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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474]실업은 못 잡고 노조만 때려잡은 '박근혜표 불통 노동정책'



경제정책

    [탄핵474]실업은 못 잡고 노조만 때려잡은 '박근혜표 불통 노동정책'

    [기획: 474를 탄핵하라②] 근처에도 못 간 약속, "70% 고용률"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4년 1월, ‘4% 잠재성장률과 고용률 70% 달성, 국민소득 4만불 지향’을 골자로 하는 경제혁신3개년계획, 이른바 ‘474 경제공약’을 발표했다. 그렇다면 공약 발표 이후 꼭 3년이 지난 지금 우리 경제현장의 상황은 어떨까. CBS노컷뉴스는 474공약의 현주소를 짚어보기 위해 4차례에 걸쳐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대전 서구의 대전고용복지플러스센터 3층, 실업급여 창구와 구인공고 게시판 앞에는 초조한 낯빛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내일 아침 일하러 갈 곳을 찾지 못해 마음이 무거운 이들은 조심스레 말을 건네는 기자의 질문을 피하며 "인터뷰할 여유도 없다"고 대꾸할 뿐이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내놓은 노동리뷰 12월호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 3.1%였던 실업률은 2014년 3.5%, 지난해 3.6%에 이어 올해 1~10월 평균 3.8%를 기록하며 4%대 실업률 시대가 코앞에 다가왔다.

    반면 대선 당시 70% 달성을 약속했던 고용률은 임기 내내 60% 선(2013년 59.5%, 2014년 60.2%, 2015년 60.3%, 2016년 1~10월 60.4%)에서 단 1%p도 넘기지 못해 목표치의 근처에도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대한민국의 미래인 청년들의 고용 환경이 끝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15~29세 사이 청년층의 실업률은 2013년 8.0%, 2014년 9.0%, 2015년 9.2%에 이어 올해 1~10월에는 10.1%로 10%벽을 넘어섰다. 이는 국제금융위기 이후 1~10월 평균으로는 가장 높은 수치이면서 동시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정부는 치솟는 실업률과 60%대에서 헤매는 고용률에 대해 "적극적인 취업연계 정책으로 경제활동 참여를 포기했던 사람들이 취업전선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예 취업을 포기한 사람들은 비경제활동인구로 실업률이나 고용률을 계산할 때 제외하는데, 취업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실업률이 늘고 고용률이 낮아진다는 논리다. 특히 고용률과 실업률이 함께 상승하는 경우 경제가 활력을 되찾으며 일할 사람을 찾는 호황기에 접어들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과연 그럴까. 다시 대전 고용센터 1층으로 내려가보면 취업상담창구에도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 곳에서 만난 이모(32)씨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1년 여 가량 실직 상태로 지내다 다시 일자리를 찾는 중이었다.

    이씨는 가장 큰 불만으로 "좋은 일자리가 없다"는 점을 꼽았다. 이씨는 "주변 친구들만 봐도 취업은 할 수 있지만, 문제는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냐는 것"이라며 "돈은 쥐꼬리만큼 받으면서 일은 밤새도록 시키는 직장이 대부분이어서 고민이 많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노동환경은 질 좋은 정규직 일자리를 가진 가장이 가구 경제를 책임지는 대신 온 가족이 질 나쁜 일자리에 동원되는 모습으로 바뀐 지 오래다. 문제는 박근혜 정부 들어 경기 둔화 등으로 상황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임금노동자 증가를 주도했던 상용직 증가폭은 2013년 61만여명에서 지난해 43만여명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특히 최근 조선업 등 산업 구조조정의 여파로 제조업 상용직 노동자가 올해 들어 감소세로 접어들었다.

    반면 비정규직인 임시직은 2015년 하반기 이후 등락을 반복하다 올해 들어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고, 은퇴연령대인 60대 이상에서 크게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내놓은 일자리 정책은 한마디로 정규직 곳간을 털어 비정규직과 취업자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취업한 정규직을 옥죄는 임금피크제나 '쉬운 해고'와 노조 동의도 없이 취업규칙을 바꿀 수 있는 양대지침, 쉬운 해고를 뒷받침하도록 저성과자를 가려내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파견직·기간제를 양산한다는 반발을 부른 노동 5대법안 등이 박근혜 정권을 수놓은 노동정책들의 면면이다.

     

    박근혜표 불통 노동정책에서 노동계를 대화 상대로 인정한 설득과 합의를 찾아볼 수 없었고, 노동계와의 극한 대립은 정권 내내 부담으로 남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탈퇴 과정이다. 지난해 9월 노사정 타결 다음날 새누리당은 노동 5법을 발의해 노동계의 비난을 샀다. 이에 반발한 한국노총이 지난 1월 19일 노사정위를 탈퇴하자, 이를 비웃기라도 한 듯 이번에는 노동부가 사흘 만에 양대 지침을 내놨다.

    지난 8일 마무리된 초장기 철도파업도 정부의 성과연봉제 강행에서 시작했음은 물론이다. 이미 2013년 철도 민영화를 밀어붙이며 철도노조와 한 차례 대결을 펼쳤던 정부는 파업 초기 '불법 파업'이라며 노조를 압박했다.

    하지만 파업이 장기화되자 코레일 경영진조차 "성과연봉제는 기획재정부 권고사항"이라고 인정한 철도파업을 '노사 간의 문제'라며 발을 빼버렸고, 한반도의 철길은 70일 넘게 묶이고 말았다.

    민주노총 남정수 대변인은 "소통의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재벌 민원성 정책을 강행하기 위해 노동계를 들러리로 세우려 했다"며 "최순실 게이트로 이미 그 속내가 드러난 만큼, 광장의 에너지로 정치적 민주화 뿐 아니라 잘못된 박근혜 정책을 폐기하는 직접적 민주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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