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뒤 김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18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DJ) 서거 7주기 추도식에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참석해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두 사람은 '야권의 큰 어른'이자 야권의 텃밭인 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인인 김 전 대통령을 계승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구체적인 계승방식을 두고는 차이를 보였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현충관에서 거행된 추도식에는 추모위원을 맡은 두 사람 외에도 추모위원장을 맡은 정세균 국회의장과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정진석 원내대표, 더민주 김종인 비대위 대표.우상호 원내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정의당 노회찬 대표 등 정치권 인사들과 이희호 여사, 김홍걸 전 더민주 국민통합위원장 등 가족들이 자리를 빛냈다.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는 'DJ정신 계승을 통한 정권교체'에 입을 모으면서도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서는 차이를 보였다.
문 전 대표는 추모식이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김대중 대통령님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는 과정에서 정말 많은 탄압을 받으셨지만 집권 뒤 일체 정치보복이 없었고 상대편까지 끌어안는 정치를 하셨다"며 "니편 내편을 나누는 편 가르기 정치가 국민들에게 절망을 주고 있는데 이럴 때 김대중 대통령께서 했던 통합의 정치, 그 정신을 다시 간절하게 그리워하게 된다"고 말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故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식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이어 "지난번 총선 과정에서 야권이 서로 경쟁했지만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 위해서는 다들 뜻을 함께 하게 되리라고 그렇게 저는 믿는다"며 "저는 저희(문재인과 안철수)가 어떤 방식이든 함께 힘을 모아서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낼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야권통합을 통한 정권교체로 DJ정신을 실천하겠다는 것이다.
안 전 대표 역시 DJ정신을 강조했지만 야권통합 문제에 대해서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안 전 대표는 추도식 이후 이어진 분향식을 마치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남북관계와 외교문제, 경제문제, 사회문제에 이르기 까지 지금 국가는 총체적 난국"이라며 "이럴 때 김대중 대통령님의 혜안이 그립다"고 했다.
다만 '문 전 대표가 안 전 대표와 힘을 합해서 정권교체를 하겠다고 했는데 향후 문 전 대표와 따로 만나 이런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는 굳은 표정으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안 전 대표는 '문 전 대표와 힘을 모으겠냐'는 질문에도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답변을 피했다.
추도식에 앞서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 안 전 대표의 탈당 이후 8개월 만에 마주앉아 안부를 주고받았지만 냉랭한 분위기는 여전했다.
행사장 옆자리에 나란히 앉은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는 추도식 직전 각각 "미국 잘 다녀왔느냐", "(네팔) 히말라야 다녀오실 때 힘들지 않았느냐"라고 안부를 주고받은 것 외에는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두 사람은 추도식장에 들어가기 직전 귀빈실에서 만난 자리에서도 악수만 나누곤 멀찌감치 떨어져 별다른 이야기를 주고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