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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제지의 문어발식 사업확장…경쟁중소업체에겐 '항복 문서'



사건/사고

    한솔제지의 문어발식 사업확장…경쟁중소업체에겐 '항복 문서'

    [상생 짓밟는 대기업①] 한솔·무림, 감열지 시장까지 넘보다 '주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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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사회에서 '상생 협력'이라는 단어 자체가 '경제 상식'처럼 통용되고 있지만 현실은 과연 그럴까.
    CBS는 상생을 외면하는 대기업의 사례들을 통해 문제점을 제시하고 대안까지 모색해보는 기획시리즈를 준비했다.(편집자註)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확장은 경쟁중소업체에겐 "하청업체로 들어오라"는 '항복 문서'와 다름없다.

    제지업계 1위인 한솔제지는 지난 2007년부터 최근까지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속하는 업종에까지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상생'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한솔제지는 지난 2007년 종이 유통업계의 선두권 기업인 서울지류 유통을 인수하면서 생산뿐 아니라 유통에도 눈을 돌린다. 이는 2006년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 폐지와 시기가 묘하게 맞물린다.

    이후 2008년에는 한솔제지 대신 한솔그룹 내 한솔텔레콤이 한솔PNS로 개명한 뒤 중견 인쇄업체인 대영인쇄까지 사들이며 인쇄업에도 뛰어들었다.

    이에 중소인쇄업체들은 "대기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까지 뛰어들었다"며 중소기업청에 한솔PNS에 대한 사업조정까지 신청했다.

    당시 한솔PNS가 단순 인쇄물로까지는 사업영역을 확대하지 않겠다고 약속함에 따라 사업조정 신청은 당사자간 자율조정으로 처리됐다.

    하지만 보란듯이 한솔제지는 2009년 일진페이퍼 유통회사를 인수해 유통사업을 더 확대했고 지난해에는 골판지 생산업체인 대한페이퍼텍을 사들이는 등 문어발식 사업확장을 이어갔다.

    최근에는 업계 2위인 무림제지와 함께 영수증 용지로 쓰이는 감열지 인쇄시장까지 넘보고 있는 실정이다.

    ◈ 한솔제지, 인쇄업체에 반협박? "무림제지 참여했으니 우리도 뛰어들겠다"

    그동안 감열지 시장은 인쇄 중소기업들이 대형 제지회사로부터 감열지 원지를 공급받은 뒤 이를 가공해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에 납품을 해왔다.

    하지만 두 달 전, 업계 2위인 무림페이퍼가 홈플러스에 인쇄된 영수증 용지(감열지)를 납품한다는 소식이 업계에 돌았다.

    이후 실제로 무림페이퍼가 감열지 인쇄 시장에 뛰어들어 직접 홈플러스와 계약을 체결한 것이 CBS취재결과(5.25자 노컷뉴스 "중소기업이 날고 뛰어도 대기업 앞에선 방법 없어요" 참고)밝혀지기도 했다.

    이에 경쟁업체인 한솔제지측도 감열지 인쇄 시장에 뛰어들려고 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소 인쇄업체와 유통업체 등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한솔제지도 약 한 달전 직접 유통업체와 중소 인쇄업체를 찾아가서는 "무림페이퍼가 감열지 인쇄업에 참여한 이상 우리도 어쩔 수 없이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솔제지는 유통업체에게는 "설비업체도 있으니 (감열지) 단가를 낮춰 줄 수 있다"고 말하며 중소 인쇄업체가 아닌 자사와 계약하자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감열지를 공급해왔던 중소기업들은 "한솔제지가 우리보고 사실상 자신들의 하청업체로 들어오라고 한 것과 다름없다"며 반발했다.

    중소 인쇄업 사장 조민수(가명)씨는 "제지 대기업들은 이익을 보고 파는게 아니라 인쇄 시장에 참여하기 위해서 들어오겠다는 건데 그들이야 천만원, 이천만원 손해봐도 상관 없겠지만 우리처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절대 이해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실제 수십년 동안 한솔제지측으로부터 용지를 공급받았던 최철준(가명) 사장은 "거래한 세월이 얼마인데 협력자 관계에서 어느 순간 경쟁자로 돌변하겠다는 말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솔제지측은 감열지 인쇄시장에 참여할 계획이 없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생산, 유통, 판매까지 일원화해 고객서비스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대기업의 그럴듯한 자본주의 논리 앞에 하청업체화 되고 있는 중소업체들의 신음은 커져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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