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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강민구 부산법원장 "알파고-이세돌, 불공정 대국"



IT/과학

    [전문] 강민구 부산법원장 "알파고-이세돌, 불공정 대국"

    강민구 부산법원장 (사진=자료사진)

     

    구글의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게 2연승을 거둔 것과 관련해 IT전문가인 강민구 부산지법원장이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법원 내 정보기술(IT)전문가로 한국정보법학회장을 지낸 강민구 부산지법원장은 11일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게 2연패한 것은 '당연한 것'으로 이번 대국 자체가 불공정 계약이라고 주장했다.

    이하 전문

    알파고와 이세돌의 전투를 보면서
    전세계 대중과 우리 국민이 천재 바둑 기사 이세돌 연패를 보고 충격 속에 빠져 있습니다. 저는 이 게임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세돌이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에 주변 지인들과의 가벼운 내기에서 한 표를 건 바가 있습니다. 비록 비전문가적인 식견이지만 잠시 이 번 대국 결과와 현상에 대해서 제 나름대로 분석을 해 보겠습니다.

    1. 기계 vs 인간의 대결인가?  인간 vs 인간의 대결인가?

      흔히들 '알파고'(Alpha Go 구글 지주회사 알파벳과 바둑의 영어표기인 고의 결합)라는 컴퓨터 기계와 천재기사 이세돌 인간의 싸움으로 이 번 게임을 바라보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면, 이 번 대국 게임은 인공지능이 작동하는 엄청난 하드웨어 컴퓨터와 그것을 움직이는 정교한 소프트웨어를 조율한 집단적인 다수의 천재 프로그래머들과 이세돌 일 개인의 싸움이라고도 평가해 볼 수가 있습니다.

    다들 단순하게 기계 대 인간의 대결 구도로만 바라보고 이해하기에 이런 판세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고 있을 뿐입니다.

    한 개인 천재가 다수의 천재 집단에 이긴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다수의 집단지성이 한 개인의 두뇌 역량보다 훨씬 더 유리한 것입니다. 마치 독립된 컴퓨터 한 대는 슈퍼컴이 아니라도 엄청난 양의 컴퓨터나 CPU를 병렬로 연결하면 강력한 슈퍼컴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과거 주산을 일거에 몰아 낸 범용 탁상용 전자계산기가 처음 나왔을 때 암산왕이 패한 것과 비슷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일반적인 암산과는 비교도 안되는 고난도 바둑이라서 우리가 잠시 헷갈렸던 점이 다를 뿐입니다.

    비유법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새로운 전쟁이 벌어지는데, 한 사람을 칼을 들고 전쟁터에 나가고, 다른 한 사람은 크루즈 미사일 시스템을 들고 전쟁에 나서는 것과 같습니다. 단지 그 신무기의 위력을 일방적인 편견에 잡혀 올바로 인식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2. 터무니 없는 불공정 계약인가?

      이세돌 측 또는 한국기원 당국의 성급한 계약체결에 대하여 법률가로서 생각해 봅니다. 구글은 아마도 100억 또는1,000억 대국료를 이세돌 측에서 제시하더라도 이번 계약에 사인을 하여 체결했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구글이 한 달 이상 국내와 해외에서 이번 게임을 계기로 거두어 들인 기업 이미지 광고성 마케팅은 대략적으로 쳐도 계량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납니다. 아마도 수조 원 짜리가 넘을 것입니다. 이미 구글의 주가 상승도 상당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승리할 경우에는 1백만불, 패할 경우에는 단순히 대국당 3,000만원 부근의 대국료 약정은 세기의 대결이 아닌 고수끼리의 대국료에 비교하면 비싸다 할 것이나, 이 번과 같은 이벤트 대가로서는 정말 말도 되지도 않는 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계약에 사인을 했다는 것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통상의 선진 각국 기업은 방대한 사내 변호사와 외부 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바탕으로 모든 계약 체결시 향후 발생 가능한 각종 경우의 수에 대비한 세밀한 장치 규정을 사전에 준비합니다.

    이에 비해 국내 대기업군이 아닌 중소기업이나 단체에서는 법률전문가 검토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대개는 사내에서 담당 직원들만의 힘으로 대략적으로 스크린하고 중요한 국제계약에 덜컹 사인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전 법률전문가 검토비용을 손해가 아니라 필수지출 경비이고 향후 발생 가능한 분쟁 예방비용으로 인식하는 것이 절실합니다.

    금번 구글과 한국기원 또는 이세돌 측과의 국제계약에 제대로 능력을 갖춘 법률전문가가 사전에 개입되었더라면 이런 참담한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대국료 약정도 성급했고, 클라우딩 컴퓨터 자원을 동원하는 것을 고지 받았다면 알파고의 착점 시간 제한을 엄격하게 제한하여 내부 추가 시뮬레이션 시간을 없애기 위해 1,000대 이상 CPU 동원하는 것을 허용하는 대신에 알파고는 1~ 10초 이내에 돌을 바둑판에 두어야 한다는 제한 조건을 걸었어야 했습니다.

    전문 법률가 집단과 IT 집단이 협업을 하여 이 계약에 개입하여 적어도 한 회당 100억  이상 정도로 대국료를 산정하고, 성공 대국 보수는 500억 이상을 요구했다 하더라도 구글은 응할 수 밖에 없는 계약인데 좁은 식견으로 무조건 이긴다는 착각 아래 단돈 백만불이라는 헐값에 이세돌을 덜컥 넘긴 계약입니다. 두 번 다시 우리는 이와 같은 실수를 하면 안 되겠습니다.

    3. 인공지능은 과연 악의 화신이고,  두려운 존재인가?

    우리가 전자계산기와 PC가 처음 나왔을때 경악을 하면서도 그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마치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 같은 알파고 위력을 보고 다들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오늘날 기술 혁신은 한 쪽 방향을 향해 무한정이고 불가역적으로 일어나고 있고 이러한 기술혁신은 모든 분야에서 창조적 파괴를 불러오는 중입니다.

    인간지혜의 발전과 컴퓨팅 연산능력의 급격한 발전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여 이른바 특이점을 돌파할 날이 조만간 올 수밖에 없는 운명에 있기에 이제는 이런 인공지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어떡하면 인공지능이 인간을 해치지 않고 선용될 수 있는가에 법률적, 제도적, 윤리적, 기술적 바탕을 강화하는데 우리 모두가 지혜를 모아서 그 기초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인공지능으로 직업이 파괴된다고만 외칠 것이 아니라 인간의 다른 힘든 육체적, 정신적 노동을 인공지능이 다 가져가고, 인간은 보다 더 창조적이고 창의적인 일에 종사하는 일이 많아지는 것을 또 하나의 찬스로 생각해야 합니다.

    4. 알파고 대국 계약이 사기인가, 아닌가?

    모 변호사님은 클라우드로 작동되는 알파고시스템과의 계약이 형법상 사기에 준하는 행위라고 한 달전에 이세돌 필패를 언급하면서 미리 얘기를 하였습니다. 즉, 일부 독자들 지적처럼 이세돌이 깨어졌기에 뒤늦게 주장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지금까지의 모든 컴퓨터와 인간 사이의 체스 게임이나 기타 게임들은 스탠드얼론 독립형 컴퓨터 1대(내장된 CPU는 차이가 남)와 개인이 경쟁하는 경우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상황은 우수한 성능을 가진 CPU와 GPU가 장착된 컴퓨터가 병렬로 연결되어서 한꺼번에 연산을 하여 이세돌과  시합하는 것은 바둑의 원칙상 훈수꾼을 둘 수 없다 기본전제에 반하기 때문에 사기라고 모 변호사는 주장하는 것입니다.

    보도에 의하면,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는 총 1202개 중앙처리장치(GPU), 176개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탑재된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구현되고, CPU 1개당 1초에 1000회 이상 시뮬레이션을 한다고 합니다. GPU의 성능을 CPU 성능으로 환산하면 약 3,000개의 CPU 능력을 발휘한다 합니다.

    이 중앙처리장치가 몇대의 서버에 나누어 져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좀 더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스탠드얼론이 되든지, 클라우드 시스템이 되든지 연산기계로 작동하는 것은 큰 차이가 없고 다만 계산 속도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세돌 측에서는 구글이 명시적으로 밝힌 클라우딩 시스템 체제에서도 당연히 승리한다는 걸 전제로 계약에 임하였을 것입니다. 따라서 그 사실을 계약체결 때 숨긴 바가 없는 구글로서는 형사상  사기라고 욕하는 것에 대해서 매우 억울할 수가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엄격한 형사법적 의미의 사기에는 결코 해당되지 않지만, 이번 계약 체결은 민사상 불공정계약  내지 그에 유사한 계약이라고 주관적으로 생각합니다.

    칼을 가진 무사와 M60기관총을 가진 군인이 결투를 하자고 요구하고 무기의 성능설명을 생략하고 결투한 것과 같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상대방 동원 무기의 위력을 간과하고 덥석받아 추락한  이세돌 측의 결정이 황당하지만, 구글로서는 미리 다 무기를 알려주었기 때문에 사기라고 주장되는 것이 억울하다는 점에는 일리가 있습니다.

    국내법상 관련 조문입니다.
    민법 제104조 (불공정한 법률행위)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하여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


    제109조(착오로 인한 의사표시) (1) 의사표시는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취소하지 못한다.

    (2) 전항의 의사표시의 취소는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이러한 민법 조문 사례에 바로 직접 적용된 사안은 아니지만, 그리고 이세돌 측이 아무런 이의제기를 하지 않고 제5  대국까지 치르더라도 깊이 생각은 해 보아야 후일 타산지석이 될 것입니다.

    이번 계약을 좀 더 쉽게 비유법으로 설명하면, 아무런 보호 갑옷도 없이 로마 원형경기장에 투입된 당대 초절정고수 이세돌 9단에게 1,000마리 맹수가 덤비는 것과 같은 계약입니다.

    아무튼 글로벌 식견이 특정한 상황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구글로서는 수백만 불은 한강물에 물바가지 하나 정도일 것입니다. 물론 이 번 대국이 대국료 자체에 방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정교한 바둑체계를 평정하는가에 더 강조점이 있다는 것은 잘 인식합니다.

    하지만 참으로 아쉽고 딱한 계약 체결이었습니다. 두 번 다시는 우리가 이러한 실패를 되풀이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평소 각자 내심에 키우는 "편견과 선입견"이라는 개 두 마리가 얼마나 완고한 것인가, 또 이 개 두 마리는 "백문이 불여일견" 이라는 또 다른 개 한 마리에 의해 얼마나 쉽게 깨지는가 하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바둑이 절대 난공불락이라고 믿은 이들은 그들만의 "편견과 선입견"으로 정교한 소프트웨어와 그것을 돌리는 엄청난 컴퓨터의 힘을 이 번에  직접 본 "백문이 불여일견" 개 한 마리에 당한 후에 치를 떨고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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