점들이 드러났고, 이와 관련한 보도가 줄을 이었다. 사망한 두 사람의 몸 속에서 나란히 검출된 수면제 졸피뎀과 디아제팜, 지문이 남아 있지 않은 범행도구, 사라진 피해자의 휴대폰, 용의자 용수 씨가 자살하기 직전 먹었다고 추정되는 설사약의 미스터리까지 여러 의혹들이 제기됐다. 해당 보도를 낸 시사인 주진우 기자와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는 허위사실 보도에 의한 명예 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기도 했다. 끝내 풀지 못한 의혹은 또 다른 의혹을 낳았고, 사건은 점차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 두바이로부터 걸려온 제보자의 전화…믿기 힘든 증언'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 본인을 살해당한 용철 씨의 최측근이라 소개한 남자 J로부터 연락을 받은 것은 지난 2014년 9월이었다. 극도의 경계심을 보이던 그가 전화를 걸어온 곳은 두바이였다. '그것이 알고 싶다' PD와 몇몇 저널리스트, 현직 국회의원들, 변호사로 구성된 취재팀은 제보자 J를 두바이에서 만났다. 3박 4일 동안 이어진 인터뷰에서는 쉽게 믿지 못할 이야기가 쏟아졌다. 그의 증언에 대한 신뢰성 문제는 차치하고, 제보자 J는 이 사건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던졌다. 사건의 미스터리를 풀 첫 번째 퍼즐을 찾은 것이다.
제작진은 사건 기록 전체를 입수해 이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사건 뒤 언론 접촉을 피해 오다 5년 만에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 앉은 용철 씨의 가족은, 그동안 왜 침묵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고, 용철 씨가 당시 놓여 있던 상황이 사건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열쇠라고 덧붙였다.
당시 용철 씨는 육영재단의 소유권을 두고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회장과 신동욱 총재(박 대통령의 제부) 사이에서 벌어진 재판의 결정적인 증인이었다. 더욱이 그가 살해된 시점은 재판 결과를 좌우할 결정적 증거를 갖고 있다는 증언까지 한 직후였다. 용철 씨는 재개된 2심 재판에서 관련 증거를 제출하겠다는 말을 남겼고, 출석을 앞두고 살해당했다.
제작진이 만난 용철 씨와 용수 씨의 지인들은 용철 씨를 죽음에 이르게 한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용수 씨일 리 없다고 의심했다. 둘 사이에는 어떤 금전적 관계도 없으며, 친척들 중에서도 가장 사이 좋은 관계였다는 것이다. 심지어 취재로 확인한 결과, 경찰 조사에서 참고인 자격으로 범행 동기와 관련된 진술을 했던 황 씨 역시 사건 1년 뒤 독특한 방식으로 사망했다. 그렇게 지금까지 알려진 수사기관의 발표와는 정반대의 이야기가 조금씩 들려오기 시작했다.
◇ "살인에 제3의 존재 의심"…마지막 퍼즐조각 '녹음파일'
사건 기록을 검토한 법의학자들과 범죄심리학자들은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용수 씨의 자살이라고 입을 모았다. 유도선수 출신의 거구였던 용철 씨를 무려 3개의 흉기로 살해한 방식부터, 운전석 핸들에 남겨진 혈흔, 이해하기 힘든 자살 방식까지 조심스럽게 두 사람 외 제3의 존재가 의심되는 지점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 전문가는 용수 씨의 이상한 자살은 이 사건을 다시 검토해야 할 필요성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의 핵심은 용철 씨가 살해당하기 전 언급했던 녹음파일의 행방이다. 방송을 앞두고, 제작진은 마침내 이 녹음파일의 행방을 알고 있다는 제보자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2년 동안 찾던 마지막 퍼즐조각이었다.
"그 상황에서 갑자기 죽어버리면 누구나 의심받는 상황이 될 거니, 오히려 누가 죽였는지 모르는, 즉 살인범이 누군지 모르는 것보다 살인범이 누군지 정확히 나오는 게 안전했겠죠. 그래서 박용수 씨는 들러리였고 안전핀이었죠." - 제보자 X
"박지만은 신동욱이 싫어서 혼을 내주고 싶어한 게 사실이었던 것 같지만 박용철이나 박용수를 제거할 이유가 없다. 생각해봐라, 그들이 죽어서 가장 이익을 볼 사람이 누군지…." - 육영재단 관련 인사
현실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무서운 이 이야기 앞에서 2년간 가져왔던 의문의 퍼즐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맞춰졌다고 제작진은 전했다. 이번 주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이 사건의 전말과 배후세력이 베일을 벗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