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첫 직선 위원장의 옥중 사퇴… 부글부글 끓는 민주노총



기업/산업

    첫 직선 위원장의 옥중 사퇴… 부글부글 끓는 민주노총

    정치전략 놓고 벌어진 내부 갈등에 리더십 부재 논란도 불거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사진=자료사진)

     

    민주노총 사상 첫 직선 위원장이었던 한상균 위원장이 끝내 옥중사퇴하면서 민주노총 내부에 한동안 격랑이 휘몰아칠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한 위원장이 구치소에 면회온 민주노총 법률원장에게 사퇴 의사를 전했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한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1차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불법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구치소에 수감됐다. 한 위원장은 위원장 공석 사태로 인한 민주노총의 지도력 약화를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노총은 2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관련 내용을 정식보고한 뒤 대책을 논의한다. 한 위원장의 사퇴가 확정되면 함께 지도부를 구성했던 최종진 수석부위원장(위원장 직무대행)과 이영주 사무총장 역시 동반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남정수 대변인은 "위원장의 임기와 규정에 따라 보궐선거로 새 지도부를 준비하도록 되어있다"며 "비상대책위원회를 세워 가까운 시일 내에 대의원대회를 소집할 것"이라고 밝혔다.

    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상균을 석방하라! 민주주의 살려내자! 7.13 시국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 '박근혜 정부 공안판결에 첫 직선 위원장을 옥중에 남겨' 씁쓸한 민주노총

    시간을 거슬러 2014년 12월, 민주노총은 대의원이 위원장을 선출하던 간선제 대신 조합원이 직접 투표해 위원장을 뽑는 초유의 실험을 벌였다.

    '쌍용자동차 옥쇄파업'의 주역인 한 위원장은 선거 당시 주류 정파에 속하지 못해 조직력의 열세로 당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복잡한 공약 대신 투쟁과 현장을 강조하고, 총파업을 약속하며 현장 노동자들의 강한 지지를 얻어내 깜짝 승리했다.

    이듬해 봄 한 위원장은 조합원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총파업을 열었지만, 이내 불법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6개월 수배생활 끝에 구속됐다. 지난 7월 이례적으로 징역 5년의 중형까지 선고되자 노동계는 '공안판결'을 내렸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현 정권에서는 항소심 재판에서도 중형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에서 한 위원장의 사퇴 가능성은 예상된 바였다. 하지만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뽑은 노조위원장이 끝내 감옥에 갇힌 채 사퇴하면서 민주노총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민주노총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기대와 달리 전임 위원장들의 폐해를 답습한다'며 비판하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조합원들의 강한 지지를 굳건하게 유지해왔다"며 "정부 권력의 눈치를 본 판결 때문에 첫 직선제 위원장이 마음껏 일해보지도 못하고 중도 사퇴했으니 당연히 분노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결론 없이 갈등 불거졌던 정책대대… 위원장 없는 리더십의 한계 드러났나

    한편 한 위원장의 사퇴 소식의 배경을 놓고 민주노총의 정치전략을 둘러싼 갈등이 사퇴 결심을 굳힌 방아쇠가 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눈길을 끄는 지점은 지난달 22일 열린 정책대의원대회(정책대대)다. 민주노총 사상 처음 열렸던 정책대대는 총파업과 함께 한 위원장이 이끄는 지도부의 핵심사업으로, 전국에서 약 1천명의 대의원이 모여 토론을 벌였다.

    정책대대에서 ▲ 전략투쟁 ▲ 조직강화 ▲ 미조직·비정규직 조직확대 등 3가지 안건은 순조롭게 동의가 이뤄졌지만, 최대 쟁점인 정치전략에서는 정파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당시 중앙집행위는 ▲ 다음해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방침 결정 ▲ 민주노총 주도 진보대통합당 건설 등 2가지 안을 내놓았지만, 어느 것도 통과되지 못했다.

    민주노총 내 우파 성향으로 불리는 자주파 진영은 최근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연합을 필두로 '민주노총 중심 진보대통합당'을 주장해왔다. 울산에서 두 명의 노동자 국회의원이 당선된 성공의 경험이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반면 좌파 성향으로 꼽히는 현장파 계열에서는 이미 진보진영에 4개의 정당이 있는 마당에 성공 가능성도 낮은 진보대통합당 건설을 무리하게 추진하면 갈등만 키운다며 두 안건 모두 반대했다.

    장시간 토론 끝에 일부 수정안이 마련됐으나 정족수 미달로 부결되자, 정당 건설을 요구하던 일부 간부들은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를 비판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민주노총 관계자는 "안건이 부결된 직후 집행부가 모인 자리에서 모 산별노조 위원장이 '한 위원장과 지도부의 거취를 의논할 때'라고 대놓고 말했다"며 "정책대대 이후 지도부에 대한 압력이 상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책대대가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위원장 없는 지도부의 한계도 드러난 것 아닌가 싶다"며 "한 위원장의 정확한 심중을 알 수 없지만, 정책대대를 전후한 정황이 사퇴 결정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시각 주요뉴스


    NOCUTBIZ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